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연합회가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수요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금융당국이 허가를 해 준다면 설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전통 금융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이유는 명료하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비대면 거래 수요와,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준 성장성 때문이다. 은행의 거래규모를 보여주는 수신잔액은 지방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용자 층은 2030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이 중심이 되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규제를 열어줘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통 금융사에서 그것도 이미 은행이 있는 와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싶다니 다소 아이러니하다. 기술업체들이 은행 서비스를 하고 싶어해서 정부가 우회적으로 만들어 준 게 인터넷전문은행인데 말이다.

일반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은 무엇이 다를까? 기능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본질적으로 둘 다 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기업문화와 핵심역량은 많이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 금융사보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더 쉽게 받아들이며, 보다 유연하다. 기술기업의 특성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보다 안정성을 강조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보여왔다.

가장 다른 것은 기술을 보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의 경우 스스로를 기술기업으로 정의한다. 기술력에서의 우위가 서비스에서의 우위를 가져온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대부분의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전체 직원 가운데 기술 인력이 40%를 차지한다. 모바일 앱 개발부터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까지 내부 개발자들이 직접 담당하며, 데브옵스(DevOps)와 같은 새로운 프로세스와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반면 전통 금융사는 기술을 도구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기술에 대한 비용 집행은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쓰는 돈이 된다. 때문에 경영자는  IT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10~15년을 주기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포함한 IT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 구축하면 최대한 돈을 더 들이지 않고 10년 이상 사용하다가 더 이상 기존의 낡은 시스템으로는 서비스 감당이 안 될 때 새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한다.

IT 업계는 그 어느 산업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10년을 주기로 이뤄지는 변화는 기술의 흐름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또 전통 금융권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대부분 외주 개발사를 통해 이뤄진다. 10~15년마다 이뤄지는 프로젝트를 위해 IT기술직을 직접 고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금융사 내부에도 IT인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력이 내재화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최근 금융사들이 IT 내재화 비율을 높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외주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IT 업무를 외주에 맡길 경우, 금융사의 서비스 히스토리가 새로운 사업에 반영되기 어렵다. 대부분 금융사들의 서비스가 비슷하고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등이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반면, 기술 내재화는 서비스 품질이 차이를 가져온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앱 구동에는 적지 않은 속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지문인증 로그인을 도입한다 해도 시중은행 앱은 느리고, 카카오뱅크 앱은 빠르다. 보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서비스 깊은 곳에 보안을 내재화해 전통 금융사들보다 빠르다고 한다. 서비스 개발 방법의 차이가 성능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조직적인 한계도 영향을 미친다. 사업별, 서비스별로 조직이 많은 전통 금융사 특성상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 서비스에 기술을 덜거나 추가할 때 오랜 전통에 묶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마 시중은행이 또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존의 조직과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조직과 문화, 기술력을 세팅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까. 또 온라인과 모바일에서의 소비자 편의성을 과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과연 시중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시중은행 계열의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존의 기업문화와 수직적 의사결정구조,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바꾸지 않으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버릴 것인지 고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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