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콘텐츠를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풀필먼트부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연결되는 네이버의 전략을 담고 있는 글이고, 지난해와 비교하여 큰 그림의 변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 콘텐츠 : 네이버 풀필먼트가 온다, 지난해 3월 작성한 이 글이 시작점이었고 오늘 네이버가 공식화한 내용은 이 글의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피셜’은 특별하다. 그간 네이버는 두루뭉술한 내용을 중심으로 자사의 풀필먼트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수많은 물류업체와 자본을 섞었지만 이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계속해서 이어진 물류기업 투자와 관련해서는 “자체 물류를 구축하기 어려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풀필먼트와 연결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해외 진출과 관련한 다양한 스터디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랬던 네이버가 28일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풀필먼트’ 사업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다시 말하지만, 오피셜은 특별하다.

네이버의 신성장동력 ‘커머스’

본격적으로 풀필먼트 이야기를 풀기 전에 네이버의 이커머스 비즈니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네이버의 이커머스는 2020년 빠르게 성장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연간 수익(매출)은 1조897억원으로 전년대비 37.6% 성장했다.

2020년 4분기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영업수익은 3168억원이다. 커머스 사업의 동기간 네이버 전체 영업수익(1조5126억원) 대비 20.9%를 차지한다. 커머스 사업의 수익 규모는 네이버 사업부문 중에서 서치 플랫폼(2020년 4분기 기준 7702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은 4분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44.6% 성장했다.

네이버 2020년 4분기 및 연간실적 요약(자료: 네이버)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에는 쇼핑관련 광고 수익, 중개 수수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요금이 포함된다. 네이버쇼핑에서는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와 같이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이 한 축을 차지한다. 동시에 네이버쇼핑에는 쿠팡,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 외부몰이 네이버쇼핑에 입점하고 지불하는 수수료가 있는데, 이 또한 커머스 매출에 계상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의 매출 비중이 외부몰 입점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보다 크고, 성장세도 더 빠르다. 월 4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는 28일 발표 기준으로 2020년 네이버가 목표한 수치였던 200만명을 돌파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커머스 측면에서) 2020년 네이버는 커머스 멤버십(네이버 플러스), 브랜드스토어, 쇼핑라이브 같은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노력했고, 커머스 거래액은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며 “네이버를 통한 SME(중소기업)의 신규창업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네이버는 SME들이 네이버 안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 및 성장 단계별 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2021년에도 커머스의 높은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박상진 네이버 CFO는 “네이버가 기존 해왔던 검색과 광고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커머스와 핀테크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장기적인 성장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후발적인 매출원들, 신규 비즈니스에 대한 매출 성장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며 “당장은 공격적인 투자, 마케팅으로 인해 비용이 수반돼 (신사업의) 영업이익 개선에 대해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영업이익 개선이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네이버 풀필먼트는 계속된다

네이버 풀필먼트는 2021년에도 계속된다. 박 CFO는 “네이버가 구축하는 가치사슬 가운데 네이버가 자체적인 역량으로 직접 하기 어렵거나, 직접 하는 것보다 협력이나 아웃소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게 물류”라며 “지난해 이어진 CJ대한통운과 협력뿐만 아니라 3PL, 4PL 물류업체 투자는 올해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풀필먼트는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뉜다. 하나는 네이버의 B2C 마켓플레이스 ‘브랜드스토어’의 물류대행이다. 브랜드스토어의 물류는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자사주 교환을 해서 3대주주가 된 종합물류회사 CJ대한통운을 통해 처리한다. 주문 마감시간은 자정으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동일한 타임라인으로 오늘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배송해주는 개념이다.

한 대표는 “지난해 4월 브랜드스토어를 오픈한 LG생활건강이 CJ대한통운 풀필먼트를 이용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 기준으로 8개 브랜드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 중”이라며 “(풀필먼트를 통해서) 빠른 배송을 제공한 상품에 대해서는 구매 리뷰 및 평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등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네이버 풀필먼트의 또 다른 축은 네이버의 C2C 마켓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의 물류대행이다. 스마트스토어의 물류는 주로 지난해부터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물류업체들(위킵, 두손컴퍼니, FSS, 아워박스 등)을 통해 진행한다. 지난 9월에는 또 다른 대형물류업체 ‘판토스’와 API를 연동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네이버측 설명이다.

네이버가 풀필먼트 확장 전략으로 1호 투자한 업체 위킵의 이커머스 물류센터 전경

한 대표는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위해서 기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4PL 풀필먼트회사에 투자했다”며 “네이버가 물류 관련해서 투자를 하고 스마트스토어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SME 사업자들이 물류에 대한 고민 없이 좋은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 설명했다.

2021년 네이버는 브랜드스토어와 스마트스토어의 풀필먼트 측면에서 더 나은 연결 환경 구축과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브랜드스토어 측면에서) 지금까지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브랜드사, 네이버 사이의 사용자들과 물류 흐름을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다”며 “올해는 더 많은 브랜드사들이 CJ대한통운을 선택해서 조금 더 많은 상품이 사용자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특가창고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빠른 배송을 테스트했고, 흐름이 잡혀서 확장 속도는 지난해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마트스토어 측면에서도) 4PL 풀필먼트회사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연결하면서 이용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풀필먼트회사를 선택하는 판매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연결이 보다 원활해지면 올해는 4PL 풀필먼트회사와 스마트스토어의 연결도 조금 더 속도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큰 그림


네이버는 2021년에도 풀필먼트 측면에서 ‘직접 물류’를 검토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외부의 물류업체와 제휴를 해나가면서 이커머스 물류를 수행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구축해나간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물류 니즈’를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한다고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커머스가 다루는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질수록 ‘빠른 배송’ 외에도 다양한 니즈가 관측된다”며 “예를 들어서 지정일 예약배송이나 원하는 형태로 포장을 바꾼다거나 프리미엄 선물 배송, 친환경 포장 등 다양한 배송 품질에 대한 니즈가 보인다”며 “여러 가지 부분을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한다고 모든 물류 측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계속해서 다양한 물류업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 또한 물류에 대한 고민이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고 단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니즈가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여러 스타트업과 새로운 업체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자들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서 사업자들의 물류 부담을 단계별로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의 대다수가 대기업보다는 SME이기 때문에 SME의 수고를 줄이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직접 물류를 운영하는 쿠팡과는 다른 형태의 물류체계에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을 발전시킬 것”이라 말했다.

향후 네이버 풀필먼트는 ‘글로벌’과 연결된다. 그러니까 네이버가 보유한 한국의 판매자 네트워크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판매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할 계획이다. 박 CFO는 “네이버는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과 확장을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한국의 SME들과 네이버가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더 나아가 SME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창구를 네이버의 도구(Tool)로 만들어서 글로벌 생태계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 굉장히 많은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장 네이버가 연결할 수 있는 시장은 ‘일본’이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자본동맹을 맺어서 설립한 합작법인 Z홀딩스가 여기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Z홀딩스가 통제권을 갖고 있는 ‘야후재팬’과 ‘조조타운’ 등의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한 네이버 커머스 네트워크의 해외 진출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도 Z홀딩스 공식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커머스, 핀테크 측면에서 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Z홀딩스 관련 질문은 양사 통합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기에 양해를 구한다”며 “현재는 여러 부분에 걸쳐서 다양한 협력방안이 예상되지만, 경영통합 완료 이후에 내용을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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