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업계에 기정사실화 돼 퍼지고 있다. 매각설의 근원은 이베이의 성명서다. 이베이 본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서(eBay Issues Statement on Strategic Review for its Business in Korea)를 통해 “한국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Alternatives)을 탐색, 검토, 평가하고 있다”며 “회사(이베이)는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비즈니스의 미래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까지 선택지에 두고 있는 것이 맞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라 설명했다.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안 중 하나로 염두에 둔 것은 맞다. 항간에 알려진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단가 ‘5조원’에 대해서는 “우리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이베이코리아측은 답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5조원 가치의 매물로 나왔다고 가정한다.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판단하는 몇 가지 기준들에 대해서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투자업계 관계자, 이커머스 업계 실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업체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지, 만약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어떤 시너지를 볼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베이코리아 현황분석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다른 말로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요컨대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장터를 제공해주고 ‘중개 수수료’와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 경쟁업체의 운영 형태로 보면 ‘네이버’, ‘11번가’와 유사하고, 쿠팡이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 ‘아이템마켓’과 또 유사하다.


오랫동안 이베이코리아가 내세운 경쟁력이 있다면 ‘효율성’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익을 남기는 업체가 많지 않은 이커머스 플랫폼 판에서 이베이코리아는 오랫동안 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2019년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1조954억원, 영업이익은 615억원이다. 각각 전년대비 12%, 27% 성장한 수치다. 2019년 추산 거래액은 18조원으로 전년대비 약 12% 성장했다. 2020년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8~19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1000명도 안 되는 인력으로 극도의 효율을 만들고 있는 것이 이베이코리아가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이베이코리아 입장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기세’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는 현시점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양강이라 평가받는 ‘네이버’와 ‘쿠팡’에 비해 뒤쳐진다고 평가받는다. 과거 독보적인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였던 지위 또한 신흥 강자들에게 내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2020년 상반기 주요 이커머스 서비스들의 결제금액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결제금액은 8조6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추정치(8조6200억원) 대비 0.05% 성장한 숫자다. 같은 기간 쿠팡은 41.4% 가까이 성장하며 2020년 결제액 추정치 기준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숫자를 넘어섰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결제금액 성장 추정치(자료: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5조원은 적절한가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로 알려진 ‘5조원’이 다소 높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실물 자산, 요컨대 물류 인프라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래액 규모가 비슷한 쿠팡과 비교해서 이베이코리아를 놓고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을 가정했을 때 쿠팡의 기업가치는 30조원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베이코리아에 물류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베이코리아는 빠른 배송을 위해서 자사 물류센터에 3자 판매자의 상품을 재고로 보관하여 당일출고의 속도를 만드는 ‘스마일 배송’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초 4만평 규모의 동탄 풀필먼트센터를 가동했다. 그 전까지 운영하던 3600평 규모의 용인 물류센터를 포함하여 10배 이상의 공간이 새롭게 생겼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스마일 배송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물류에 있어서도 손익분기점을 오가는 운영을 한다는 게 이베이코리아가 내거는 강점이다.

다만, 물류 인프라만 꼽고 보더라도 경쟁업체들의 기세가 더 매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2020년 하반기 발표 기준으로 총 58만여평의 물류센터 인프라(물류센터 32개, 배송거점 캠프 140개)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또한 CJ대한통운과 지분을 교환하고, 복수 풀필먼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물류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을 간접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유승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스마트 커머스 및 유통 담당 연구위원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유형 자산 비중을 중요하게 본다”며 “이베이코리아는 쿠팡처럼 유형 자산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도 그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년을 지켜봤지만, 쿠팡이 고공성장 할 동안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큰 성장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픈마켓 하나만 가지고 이베이코리아에 높은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5조원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대부분 이베이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오픈마켓’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여기 더해 한국의 이커머스 판매자들은 주로 여러 마켓플레이스에 동시 입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베이코리아의 판매자 네트워크는 경쟁 이커머스 업체의 판매자 네트워크와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해석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전략 담당 고위관계자 A씨는 “이커머스의 성공요인은 크게 4가지로 하나는 IT, 두 번째는 물류, 세 번째는 마케팅, 네 번째는 머천다이징이다. 여기에서 어떤 하나하나의 역량이 빠질수록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고 본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베이코리아는 마케팅과 머천다이징, IT는 적당히 하고 있고, 물류는 라인 정도만 존재할 정도로 굉장히 얇다”고 평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을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부족한 역량을 보충하는 용도로 쓰고자 할 것”이라며 “그래서 네이버나 쿠팡 같이 이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 입장에선 굳이 돈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한 대형 IT기업 이커머스 투자 담당 실무자 B씨는 “이베이코리아의 판매자 네트워크는 굉장히 오래됐고, 여러 마켓플레이스에 중복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다”며 “자체적으로 신규 판매자가 잘 들어오고 있는 네이버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매력도는 떨어진다”고 평했다.

유승우 연구위원은 “쿠팡이 대한민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서 직접 이베이코리아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쿠팡 또한 자체적으로 마켓플레이스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5조원이나 들여서 이베이코리아를 살 이유가 있나 싶다. 만약 같은 돈이라면 쿠팡플레이와 같은 OTT 플랫폼 강화를 위해 사용하고 종국에 라이브 커머스와 연결시키는 그림을 그리는 게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평했다.


누가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나

때문에 현시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오픈마켓 망을 갖고 있지 않거나, 부족한 사업자다. 요컨대 신세계와 롯데와 같은 오프라인 기반 대형 유통기업이 인수합병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이들 기업들은 실제 과거 또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와 티몬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오픈마켓’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유승우 연구위원은 “아직 오픈마켓의 힘이 약한 업체들이 이베이코리아를 노릴 만하다고 본다”며 “신세계, 정확히 말하면 이마트를 유력 후보로 꼽을 수 있다. 새로 선임된 강희석 SSG닷컴 대표(이마트 대표 겸임)가 그간 소홀했던 마켓플레이스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한진 택배부문 인수설이 함께 나오고 있는데, 이마트가 마켓플레이스와 택배를 연계하여 투트랙 전략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롯데도 후보로 언급될 수 있지만, 롯데의 경우 이커머스 플랫폼 통합과 관련된 내부 정리가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외부 M&A까지 뛰어들기에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IT기업 이커머스 투자 담당 실무자 B씨 또한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오픈마켓 시장 신규 진입 니즈가 있는 자사몰 운영업체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라면 이베이코리아에 욕심을 내는 업체가 있을 것 같다. 신세계, 롯데 모두 관심 있을 것이라 본다”며 “다만 5조원이라는 자금을 현금 조달할 수 있는 업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PEF(사모펀드)와 함께 들어가서 지배 지분만 확보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전략 담당 고위관계자 A씨는 “이베이코리아에 관심 있는 기업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온라인 커머스가 아예 없거나 한국에서 장사를 안 하는 해외업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다만 해외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이베이코리아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해서 인력만 흡수하고, 서비스만 글로벌 플랫폼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