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산업별 쟁점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산업별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2006년 전면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개별 조항들의 개정만 이뤄졌다. 이에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금융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개정안이 발의됐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하고 보안 안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은행, 카드사 등 산업별로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개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법무법인 율촌이 주최한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몇 가지 쟁점과 대응방안’ 웨비나에서는 산업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개정안 개선에 대한 제언을 이어갔다.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와 빅테크 육성, 금융권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이용자 보호 강화, 서비스 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 신규 라이센스 도입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후불결제업무(소액) 허용 ▲전금업자의 이용자 예탁금 분리 보관 및 외부청산 의무화 ▲위,변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인증·신원확인 제도 정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재식 핀크 본부장(왼쪽에서 첫번째), 조세경 카카오뱅크 변호사(두번째), 조선영 롯데카드 변호사(네번째)

핀테크 업계

전금법 개정안은 전자금융업종 분류를 현행 7개에서 3개(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으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가 신설된다.

자금이체업은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송금 서비스를 말한다. 대금결제업은 간편결제 서비스, 결제대행업은 디지털금융의 결제에 수반되는 업무 전반에 대한 대행 서비스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이 해당된다.

종합지급결제사업은 은행과 제휴하지 않아도 이용자 계좌를 보유해 현금 보관, 인출, 결제, 송금, 금융상품 중개 및 판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이다. 최소자본금은 신용카드사 수준인 200억원이다. 마이페이먼트로 불리는 지급지시전달업은 이용자의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하도록 전달한다. 최소 자본금은 3억원이다.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각 업종의 허가 요건이다. 특히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자본금을 두고 핀테크 업계에서는 불만을 표시해왔다. 예대업무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어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이 노리는 분야지만 자본금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재식 핀크 본부장은 “빅테크, 핀테크 다 포함해 개정안의 자본금을 충족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법 시행 후 1년 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현재 선불전자지급수단 운영 업체가 약 66곳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더 큰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 본부장은 “마이데이터 등 최근 사례를 보면 대주주 요건이나 심사중단 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선 의지가 전금법에도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대표로 참석한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정보 테스트 제한을 개선해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의 제13조에는 ‘테스트 시 이용자 정보 사용 금지’가 명시됐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11년 금융업계에서 대규모 전산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용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됐다. 따라서 운영계를 제외한 다른 목적에서 이용자 정보를 활용할 경우 테스트에 해당된다.

조세경 카카오뱅크 변호사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테스트라는 용어에 대해 관련 법상의 정의 규정이 없다”며 “의미를 유추하기가 쉽지 않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용어를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으로 인해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학습과 모델링은 동시에 이뤄진다. 최근 금융권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유의미한 알고리즘을 산출하려면 다양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현행 법령에는 가상 데이터만 활용이 가능한데, 가상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을 할 경우 알고리즘이 부정확해진다”며 “추후에는 이용자 동의 하에 사용즉시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정합성 검증뿐만 아니라 AI, 머신러닝과 같은 불가피한 활용에 대해서도 이용자 데이터 활용을 열어주는 것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카드사

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후불결제가 허용된다. 당장 4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약 30만원 한도의 소액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당 조항을 두고 카드사들은 업계에 타격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선영 롯데카드 변호사는 “최근 단기간 소액 신용업에 대한 사용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신용카드 회사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업 부서에서는 전금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기존 시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여러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도 소액이지만 사실상 여신이 가능해지면서 카드사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대신해서 신용평가를 해준다거나, 배당채권을 매입해 추심업무를 대신 보는 등 여러 가지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조 변호사는 “아쉬운 점은 흔히 말하는 카드깡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을 받는 불법 할인대출을 말한다. 현행 법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카드깡에 대한 처벌을 받지만 전금법 개정안에는 정작 이러한 규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전금법 개정안에는 깡행위를 제공하는 가맹점에 대한 처벌이 나와있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페이깡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카드사들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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