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자체 칩을 만들지도 모른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SoC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유출됐다. 새 구글 칩셋을 탑재한 제품은 구글이 만드는 플래그십 폰인 픽셀 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자체 제품 Made by Google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머신러닝 프로세서(NPU로 부른다)의 경우 스냅드래곤 내장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NPU를 설계해 사용한다. 머신러닝이 픽셀 시리즈 특성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야간 사진(Night Sight)이나 HDR(Live HDR), 실시간 자막(Live Caption), 모션 트래킹(Motion Sense) 등을 모두 머신러닝으로 처리한다. 애플, 삼성 등과 비교해도 머신러닝 사용 비중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구글이 픽셀 5에 사용한 카메라는 1200만~1600만 화소 정도로, 같은 해에 출시된 갤럭시 S20 울트라 라인업 1억800만화소의 1/10 수준의 화소 수를 가진 렌즈를 사용한다. 이것이 대단한 이유는 화소 수가 HDR이나 야간 사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 스마트폰은 야간 사진 촬영 시 넘쳐나는 화소를 묶어 크게 만든 다음 이 화소들에 모인 빛을 이용해 사진을 밝게 만드는 픽셀바이닝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구글의 경우 화소 수로 해결하지 않고 노출을 늘려 그 노출 사이에서 최적의 값을 머신러닝이 찾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머신러닝으로 하드웨어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또한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필수같이 느껴지는 보케 효과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역량을 갖고 있다.

같은 해 출시된 아이폰 XS(왼쪽)과 픽셀 3의 야간 사진 퀄리티 차이. 픽셀 3의 카메라는 심지어 렌즈 하나 뿐이었다

이처럼 하드웨어를 다루는 철학 차이가 있고, 그 철학에 맞는 하드웨어가 존재하므로 구글 역시 칩셋 제조를 고려해볼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칩셋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구글에게는 믿음직한 파트너인 삼성전자가 있다.

제품의 코드명은 화이트 채플(white chaple)로 알려져 있으며, GS101, 슬라이더(Slider) 등의 코드명도 발견되고 있다고 9to5google은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슬라이더는 삼성이 만드는 엑시노스와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구글 칩은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아닌 엑시노스의 NPU 업데이트 버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GPU나 NPU는 머신러닝에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구글이 자체 NPU의 성능을 조절할 수 있다면 비교적 저성능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구글은 픽셀 5를 제조할 때 당시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 855를 쓰지 않고 보급형 게임 특화 모델인 스냅드래곤 765G를 사용했다. 765G의 특징은 NPU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CPU, GPU, DSP가 머신러닝을 공동 부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은 765G를 사용하되 NPU를 직접 만들어 머신러닝 위주인 픽셀 폰의 성능을 보장했다. 같은 방식으로 엑시노스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으며, 엑시노스에 NPU를 포함한 설계를 할 수 있다면 스냅드래곤을 상회하는 성능을 낼 수는 없을지 몰라도 픽셀에 적합한 프로세서는 만들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낮 사진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최대로 돌린 야간 사진이다. 별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프로세서들이 크롬북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롬북은 지금까지는 주로 x86 기반 프로세서인 인텔 혹은 AMD 프로세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맥OS가 ARM 기반 프로세서로 전환하며 소프트웨어 대격변 시기를 맞은 것과 달리 크롬북의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웹 앱이다. 따라서 크롬OS를 구글이 적절하게 변경해준다면 맥OS의 소프트웨어들만큼 큰 변화를 거칠 필요는 없다. 크롬북은 현재 북미 교육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따라서 교육용으로 사용될 앱들을 먼저 다듬는다고 가정하면 ARM 기반 프로세서를 도입하는 데 다른 제조사보다 유리한 경향이 있다. 또한, ARM 기반 크롬북은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출시된 바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프로세서를 통합하면 구글은 하드웨어 비용 절감에 이어 소프트웨어 통합도 쉽게 이룰 수 있게 된다. 현재도 크롬북은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보다 더 쉽게 안드로이드 앱 대다수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애플, 삼성과 다르게 구글이 충분히 많은 칩셋을 만들고 판매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픽셀 폰은 아이폰이나 갤럭시처럼 많이 판매되는 폰이 아니다. 크롬북의 경우 다양한 제조사에서 만들고 있는데, 구글이 제조사들에게 칩셋을 납품한다는 것은 현재 크롬OS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 크롬OS는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저렴하게 크롬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구글이 칩셋을 납품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가능하긴 하지만 크롬북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이 여러 OS를 함께 쓰려면 x86 프로세서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또한, 반도체 수율 면에서도 현재의 형태가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인텔 칩 물량이 부족하다면 AMD 크롬북을 사용해도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 칩셋만을 써야 한다면 구글이 지정해주는 소프트웨어만 사용하게 된다. 맥북의 경우 충성도가 높고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발달해 있지만, 무료 OS인 크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만약 인텔, AMD, 구글 칩셋을 모두 지원한다면 사용자에게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그렇다면 과연 구글이 칩셋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모든 아키텍처에 대응한다면 구글은 칩셋을 만들 때 크롬북의 가격을 지금보다 더 떨어뜨리거나, 성능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즉, 구글은 칩셋 테스트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뚜렷한 목적이 보이지는 않는다.

구글의 새 칩셋은 빠르면 올해 픽셀 5a 혹은 픽셀 6 용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구글은 자체 칩셋 제조에 대해 현재 논평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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