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어두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지난 2020년 반도체 업계는 미·중 경제분쟁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 소식으로 가득했다. 반도체와 국제 정세에는 ‘중국 반도체 굴기’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의 발전 과정을 보면 어떤 사업이나 정책을 진행할 때 국가 차원에서 투자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곤 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언이 발표되자 전 세계가 들썩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작에 비해 지금은 휘청이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앞으로 전세계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수에 강한 중국, 반도체 자급자족에 팔 걷어

중국 반도체 굴기는 2015년 중국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산업계획의 일환이다. 이는 중국을 성장시킬 10대 핵심 산업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독일과 일본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10대 산업에는 ‘차세대 정보기술’ 분야가 포함됐다. 중국은 차세대 정보기술산업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발표 당시 중국은 반도체 핵심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칩도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소비 규모에 비해 해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2020년 40%, 2025년 70%로 정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경쟁국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간 D램 기술은 5년, 낸드플래시 기술은 2년 이상의 차이가 난다. 중국 1위 파운드리 SMIC(중신궈지)도 공정 기술이 한국에 비해 4~6년 정도 뒤처졌다. 팹리스는 미국이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15%에 불과하다. 메모리도, 비메모리도 기술력만으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중국은 현 기술력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굴기를 이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10년 간 12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화웨이, ZTE, 칭화유니, SMIC 등 반도체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에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규모를 연평균 20% 성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정책 지원을 확대했다.

여러 행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적극적인 반도체 기업 인수 합병 시도였다. 2015년에는 미국의 낸드 솔루션 기업 ‘샌디스크’와의 인수합병을 시도했고, D램 제조사 마이크론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이후 HDD 전문기업 웨스턴디지털 지분 참여 의사도 밝혔고, 도시바 메모리 분사 시에도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에게는 ‘발전’, 미국에게는 ‘탈취’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인수합병 시도는 다른 국가에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인수합병이나 투자계약 등을 통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인수합병 건을 가지고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외국인투자심사의위원회(CFIU)에 제헌했고, 결국 중국의 인수합병 시도를 무산시켰다.

더 나아가 미국은 기술 유출과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화웨이, 푸젠진화(JHIC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을 규제 리스트에 등록했다. 푸젠진화는 중국의 D램 굴기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화웨이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노동조합이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국영기업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2018년 7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발발했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 818종에 관세를 25%를 부여했고, 중국은 이에 보복을 단행했다. 양국 간 전쟁은 심화되어 2019년 1월에는 미국이 화웨이, ZTE 등 부품 금지 법안을 직접적으로 내놓았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계열사에 대한 제재도 가했다. 2020년에는 화웨이 반도체 생산 관련 규제도 강화해, 9월 15일 세계적으로 화웨이 공급 금지 법안을 적용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는 SMIC도 제재하고 나섰다.

중국이 ‘내수시장’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에서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 즉 ‘나노 공정’에 의해 원가, 생산성, 성능이 모두 결정된다. 더 미세하게 생산할수록 원가도 절감되고, 성능도 높아지게 된다. 또 반도체는 국가 간 쉽게 이동이 가능한 제품이고, 설계도는 물리적인 이동 자체가 필요 없다. 다시 말해, 금을 그어 놓고 ‘여기까지 우리 거야’라고 하거나, ‘이 지역까지만 사용하게 할 거야’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시장이 발전해 반도체 기술력이 일정 수준 올라오게 된다면, 중국의 메모리를 정보기술기기에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한다. 이 같은 이유로 여러 국가와 기업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견제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선제 차단에 나선 것이다.

어두운 반도체 굴기 전망, 하지만 한국 대비 필요

현재 중국 반도체 굴기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그래도 중국 반도체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업계와 외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첨단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 수출·무역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결국, 중국에 대한 관점은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니라, 미국 전반에 깔린 기조임을 나타냈다.

게다가 현재 중국 내부상황도 좋지 않다. 국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과도 같던 칭화유니 그룹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12월 9일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유동성 문제로 10일에 만기 하는 4억 5천만 달러(한화 약 4899억원)의 회사채 원금을 갚을 수 없다며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또한, 중국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기에, 더 많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현재 기술 격차를 가지고 메모리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경우, 매년 5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이 일어날 전망이다. 시장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에는 10조원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중국 반도체 굴기의 현 상황은 부정적이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로 반사이익을 본 국가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산업은 성장하고 있으나, 중국이 빠른 시일 안에 수율을 안정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중국 제재라는 기회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간 반도체 장비 기술격차는 1, 2년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고 EUV 노광 공정 장비를 들이기 시작한다면, 1, 2위 파운드리 기업에서나 가능한 공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곧 경쟁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결국, 3~5년이 양국 반도체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2 댓글

  1. 뉴스가 그리고 분석이 도움이 됩니다,누구보다 빠른 뉴스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