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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퓨처플레이의 합작 벤처 창업기

남성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 ‘히든피터’를 준비중인 이디더블유오(EDWO)는, 정말 말 그대로 ‘생 초짜’ 스타트업이다. 공동창업자인 이승미 대표와 강현진 이사는 지난해 5월 처음 얼굴을 본 사이다. 당시만해도 두 사람은 각각 퓨처플레이와 LG전자에서 월급을 받으며 신사업 기획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흥미가 있느냐 의사를 묻더니만, 이후 8개월만에 새 법인을 만들어 독립시켰다.

EDWO는  이르면 오는 3월 말 시장에 히든피터를 정식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상품조차 내지 않은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LG전자와 테크 기반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합작해 만든 사외벤처라서다. 요즘은 대기업도 모두 사내 벤처를 육성하고, 이들중 분사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아예 DNA가 전혀 달라보이는 대기업과 액셀러레이터가 작심하고 만나 기획부터 함께 한 스타트업은 찾기 어렵다. 두 회사는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여러 길 중 협력을 택했고, 그 첫번째 결과물이 EDWO가 됐다.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 자리잡은 EDWO를 찾아 이승미 대표와 강현진 이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독립후 창업자가 되어 보낸 지난 일주일동안, 법인 설립에 필요한 여러 서류 작업과 관공서 방문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들에게 히든피터는 어떤 서비스인지, 또 어떤 확신과 비전을 갖고 창업을 결정했는지를 물었다. 살아온 길이 다른 두 사람은 작은 질문에도 전혀 다른 생각을 내놓았는데, 그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그렇게 다른 생각이 싸움의 이유가 되는게 아니라 아이디어 발전을 위한 토론의 원천이 된다는 듯이 말이다.

EDWO 이승미 대표(왼쪽)와 강현진 이사. 생각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난지 여덟달만에 함께 창업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히든피터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확신이었다. 회사 이름인 EDWO 에는 큰 즐거움이 끝없이 펼쳐지는 멋진 여정을 이어가겠다(Eternal Delight, Wonderful Odyssey)’ 뜻을 담았다.

질문1. 왜 남성 패션인가

“처음에는 ‘언택트’라는 주제 안에서 리빙, 식습관, 생활습관을 개선하자는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중에서도 우리팀이 가장 잘 살릴 수 있고 가장 빠르게 시장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른 것이 패션이었어요.” _ 이승미 대표

이승미 대표에 따르면, 히든피터의 기본적 개념은 ‘각자의 체형에 잘 맞는 옷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시장에는 정말 많은 패션 브랜드가 있고 심지어 큐레이션 서비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고르는 일은 어렵다. 선택지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다.

모든 판매처의 상품을 일일이 검색해 찾아보고 입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과 돈은 유한한 자원이다. 너무 많은 상품, 그리고 부족한 시간에서 오는 괴리를 큐레이션 서비스가 메꿔줄 수 있다면? 히든피터의 기본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히든피터 기획 이미지

“시장에 정말 많은 브랜드와 서비스가 있죠. 티셔츠를 사려고 상품을 검색하면 티셔츠가 너무 많은 거예요. 내 사이즈를 제대로 찾기 어렵죠. 이렇게 방대한 정보 속에서 내 고객 한명 한명에게 맞춤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_ 강현진 이사

EDWO는 특히 남성 의류 부분에서 큐레이션 서비스가 아직 파고들 부분이 많다고 봤다. 남성 의류 브랜드도 여성의 것 만큼이나 많지만 대신 체형별 분류나 큐레이션 부분에서 도전해볼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립전 고객 반응 테스트 기간 때 잠재적 남성 고객들로부터 체형 맞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강 이사는 “페인 포인트가 있는 고객한테 딱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고객이 그것을 취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시장성을 말했다.

질문2. 무엇이 이들을 창업을 결심하게 만들었나

따지자면 삼박자가 맞았다. 우선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아이템이다. 분사 전  LG전자와 퓨처플레이의 합작 사내벤처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내부 테스트해본 지표가 좋았다는 점이 분사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이끌었다. 두번째는 함께 하는 사람이다. 여덟달을 함께 일하면서 더 길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원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이 중요한데, IT 기술 분야에서 실력을 쌓은 모회사가 탄탄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두 사람의 이력도 패션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승미 대표는 퓨처플레이에서 신사업개발을 맡아 했다. 하지만 그 전에는 패션 의류 회사에서 MD로 일했고, 이후에는 친동생과 함께 의류 브랜드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회사가 돌아가는 전 사이클을 경험해본 이력이 있다. 그에게는 이번 일이 LG전자와 퓨쳐플레이라는 든든한 멘토이자 투자자 함께 하는 창업의 기회였다. 이승미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EDWO에서 브랜드 기획을 맡는다.

강현진 이사는 창업후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한다. LG전자에서 그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해왔는데, 그 경험을 살리되 방향을 조금 틀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강 이사는 “항상 바로 출시되는 상품이 아닌 2~3년 후의 먹거리를 바라보는 부서에서 일을 해왔고 만족감도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서비스를 고객에게 바로 전달하는 것에 스스로 굉장히 활력을 얻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질문3. EDWO는 앞으로 무엇을 하려하나

LG전자와 퓨처플레이가 사외벤처로 독립하는 이들에게 준 미션은 “성공하라”이다. 강현진 이사는 “독립하려고 짐을 싸는데 어느 동료가 “방금 뜯은 새 것”이라며 마우스를 쥐어주더라”고 웃었다. 아이템 개발을 하는 일이야 분사 전이나 후가 같지만 회사 경영은 마우스처럼 작은 살림살이 하나 장만하는 것부터 모두 새로운 일이라 하나하나 도전이다.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당장은 이들과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이들이 브랜드와 서비스 전문가이기 때문에 개발자 채용이 급선무다. 이들에게 어떤 당근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테크 부문에서 강자인 LG전자와 퓨처플레이에서 개발과 관련한 전문가 멘토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업에서 경험을 쌓은 개발자들과 네트워크, 그리고 지식 교류는 상당한 매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은? 당연히 서비스 론칭과 고도화다. 기본적으로 히든피터는 비대면으로 온라인 상에서 자신과 비슷한 체형,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스타일을 만나는 커뮤니티형 서비스이다. 따라서 이를 알리고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 고도화 시키는데 당분간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으로는 물론, 패션 업계에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는 것이다. 이승미 대표는 “옷 고르기 전에는 일단 히든피터부터 찾아봐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히든피터라는 서비스를 통해 본인에게 딱 어울리는 상품의 브랜드와 사이즈를 알게 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탐색과 추천, 구매, 선물 등 패션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서 히든피터가 사람들이 먼저 찾는 사이트가 되겠다는 포부인데, 그 고민과 노력이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 서비스가 출시되면 확인할 수 있겠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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