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결정핵 생성 원리 제시… 반도체 나노 공정도 앞당긴다

반도체 및 소재 분야에서 오랜 난제로 꼽힌 결정핵 생성 원리가 밝혀졌다. 결정핵은 재료를 생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원리가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박정원 교수와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 기계공학과 이원철 교수,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이 이 실험을 진행했는데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재료는 모두 원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는 가장 처음 핵심이 되는 ‘결정 핵’을 생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크기를 키워 나간다. 이 과정을 결정화라고 한다. 결정화가 되어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재료’의 형태가 된다.

그간 많은 연구진들이 연구를 진행했지만, 과정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크기도 너무 작기 때문에 관찰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원자 한 개의 두께만큼 얇은 그래핀 막 위에 금 나노 결정을 합성하고,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으로 핵 생성 과정을 관찰했다. 여기서 그래핀은 하나의 탄소 원자층으로 구성된 얇은 물질로, 차세대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금 원자가 결정핵으로 성장하는 과정 (출처: 삼성전자)

관찰을 진행한 결과, 결정핵은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덩어리로 뭉쳤다가 정렬을 이루며 결정을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크기를 키워 나갔다. 그 과정을 거치며 결정핵을 이뤘다. 그간 결정핵을 중심으로 크기가 성장하고, 우리가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재료가 된다는 사실은 학계에 알려져 있었지만, 이 같은 과정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원자가 한 곳에 모여 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초기 핵 형성 단계에서는 필요한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무질서하게 뭉쳤다 정렬을 이루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반도체, 특히 나노 공정의 발전도 가져올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박정원 교수는 “결정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발견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해 고체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의 근본 원리를 밝혔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서 한양대학교 이원철 교수는 “박막 증착 공정의 극히 초기 상태를 실험으로 재현했다”며, “이를 응용하면 향후 반도체 분야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반도체의 크기가 현재만큼 작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나노 공정이 발달하고, 생산성을 위해 미세 공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결정핵을 비롯한 작은 크기의 재료 연구의 필요성도 증가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 단위의 물질을 파악하고, 반도체 미세 공정 및 배선 또한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 내용은 ‘원자핵이 결정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결정상과 결정상 사이의 가역적 전이 (Reversible disorder-order transitions in atomic crystal nucleation)’ 논문에 수록됐다. 또한, 학계의 오랜 난제 결정핵 생성 원리를 제시한 것을 인정받아 28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를 지원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내 과학기술 연구분야를 육성 및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에서 지원 과제를 선정한다. 삼성전자가 주최하며, 2013년부터 1조 5천억 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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