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혁신 금융은 토스·카뱅 아닌 ‘이들’이다

카카오뱅크, 토스, 뱅크샐러드,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공통점은 국내 금융 산업에 혁신을 불러 일으킨 주역이다. 전통 금융사들이 하지 못했던 편의성에 초점을 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파일러에게 금융의 문턱을 낮춰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서비스와 상품이 고객 중심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위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해외 혁신 금융서비스 사례 설명회를 열었다. 혁신 사례로 꼽히는 디지털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사의 혁신 사례가 공유됐다. 또 해외 사례와 비교한 우리 금융 산업의 개선점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디지털은행(인터넷전문은행)

혁신 디지털은행 사례로 꼽힌 곳은 비넥스, 버드, 누뱅크다.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에게 합리적인 금융소비를 조언하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여기까지는 국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비넥스(Bnext)는 201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설립된 디지털뱅크다. 은행 서비스와 연계해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비넥스는 계좌개설, 자금이체 등 코어뱅킹 서비스만 제공한다. 재무관리, 금융상품 조회 등은 다른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과 연계해 제공한다.

카카오뱅크가 전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뱅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비넥스는 핵심 서비스만 직접 한다. 나머지는 다른 기업들과 연계해 제공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금융상품을 조회, 비교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15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버드(Bud)는 고객이 플랫폼에서 은행 서비스를 개인화할 수 있는 맞춤형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성향, 상황에 맞춰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누뱅크(Nubank)는 2013년 출범했다. 하나의 디지털 계좌로 예금, 송금 및 인출, 직불결제, 대출, 디지털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전용 계좌인 만큼 가입비, 유지비, 각종 수수료가 무료다. 디지털 대출은 서류가 필요 없으며 자동심사가 이뤄진다. 신용카드도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발급한다.

누뱅크의 상품 및 서비스는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기존 브라질 은행들의 수수료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은행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저소득 소외계층에게도 은행 서비스 이용과 비용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융사 간의 서비스 연계가 제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수료 수취를 목적으로 제휴 신용카드사의 고객모집과 제휴 증권사의 CMA계좌 개설을 대리하는데 그친다.

또 예대업무에 대한 의존도가 전통 은행보다 높고, 오픈뱅킹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오픈뱅킹은 여러 금융서비스를 연계하기보다 다른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용하는데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특정 고객층이 아닌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도 해외 혁신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의 차별화를 두지 않고 많은 고객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려고 한다”며 “누뱅크의 경우 기존 금융사가 하지 못하는 것을 디지털뱅크로써 비용절감해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봤다.

대출

대출 부문에서 혁신 사례로 꼽힌 기업은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학생, 저신용 개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즉, 신파일러를 타겟한 상품을 세분화,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신파일러들에게 자금조달의 기회와 합리적인 조건의 대출 상품을 제공한다. 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 운전자본을 적시에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도 있다.

먼저, 인도의 플렉시론스(FlexiLoans)는 2016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대출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전통은행에서 대출신청이 거부되거나 적시에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에게 대안금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스(POS) 대출은 월평균 카드나 QR 결제대금 내에서 대출을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대출신청, 서류제출을 하면 2일 내로 대출이 결정된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 설립된 빌리(Billie)는 중소기업 미수금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모든 발신 송장을 자동화 처리한다. 빌리는 미수금을 24시간 내 중소기업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B2B(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한 미수금을 관리하는데 부담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서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레이드시프트(Tradeshift)는 공급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인보이스, 워크플로우, 공급업체 파이낸싱 절차를 간소화한다. B2B 공급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 구매, 지불, 소통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소파이(SoFi)는 대학생, 대학원생, 사회초년생을 위한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학생 유형에 따른 학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졸업생 대출 상품도 있다. 대출심사, 승인, 실행 수수료 등이 없고 대출금리도 낮다. 대출상환 기일도 조정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아반트(Avant)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웹뱅크와 제휴해 온라인 개인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신용평가에서 소외된 고객에게 대출기회를 제공한다. 별도 담보가 필요 없는 것도 특징이다. 개인 필요에 따라 적합한 대출금액과 상환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고객과 시장을 타겟한 해외 혁신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출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P2P 시장과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사들의 대출상품을 중개해주는 시장이다. 그나마 새롭게 생긴 P2P 대출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대부분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P2P대출(잔액기준)의 80% 이상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특정 고객층을 타겟팅한 대출 상품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어느 정도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난 뒤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고객을 위한 것인지 핀테크 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