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오른 것에 논란이 있다고 한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 이민자 가족의 정착기를 다룬 영화인데,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제작했다. 또 미국 국적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고 스티븐 연과 아이들 등 주요 출연진 또한 미국 국적이다. (엄마 역의 한예리, 할머니 역의 윤여정 배우는 한국국적)

이런 점에서 미나리는 분명히 미국 영화지만 상당수의 대사가 한국어로 되어 있다. 골든글로브 측은 미나리의 대사가 50% 이상이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작품상이나 감독상과 같은 본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렸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가장 미국적인 영화를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시켰다며 주최 측을 비판하기도 했고, 한국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미나리 소식을 들으면서 쿠팡을 생각했다. 미나리의 상황과 쿠팡이 비슷한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업가치가 무려 5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국내 유통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시가총액을 더해도 8조5000억원에 불과하는 점에서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총리가 나서 쿠팡의 상장 소식에 축하를 전할 정도다.

그런데 쿠팡이 한국의 코스닥이나 코스피가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을 선택한 배경이 무엇이냐며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주요 경제지들은 한국 공정거래법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하고, 한국은 규제가 많아서 한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간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언론에서 쿠팡이 탈(脫) 한국 한다고 제목을 뽑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정치인도 이에 동조하는 주장을 펼쳤다.

다양한 분석과 해석은 좋지만, 그 전에 쿠팡이 한국기업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필요한 논쟁이다. 그럼 쿠팡은 한국기업이 맞을까?


이번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는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가 이끄는 (우리가 아는) 쿠팡 주식회사가 아니다. 쿠팡 주식회사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Coupang Inc)가 상장되는 회사다. 쿠팡아이엔씨는 미국 델라웨어 법인이다. 한국의 쿠팡 주식회사는 쿠팡아이엔씨 100% 자회사로, 쿠팡아이엔씨의 한국지사인 셈이다.

쿠팡아이엔씨 창업자이자 CEO는 김범석 씨로, 김 CEO의 국적은 미국이다. 쿠팡아이엔씨는 한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 초기에는 매버릭캐피탈, 알토스벤처스, 세콰이어캐피탈, 블랙록 등의 투자를 받았고, 최근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로부터 조단위의 투자를 받았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 자본, 미국 제작사, 미국 감독과 미국 배우들이 만든 미국 영화라고 보면, 쿠팡아이엔씨 역시 미국인 창업자가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 설립한 미국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미나리는 미국 영화고 쿠팡은 한국 회사라고 이야기하는 건 좀 어색하다.

물론 미나리나 쿠팡이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나리는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쿠팡은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서비스하는 이커머스 서비스다. 미나리와 쿠팡을 한국과 떼어두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영화인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본상 후보에 오를 수 있어야 자연스럽듯, 쿠팡아이엔씨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를 두고 ‘왜 쿠팡이 탈 한국을 하게 됐는지’와 같은 과도한 해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다.

김범석 대표는 창업초기부터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한국 공정거래법에 차등의결권이 있든 없든 김 대표의 목표는 한국 주식시장이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 상장이었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고, 쿠팡이 뉴욕증시에서 상한가를 친다면 박수칠 일이지 탈한국을 했다고 한탄할 일은 아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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