사모펀드들의 각축장 된 도시바

도시바(東芝)에 사모펀드들이 여럿 달려들어 차입매수(LBO)전에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도시바에 매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도시바엔 이미 룩셈부르크 소재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 제안을 했고 도시바 측도 이를 확인했는데, 규모는 210억달러, 2조3000억엔(한화 약 23조3400억원)이다.

KKR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에 지난 2016년부터 투자해온 행동주의 헤지펀드 오아시스매니지먼트도 이 가격이 적다고 지적했다. KKR은 주당 약 5000엔, 총 2조2800억엔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나다의 대형 투자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Brookfield Asset Management)도 인수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최종적으로 제안을 할지 여부는 확실하진 않다.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14일 도쿄증시에서 도시바 주가는 껑충 뛰었다.

사모펀드들이 LBO를 하면 도시바는 더 이상 ‘상장 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이 된다. LBO는 인수합병하려는 대상 기업의 자산,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가 53년만에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모셔온 구루마다니 노부아키(車谷暢昭) CEO가 그만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회사 측은 전임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회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루마다니 CEO는 사실 CVC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18년 도시바로 오기 전 2년간 CVC재팬 회장을 지냈다. 따라서 CVC의 인수 제안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란 소문이 돌았다. 내부 직원들로부터의 신뢰도도 워낙 낮았다. 연임에 대한 찬성비율이 지난 2019년엔 99%였는데 작년 57%까지로 급락했었다.

흔들리고 있는 도시바의 뿌리는 깊다. 1875년 설립됐고 많은 걸 처음 만들었다. 일본 최초의 레이더, 전자레인지, 전기밥솥과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한,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도 처음 만들었다(발명이란 표현을 써도 맞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업부가 팔려나갔다.

원전 사업 인수가 회사에 큰 타격이 됐다. 그룹 해체,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다. 도시바가 2006년 인수했던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7000억엔이 넘는 영업손실을 다 떠안으며 채무초과 상태가 됐고, 결국 이것이 회계 부정을 일으키는 배경이 됐다.

이후 도시바는 살아남기 위해 백색가전, 반도체 사업부 등을 매각하고 나서야 했다. 아직 반도체 사업부 기옥시아(キオクシア· 옛 도시바메모리) 지분 40%는 갖고 있다. 원전 사업도 팔겠다고 나섰는데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곳 중 하나가 이번에 도시바에 입질을 하는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브룩필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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