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은 왜 밀레니얼을 택했을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하겠다”

증권 시장에 출사표를 낸 토스의 핵심 전략이다. 기존 증권사들의 시스템이 이미 확보한 이용자는 많을지 몰라도,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층은 다소 사용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에서 기회를 찾았다.

기존 증권사들은 과거의 PC기반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그대로 모바일에 옮겨놓았다. 따라서 메뉴와 기능은 많지만 사용이 어렵다. 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금융상품 판매에만 집중해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므로 소액투자 고객이나, 처음 투자를 접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시장 진입에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토스증권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토스증권의 비전이자 전략이다.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3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첫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시장에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기능을 MTS에서 구현하려다 보니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접근이 너무나 어려웠다”며 “토스증권은 투자 입문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실험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밀레니얼 세대일까.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많지만, 경험이 없거나 적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적합한 플랫폼이 사실상 없다고 토스증권 측은 판단했다. 이 회사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특화된 플랫폼을 제공해 미래 고객이자 잠재고객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박 대표는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플레이어(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해 이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2030세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4050세대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는 전략”이라고 봤다.

물론, 토스증권뿐만 아니라, 기존 증권사들도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시장에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뛰어들면서, 코스피 지수가 30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통 증권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밀레니얼 세대를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토스증권이 꺼낼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박재민 대표는 “사용자 중심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했다”며 “토스증권은 모바일 경험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모바일에서 밀레니얼을 상대로 쌓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자체에 차별화를 심겠다는 이야기다.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

철저히 ‘주린이’만을 위한 플랫폼

토스증권이 말하는 경쟁력이란 무엇일까? 박 대표에 따르면 토스증권 측은 개발 초기부터 사용자 집중 인터뷰를 통해 주식 투자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란스럽다고 지적한 부분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토스증권의 MTS는 이러한 방향성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투자자가 친숙한 브랜드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종목들이 조회된다. 예를 들어, ‘새우깡’을 검색하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명인 ‘농심’이 결과로 나오는 식이다.

매수, 매도 등 증권 MTS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메뉴의 이름을 각각 구매하기, 판매하기 등으로 표시한 것이나, 화면을 직관적으로 설계해 주식거래를 간편히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도 차별화 요소로 보고 있다. 또 음원차트와 같이 구매 톱(TOP)100, 관심 TOP100 등 토스증권 사용자의 매매 통계에 기반한 투자정보와, 영업이익률 TOP100 등 재무제표 기반의 정보를 제공한다.

리서치 정보에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기도 했는데, 회사가 등록한 기존 업종 분류에서 한발 나아가 실제 재무제표상 매출을 기준으로 세분화한 ‘토스증권산업분류기준(TICS)’ 체계를 선보였다. 사용자는 전기차부품,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폰MLCC 등 기존 증권사 MTS에서 산업분류로 검색이 어려웠던 업종 관련 주를 찾을 수 있다.

토스증권의 MTS 서비스는 토스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정식 서비스에 앞서, 사전신청을 받고 있다. 토스증권은 오는 설 연휴 전후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토스증권은 상반기 중 해외주식 서비스를 선보인다. 소액투자를 할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주식 시장의 경우 우량주가 국내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아마존만 해도 1주당 3000달러가 넘는다.

박 대표는 “0.1주 혹은 0.01주 단위의 소수점 거래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또 내년 상바기에는 간접투자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증권의 진짜 경쟁력 ‘토스’

토스증권이 주 고객층으로 설정한 2030 세대 밀레니얼 고객은 약 10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해당 연령대 투자자층은 약 150만명이다. 토스증권은 기존 토스 고객 가운데, 수백만 명의 잠재 고객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18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토스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앞으로 토스 사용자들은 송금, 보험, 투자, 은행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토스는 이러한 금융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증권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증권의 IT시스템

토스증권은 약 2년에 걸쳐 인프라를 마련했다. 모든 주요 시스템과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부 인프라에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이다. 갑자기 사용자가 폭증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토스증권은 퍼블릭,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이뤄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퍼블릭 존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클라우드를 도입했다. 다만, 원장 시스템 등 코어시스템은 보안을 위해 레거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코어시스템 외의 서비스 레이어에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오창훈 토스증권 기술 부문 리더는 “AWS 클라우드는 제한적으로 리소스를 활용하고 있다”며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이미지 등 스태틱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스증권은 서비스 장애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백업시스템을 구축했다. 재난 상황에서도 하루가 넘기기 전에 빠르게 가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토스 서비스에 장애, 오류가 발생해도 토스증권 서비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토스증권 서비스는 별도 웹브라우저와 별도 인프라에서 구동되기 때문이다. 토스증권은 토스앱과 사실상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토스 앱이 장애가 나더라도 토스증권은 서비스가 이뤄지는 구조다.

박 대표는 안정적인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년간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이중화했고, 전체 인력 90명 중 절반 정도는 기존 증권사에서 영입해 초기 안정적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대형사 수준인 월간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IT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한편, 토스증권은 최근 대규모 인력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토스증권의 인력은 약 90명이다. 이 중 개발자는 약 60%다. 올해 토스증권은 지금보다 약 두배 규모인 180명까지 인력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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