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택담보대출로 급성장하는 ‘베터닷컴’

[뜨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온라인에서 모기지 상품 제공하는 ‘베터닷컴(Better.com)’

디지털 금융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은행 영업점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굳이 번호표를 뽑아 창구 앞을 서성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 큰 규모의 대출을 받을 때는 오프라인 지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처럼 우리 개인의 인생에서 큰 이벤트인 경우 더욱 그렇다.

앞으로는 모기지와 같은 큰 대출도도 온라인에서 이뤄질까? ‘베터닷컴(Better.com)’이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베터닷컴은 온라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회사의 모기지 신청 건수는 약 200%가 넘게 늘었다. 온라인 주택담보대출을 앞세워 오프라인 중심의 모기지 산업을 바꿔놓겠다는 베터닷컴은 과연 어떤 기업일까.


상환금 파악까지 3초, 대출 사전 승인까지 3분


뉴욕에 본사를 둔 베터닷컴은 모기지 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대표주자다. 주택담보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모든 과정은 온라인에서만 이뤄진다. 서류 제출도 지점 방문 없이 업로드 및 인터넷 서명으로 대체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수십만 달러의 대출금을 수령한다는 것인데, 여전히 상당수의 모기지 대출이 수 십장의 종이 서류를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줬다는 평가다.

베터닷컴의 최대 강점은 신속한 사전 대출 승인이다. 고객이 개인 정보와 집값, 대출 금액 등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금액 수령을 위한 사전 절차가 끝난다. 실제 대출금이 나오려면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상환금과 이자 정보를 확인하기까지 3초, 대출 사전 승인까지는 3분이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고객은 모기지 일정이나 주택 입주 시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베터닷컴 측에 따르면 기존에는 모기지부터 클로징까지 걸렸던 42일(업계 평균)이 여기서는 21일 만에 마무리된다. 지난한 주택 구매 과정을 절반으로 감축한 셈인데, 고객은 집 렌트와 팔리는 시기, 모기지 일정 등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있어 부담을 덜게 됐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베터닷컴에 눈길이 향하는 이유다. 베터닷컴은 중개(브로커) 수수료 및 모기지 평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 대출을 위한 서류 작업 비용도 면제되는데, 결국 최종 비용에서 다른 금융권보다 적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베터닷컴의 비샬 가르그(Vishal Garg) 창업자는 “우리는 비용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최대한 자동화하여 주택 구매 체계를 완전히 뒤바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수혜 속 모기지 신청 건수 200% 증가, 소수자 차별 완화 순기능도


창업자인 비샬 갸르그(Vishal Garg)가 베터닷컴을 설립하게 된 건 자신이 직접 겪은 주택담보대출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그는 주택을 구매하며 모기지론을 신청한 바 있다. 훗날 그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토로했는데, 기존 금융 회사들이 혁신 없이도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진단하기도 했다. 갸르그는 “금융권에 종사하는 나조차도 이렇게 복잡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접근 방식’은 회사 성공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그동안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신청 단계 이후부터는 사실상 ‘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원의 전화 상담이나 종이 서류 등 오프라인 위주의 모기지 산업이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베터닷컴은 간소화된 절차와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비대면 대출 상품을 선호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베터닷컴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하나은행, 케이뱅크 등이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만큼, 비대면 금융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에 베터닷컴 역시 대규모 수요를 일으켰는데, 전체 매출은 8억달러(약 9100억원)로 전년에 견줘 8배나 상승했다. 모기지 신청 건수 역시 200%가 넘게 폭등했는데,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고 집값이 올라가면서 발생한 호재라는 평가다. 미국의 디 인포메이션은 “베터닷컴은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직원 채용을 급격히 늘리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베터닷컴이 주택 대출 시장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전미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소수자들은 대면 환경에서 디지털 플랫폼보다 6% 더 많은 기각률을 보였다. 동등한 대출 자격을 갖췄음에도 소수자에게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기도 했다. 때문에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자신들이 이러한 차별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베터닷컴 측 주장이다.


40억달러 넘은 몸값, 기업공개(IPO) 시장 나오나


베터닷컴은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베터닷컴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엘 케터튼(L Catterton) 등과 함께 2억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펀딩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5700억원)로 크게 성장했는데, 블룸버그 통신은 베터닷컴이 뱅크오브아메리카 및 모건스탠리와 함께 IPO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테크 크런치 역시 “베터닷컴이 IPO 시장에서 빛을 낼 시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터닷컴이 보이는 행보를 생각하면 IPO 시장 진출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선 기업 자체의 평가가 좋다. 베터닷컴은 지난해 CNBC 파괴적 혁신기업 15위 및 포브스가 선정한 핀테크 혁신 기업 50선에 포함된 바 있다. 현재 매출과 사용자도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저금리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월가의 긍정적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장을 통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관측도 있다. 베터닷컴은 현재 4000명 이상으로 직원을 늘리는 등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 소유자 및 소유권 보험을 출시하고 부동산 중개 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IPO로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배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회사 측은 IPO 계획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비샬 갸르그(Vishal Garg)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진행한 HW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손실보다 이윤이 더 크다”라면서 “IPO는 시기가 맞을 때 할 것”이라고 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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