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이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공방이 막을 내리면서, 양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지만, 업계와 언론에서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와 함께 한국 배터리 기업 유망주로 자리은 기업들이다. LG화학 배터리 사업(현 LG에너지솔루션, 작년 12월 분사)은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비교적 늦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K배터리의 한 축이 됐다. 하지만  양사는 특허 문제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어떤 분쟁 과정을 거쳐왔으며,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까?

 

소송에 맞소송… 특허를 둘러싼 2년간의 법정공방

2년의 법정공방은 2019년 4월 29일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소송하면서 시작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인력을 가로채면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 구조 기술로 994특허를 출원한 것과 연관이 있다. LG화학 측의 주장에 따르면, 본래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는 LG화학의 A7배터리 개발 당시 사용한 기술이다. LG화학은 국내 경찰에도 산업기술 유출방지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반발했다. 6월 10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법에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하고,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994 특허 등록자는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해 온 인물이지만, 시기적으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보다 뒤늦게 기술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9월 3일, LG화학이 자사의 994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의 갈등은 극심해졌다. 급기야 양사는 고위급 간 회동도 취소하고, 국내외로 소송 공방전을 펼쳤다. 특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기술 및 특허 관련 자료를 삭제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에서 명확히 밝히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삭제한 문서는 특허와 관련 없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결국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 해결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삭제한 파일을 포렌식을 통해 추적할 것을 명령했다. 뒤이어 SK이노베이션도 ITC에 LG화학 측의 무단반출도 포렌식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ITC, 결국 LG화학 손 들어주다

2020년 2월 14일, ITC는 LG화학이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Default Judgement)를 예비 결정했다. 잠정적으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포렌식을 통해 추적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이 밝혀진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곧이어 SK이노베이션은 2개월 뒤 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ITC는 재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재검토 결과는 10월 5일에 밝힌다고 했으나 10월 26일로 연기되고, 이후에도 12월 10일, 2021년 2월 10일로 두 차례 더 연기됐다.

그 후 2월 10일(현지시간), 결국 ITC는 마지막까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몇 가지 예시를 보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부품 등을 미국에 10년 간 수출할 수 없다. 현재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포드, 폭스바겐에는 각각 4년, 2년 간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제공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수조원 대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성명을 통해 ITC의 판결에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소한 SK이노베이션, SK이노의 행보는?

SK이노베이션은 다시 한번 ITC 소송 결과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ITC 소송은 민사소송이기에 양사의 합의 하에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시, SK이노베이션이 안게 될 손실은 막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ITC에서 진행한 지난 25년 간 소송 결과를 분석하면 예비결정 결과가 최종결정 결과까지 이어졌다. 영업비밀 관련 소송은 100% 동일했으며, 특허소송은 90%였다. 마찬가지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판결 결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최상의 시나리오는 양사 간 합의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삼성증권도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에만 기대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며 합의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분쟁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훼손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이미 2019년 11월 이후 조기패소 조짐이 보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현재의 악재는 종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