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들고 이동하는 공장용 로봇 팔,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트레치
왠지 한국 식구가 돼버린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원래는 과학적인 로봇을 만든다. 왠지 사람들이 너무 괴롭혀서 불쌍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나, 통통 뛰는 모습이 개와 비슷하지만 긴 목을 달면 공룡처럼 보이는 로봇 개도 만든다. 스팟은 해양 석유나 지하 광산 등에서 활약하는 등 인간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활동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창고에서 일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이름은 스트레치(Stretch)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품 치고는 춤을 잘 못 출 것처럼 생겼다.
공장이나 차고 자동화 로봇, 특히 아마존의 로봇청소기 같은 아마존로봇(AR로 부른다)은 제품 상자들을 얹고 이동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 팔 로봇은 창고 전체를 총괄하는 AI의 명령에 따라 제품을 들어서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면 컨테이너에 들어가 상하차를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스트레치는 이 로봇들과 다르다. 로봇 팔 로봇보다는 조금 더 작고, 파레트를 들어 올리는 AR처럼 물건을 들지 않고 흡착으로 상자를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 자동화 인프라가 필요 없다.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투자로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생각보다 소규모는 아닐 것이다.
스트레치는 하단은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바퀴, 상단은 7축 로봇 팔로 이뤄져 있다. 이 로봇 팔의 특허가 이 제품이 다른 로봇 팔과 구별되는 강점이다. 로봇 팔은 무게 반대로 힘을 줄 수 있는 카운터웨이트(counterweight) 덕분에 로봇을 땅에 고정시키지 않아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균형추가 없다면 로봇보다 무거운 상자를 들었을 때 로봇이 하늘에 들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기술은 아틀라스에서 사용된 기술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아틀라스는 상자를 집을 때 팔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 다리, 몸통 부분을 모두 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물건을 들 때 팔힘뿐이 아닌 허리나 다리 힘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의 방식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똑같을 필요가 없다) 몸의 전체 부분을 통해 무게를 견디는 것과 유사하다. 로봇 팔 설계에는 2019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인수한 키네마 시스템즈(Kinema Systems)의 기술도 사용되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키네마 시스템즈 인수 후 전동 휠을 타고 물건을 옮기는 듯한 제품인 핸들(Handle)도 공개한 바 있다. 핸들을 보면 카운터웨이트의 움직임이 대략 예상이 가는데, 핸들이 수직으로 물건을 들 때 아래의 중심축이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술을 소형화하고 7축에 대응해 상자 안에 집어넣은 것이 스트레치의 구동 원리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창한 설명에 비해 들 수 있는 무게는 50파운드(약 23kg)로 생각보다 굉장하지는 않다. 핸들이 있는데도 스트레치를 개발한 이유는, 핸들의 로봇 팔이 비교적 단순해 다른 각도로 물건을 들 때 하부가 후진해서 다시 물건을 들고 U턴해야 하는 등 복잡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은 흡착을 통해 상자를 들 수 있는데, 흡착 패드가 여러 개 달려있으므로 상자가 아닌 여러 형태의 제품을 들 수 있다. 영상에서도 상자와는 모양이 다른 스팟을 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직은 물론 수평에서도 물건을 끄집어낼 수 있다. 다만 완벽하게 여러 형태의 물건을 들 수는 없다.
Boston Dynamics is bringing mobility to warehouse automation. Watch Stretch – our new case handling robot – move, groove and unload trucks.
Read the announcement. https://t.co/5B7wDDKC38 pic.twitter.com/i3Dsoz9Tq8
— Boston Dynamics (@BostonDynamics) March 29, 2021
로봇 팔 없이 기둥은 퍼셉션 마스트(Perception Mast)라고 부르는 비전 AI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통해 상품의 위치를 식별한다. 2D 카메라와 깊이 센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센서와 프로세싱 본체가 결합한 형태다. 이 본체가 박스의 높이나 위치를 판단해 명령에 따라 정해진 위치까지 상자를 옮긴다.
배터리는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충전 혹은 교체를 할 수 있다.
스트레치가 개발된 이유는 핸들의 개발 목적과 동일하다. 전 세계 80% 이상의 창고에는 자동화가 적용돼 있지 않다. 아마존과 같은 창고를 위해서는 AI와 클라우드 같은 거대한 인프라 도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스로 움직이고 물건을 명령에 따라 집어올 수 있는 로봇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러한 이유로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치는 현재 원하는 기업에 샘플 제공을 테스트하려고 하고 있으며, 제품은 2022년부터 테스트 출고된다.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컨퍼런스 안내]
◈ 2025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일시 : 2025년 2월 18일 오후 12:30~17:30
장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ST Center (과학기술컨벤션센터) 지하 1층 대회의실 1
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