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각]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과 달랐으면

“마이데이터가 오픈뱅킹 꼴 날까봐 무섭다”

얼마 전 만난 한 기업의 데이터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마이데이터가 오픈뱅킹 서비스처럼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금융기관의 계좌 조회, 송금, 환전, 자산관리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종합 금융 서비스다. 사용자들의 금융생활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12월 시행됐다. 당시 하나의 앱만 설치해도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 금융 앱’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서비스는 등장하지 않았고, 슈퍼 금융앱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오픈뱅킹은 단순한 서비스에만 주로 활용된다. 금융결제원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픈뱅킹 서비스는 잔액조회(59.2%), 출금이체(29.9%)다. 이외에 사용자들이 자주 쓸 만한 매력적인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오픈뱅킹의 이익은 누리고 싶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자산은 최대한 오픈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가 서비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타행에서 타행으로 이체하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타행의 특정 상품이 연동되지 않거나, 등록을 위해 계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은행의 사례도 있다. 은행들의 이기심에 아직까지 많은 이용자들은 금융사별 앱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이데이터는 어떨까.  지난 2월 시행된 마이데이터 산업은 정보주체가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하는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A은행에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B기업에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모든 기관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비스 경쟁을 펼쳐야 마이데이터 제도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관련기관들은 오픈뱅킹 때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데이터는 최대한 내주지 않으려 하고, 타사의 데이터는 최대한 가져오고 싶어한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 정보제공 범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참여사들은 모두 현재 가진 작은 기득권이라도 지키기 위해 바빴고 정부는 이들을 중재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정작 데이터의 주인인 이용자는 논의에서 빠졌다. 이런 이기심이 계속 충돌하면 마이데이터 제도 역시 오픈뱅킹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입구가 좁은 항아리에 들어있는 나무 열매를 손에 쥐고 항아리에서 손을 빼지 못한다는 원숭이 이야기가있다. 항아리 바깥에는 맛있는 열매가 달린 나무들이 많지만, 손에 준 열매를 놓기 싫어서 모든 기회를 날린다는 이야기다.

오는 8월부터 사용자가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는 실질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된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오픈뱅킹의 선례를 참고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이익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업들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손에 쥔 기득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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