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일본에서 하고 싶은 것(Ver. 커머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의 통합 법인이 1일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분율 50:50의 합작법인 A홀딩스(공동대표 : 네이버 이해진 GIO, 의장 : 미야우치 겐 소프트뱅크 CEO)를 만들어서 ‘Z홀딩스’의 공동 최대주주가 된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동맹전선이 일본에 만들어졌다.

Z홀딩스 공동대표  이데자와 다케시(라인 대표, 오른쪽), 가와베 켄타로(ZHD 사장, 왼쪽). Z홀딩스 그룹은 약 2만3000명의 임직원과 200개 이상의 서비스, 일본내 3억명 이상의 이용자와 1500만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일본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된다는 설명이다. Z홀딩스 그룹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분야에 5000억엔(한화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하여 2023년도 매출 2조엔(한화 약 21조2000억원), 영업이익 2250억엔(한화 약 2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사진 : Z홀딩스 출범 기자간담회 캡처)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검색포탈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둔다. Z홀딩스는 기존 야후재팬과 라인의 핵심 사업 분야인 ‘검색 및 포탈’, ‘광고’, ‘메신저’ 영역의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 이와 함께 Z홀딩스는 ‘커머스’, ‘로컬 및 버티컬’, ‘핀테크’, ‘공공’ 4개 분야를 새로운 집중 사업으로 규정했다. 이번 글에서는 ‘커머스’ 영역만 따로 떼어서 이야기 한다.

일본 Z홀딩스의 청사진

Z홀딩스는 1일 사업 전략 발표회를 통해 커머스 사업의 구상을 공개했다.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일본판 스마트스토어’다. 일본 이커머스 판매자들이 쇼핑몰 구축과 관리에 드는 수고를 덜고 상품 개발이나 비즈니스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토탈 이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본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위한 원천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한국의 네이버가 공유한다. 현지화 이후 운영주체는 일본 Z홀딩스 그룹이 맡는다. 일본 스마트스토어 사업은 2021년 상반기 중 그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두 번째는 ‘소셜 커머스’ 및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한 ‘크로스 쇼핑’이다. Z홀딩스의 소셜 커머스는 일본 최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한 커머스 서비스를 뜻한다. Z홀딩스는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라인 기프트’, 여러 친구와 함께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공동 구매’, 인플루언서의 상품 소개 영상을 시청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Z홀딩스식 소셜커머스 제품 라인업을 보면 알겠지만 카카오커머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하고 있는 사업인 ‘선물하기’와 ‘톡딜’, ‘카카오 쇼핑라이브’의 그 모습이 라인 안에서 재현되는 모습이다.

여기 추가된 것이 있다면 ‘크로스 쇼핑’이다. Z홀딩스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데이터를 연계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구매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변적 가격을 제공해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이 프라이스 이니셔티브’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한국 네이버의 청사진

당장 네이버가 Z홀딩스와 협력하여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것은 네이버는 일본 사업에 있어 ‘스마트스토어’와 관련된 원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협력한다는 것이다. 일본 스마트스토어와 관련한 실제 운영은 일본 Z홀딩스가 담당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실제 (일본 스마트스토어) 사업은 라인과 야후의 사용자 규모를 바탕으로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있는 Z홀딩스가 맡아 진행한다”며 “네이버는 (일본 사업을 위해) 플랫폼과 관련한 도구를 만들고 각종 기술을 지원하고 우리가 이미 성공적으로 만든 사업모델을 소개하여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네이버가 보유한 한국의 이커머스 인프라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일본의 이커머스 인프라가 연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대표는 2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작법인 출범 의미와 네이버와의 연결성과 관련한 생각을 전했다. 글로벌 이야기에 앞서 네이버의 물류 이야기를 먼저 꺼내본다.

프로젝트 꽃 2.0 : 데이터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

네이버는 2021년을 프로젝트 꽃 2.0 원년으로 선포했다. 프로젝트 꽃 1.0은 2016년 네이버가 시작한 사업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SME(중소기업,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들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프로젝트 꽃 1.0의 목표였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 1.0의 성과로 42만개에 달하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창업이 이어졌다고 평했다.

네이버가 2일 발표한 프로젝트 꽃 2.0은 SME를 넘어서 ‘브랜드’로 규모를 키워 확장하고자 하는 판매자를 돕는 지원 계획을 담고 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글로벌’과 ‘물류’에 방점이 찍혔다. 네이버는 지난 2~3년 동안 많은 성장한 SME들로부터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니즈를 청취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방법론을 궁금해 하는 SME들의 이야기도 청해들었다. 네이버는 SME들의 니즈를 구현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물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 2.0을 위한 글로벌 물류 사업으로 ‘데이터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방법론은 쿠팡과 같이 직매입과 직접 물류로 ‘빠른 물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빠른 물류를 포함하여 좀 더 다양한 판매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온디맨드 물류’가 오히려 네이버가 추구하는 물류의 방향과 가깝다.

예컨대 생필품에 필요한 자정 마감시간에 맞춘 ‘익일 배송’, 장보기에 필요한 ‘당일 배송’ 및 ‘시간지정 배송’, 신선식품에 필요한 ‘콜드체인 배송’, 명품 상품에 필요한 ‘항온항습 배송’ 등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니즈에 맞춰서 시스템에서 원하는 물류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국내 물류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류까지 아우르면서 말이다. ‘데이터 풀필먼트 시스템’에 대한 한성숙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프로젝트 꽃 2.0은 다양한 물류 솔루션을 제공해서 판매자들의 규모의 성장을 돕고 더 나아가 글로벌로 시장 확대를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네이버는 하나의 통합몰이 아닙니다. 수십만의 독립 스토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립 스토어 중에서는 빨리 도착해야 하는 생필품, 신선배송이 필요한 식품, 가전과 가구와 같은 큰 상품, 고가 명품을 다루는 다양한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SME들이 직접 서로 다른 비즈니스에 어울리는 물류 방식을 디자인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통한 ‘풀필먼트’를 구상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익일배송율’을 척도로 CJ대한통운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편에서 라이브 방송 상품을 당일 도착하도록 하는 물류도 시험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선식품이나 프리미엄 상품의 경우 또 다른 협력관계나 형태로 풀어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서로 다른 판매자들의 물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지금까지 협업을 검토한 물류스타트업만 50~60개가 넘습니다. 그만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써의 물류를 제공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은 규모도 특성도 다른 SME가 직접 디자인하는 물류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 서로 다른 협력사들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전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동대문 패션 일본 진출 추진

앞서 언급했듯 Z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일본에 한국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적용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연다. 일본 스마트스토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면, 네이버는 일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한국 판매자와 일본 소비자의 연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 중 네이버가 올해 안에 추진할 것이라 의욕을 보인 사업이 있으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동대문 패션 판매자’의 일본 진출이다.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 가능한 경쟁력 있는 패션 브랜드를 선정하여 Z홀딩스가 갖고 있는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소개한다. 그 채널이 야후쇼핑이 될 수도, 조조타운이 될 수도, 상반기 론칭하는 일본 스마트스토어가 될 수도 있겠다.

당연히 사업 추진에 앞서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기 위한 글로벌 물류 역량이 네이버에게 필요해진다. 실제 네이버가 한국 동대문 판매자의 일본 진출을 위해서 우선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물류’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일본향 글로벌 물류를 위해 지난해 투자한 두 개의 동대문 패션 기반 스타트업 ‘신상마켓’과 ‘브랜디’와 협력한다. 앞으로도 물류 처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물류를 잘하는 업체와 다양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나간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한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우선 동대문 물류 체계를 잡아보고자 한다. 상품이 만들어지고, 재고도 확보돼야 하고, 상품의 데이터화도 필요하다. 이런 것을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동대문 스마트 물류 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 과정이 마무리 되면 글로벌로 상품이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고, Z홀딩스와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 동대문 상품의 일본 진출과 관련한 물류 측면의 계획에 대해서는 네이버의 풀필먼트 사업을 맡고 있는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의 설명으로 마무리 한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는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

“동대문 패션 물류는 일반 상품 물류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상품 재고를 확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동대문 도매시장에 방문하여 샘플 상품을 매입하여 촬영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재고 없이 판매 합니다. 이후 주문이 들어온 이후에야 상품을 사입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혹여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주문 후 1주일이 넘어도 구매자들이 물건을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통상 다른 상품이 영업일 기준 3일 이내 도착한다고 하면, 동대문 패션은 며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동대문 도매시장의 문제를 풀고 있는 업체 ‘신상마켓’과 동대문 풀필먼트를 풀고 있는 업체 ‘브랜디’와 제휴 했습니다. 동대문 SME들은 그들이 역량을 갖춘 상품 샘플 확보와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후 사입부터 고객 대상의 택배 발송까지 지난한 물류 프로세스는 두 업체를 통해서 처리합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두 업체와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다양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국내에서 먼저 동대문 패션 상품의 특정 영업일 이내 고객 도착을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그 과정이 완료된다면 이후 크로스보더 물류와 연결하여 일본까지의 물류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국내보다는 조금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예측 가능한, 지금 주문하면 일본에서 한국의 동대문 상품을 며칠 이내 받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출 것입니다. 이런 물류처리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 네이버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물류를 잘하는 업체들과 다양한 협업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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