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로 쿠팡이츠 배달하면 얼마 벌까?

일레클이 지난 15일 배달전용 공유 전기자전거 구독 서비스 ‘딜리버리 패스’를 출시했다. ‘딜리버리 패스’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음식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인 배달기사(크라우드소싱 배달기사)를 위해 기획됐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시간’ 안에서 무제한으로 일레클 공유 전기자전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일레클 이용 요금은 첫 5분 1100원, 이후 1분당 100원(서울기준, 지역별 차등 요금제)이다. 이 요금제로는 한 건 픽업과 배달에 20~30분가량 소요되는 자전거 배달 운송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이유는 단순한데 배달해서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일레클 기존 요금제로 음식배달을 해서 픽업부터 배달까지 30분이 소요됐다고 하면, 이 때 이용요금은 4600원이다. 배달 단가는 20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쿠팡이츠 배달 기준으로 건당 3100원이다. 만약 일레클을 운송수단으로 활용해서 배달을 한다면 건당 1500원의 적자를 본다는 이야기다.

20일 오후 1시 기준 쿠팡이츠 지역별 요금표. 전업 라이더로 먹고 살기엔 좀 많이 짜다. 쿠팡이츠의 경우 지역별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운임이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적용한다. 때문에 이게 ‘고정 요율’은 아니다. 더 높아질 수도,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딜리버리 패스를 이용한다면?

그럼 새로나온 일레클 딜리버리 패스를 배달에 활용한다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먼저 알아둘 것이 요금제다. 딜리버리 패스는 세 가지 요금제로 구성된다. 하루 동안 3시간을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 1만900원이다. 1주일간 10시간 무료 이용 가능한 자유이용권이 2만5900원이다. 마지막으로 1주일간 20시간 무료 이용 가능한 자유이용권이 3만5900원이다.

딜리버리 패스 일반요금제(좌측)와 쿠팡이츠 특별할인 프로모션 요금제(우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전용 링크’를 제공하여 딜리버리 패스를 일반 판매가격보다 1000원씩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이츠 특별할인 프로모션 딜리버리패스 이용가능 지역은 서울 일부 지역(마포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일부), 김포시, 부천시, 세종시다.

기자는 1주일 동안 10시간 무료 이용 가능한 2만5900원짜리 요금제를 구매했다. 10시간을 전부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2만5900원 10시간 요금제로 일레클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1시간 이용요금은 2590원이다. 30분을 이용한다면 1295원이다. 30분 동안 수행한 배달 한 건에 3100원을 받았다고 치면 1805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배달 단가 기준 3.3% 떼어가는 세금과 추가거리에 따라 부가되는 프로모션은 이 계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실전

이제 실전편이다. 기자는 20일 수요일 11시 20분부터 13시 14분까지 쿠팡이츠로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 여기서 배달 업무 수행시간 기준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을 ‘온라인’ 해두고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해서 일레클을 이용 완료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기자는 오전 11시 20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바이라인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을 ‘온라인’으로 설정했다. 온라인으로 바꾼다는 것은 주문을 수행할 의지를 표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주문’이 들어온다. 아쉽게도 바이라인네트워크 사무실은 마포구에서도 배달 주문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지역에 위치했다. 그래서인지 첫 주문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은 조금 걸렸다.

쿠팡이츠앱에서 볼 수 있는 ‘주문집중지역’ 지도에 표기한 바이라인네트워크 사무실 위치. 미묘하게 주문이 안 들어오는 곳에 위치했다.

오전 11시 48분 첫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쿠팡이츠는 앱특성상 ‘여러 주문’을 동시에 받아 묶음배달을 하지 못한다. 주문을 수락하면 해당 음식점에 방문하여 음식을 픽업하고, 바로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배달을 완료해야 되는 구조다.

사무실에서 일레클 공유자전거가 주차된 도로변까지 이동하는 데는 약 5분이 걸렸다. 일레클은 정책상 공유자전거를 이용 완료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있다. 일레클에 따르면 그 이유는 고객의 전기자전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쉽게도 애매하게 이면도로에 위치한 바이라인네트워크 사무실 바로 앞은 일레클 주차금지 지역이다. 빠른 배달 출발을 위해 미리 사무실 앞에 자전거를 주차해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안 된다.

QR코드를 인식해서 전기자전거 잠금을 해제했다. 이때부터는 이용한 만큼 딜리버리 패스 잔여 이용 시간이 차감된다. 그렇게 첫 번째 배달을 완료한 시간은 오후 12시 8분. 단거리 주문인지라 기본요금인 3100원을 벌었다. 총 1.4km를 일레클로 이동했고, 운행시간은 13분이 소요됐다.

첫 번째 픽업지인 음식점 앞에서 찍은 사진. 쿠팡이츠는 배달가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굴러다니는 ‘우버이츠’ 가방을 들고 왔다. 우버이츠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지만, 가방은 이렇게 나에게 남았다.

첫 번째 배달을 완료하자마자 곧바로 두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첫 번째 배달지가 홍익대학교 근처였는데, 확실히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주문’이 잘 나오는 느낌이다. 두 번째 배달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배달을 끝마친 시간은 12시 42분. 일레클 로그 기준으로 2.5km를 주행했고, 운행시간은 25분이 소요됐다.

배달시간이 종전보다 오래 걸린 이유는 늘어난 운행거리 탓도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 길을 헤맨 것도 한 이유다. 픽업지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데 언덕이 많아서 체력 소모도 컸다. 전기자전거 타면 안 힘든 거 아니냐고 누가 묻는다면, 덜 힘든 거지 안 힘든 건 아니라고 답하겠다. 두 번째 배달요금은 조금 먼 거리를 주행해서 그런지 300원이 더 들어온 3400원을 받았다.

이렇게 생긴 언덕을 두개 더 올라가야 배달 목적지가 나온다.

두 번째 배달지는 번화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아파트여서 그런지 바로 다음 주문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전기자전거를 끌고 도로변으로 나서니 곧 세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픽업지는 버거킹 신촌점. 목적지는 광흥창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한 아파트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사무실은 상수역 근처에 있는데, 배달을 마치고 바로 복귀하기 좋은 동선이다.

혹 궁금한 분이 있을까봐 우버이츠 가방 내부를 공개한다. 이렇게 칸막이가 있어서 흔들림을 나름 방지할 수 있다.

세 번째 배달완료 시간은 오후 1시 8분. 일레클 로그를 보니 3.2km를 이동했고, 33분을 주행했다. 이번에도 배달 완료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두 번째 배달지였던 아파트보다 더 헤매서 그렇다. 세번째 배달 목적지인 아파트도 산 위에 지어놨는데, 마포구의 언덕은 지옥이다. 마지막 배달을 수행한 대가로 3500원을 받았다.

마지막 배달까지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했다. 사무실 근처 도로변에 일레클 전기자전거를 세워두고 반납 처리한 시간이 1시 14분이다. 일레클 로그에 기록된 총 이동거리는 8.1km, 이용시간은 77분이다.

일레클 자전거에 기록된 기자의 이동거리, 이용시간. 총 이동거리는 8.1km, 이용시간은 77분이다. 기록상 적힌 숫자인 총 이동거리 8.5km, 이용시간 80분과는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기자가 배달이 아닌 개인적인 이동 용도로 전기자전거를 사용한 약 3분의 시간을 차감했기 때문이다. 이 로그는 신형 일레클 플러스 전기자전거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얼마 버나

누군가에게는 제일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얼마 벌었나. 3건의 배달 수행 결과 기자가 쿠팡이츠로부터 입금 받을 돈은 1만원이다. 편의상 정산시 떼어갈 3.3%의 세금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겠다.

20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일레클로 쿠팡이츠 배달해서 기자가 번 돈이다.

여기서 이익을 구하려면 일레클 이용요금을 배달로 번 돈에서 차감해야 한다. 처음에 언급했듯 기자가 구매한 딜리버리 패스는 1주일간 10시간 이용 가능한 상품이고 가격은 2만5900원이다. 2만5900원에 기자의 운행시간인 77/600을 곱하면 일레클 이용요금을 추산할 수 있다. 추산 결과 기자가 일레클에 쓴 비용은 3323원. 요컨대 기자는 총 114분가량의 운행시간 동안 6667원을 벌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3300원 꼴이다.

물론 이 운행시간은 ‘실운행시간’과 다르다. 추가 주문이 곧바로 들어오지 않아서 사무실, 거리에서 대기하던 시간과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로 이동한 시간 등을 제하면 실운행시간을 추산할 수 있다. 실제 운행시간을 일레클 전기자전거에 기록된 운행시간 ‘77분’이라 가정한다면, 환산시급은 약 5200원이다. 편의점 도시락 하나는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딜리버리 패스의 의미

정리해 본다. 딜리버리 패스로 쿠팡이츠 배달해서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렵다. 따지고 계산한다면 법정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예를 들어서 쿠팡이츠가 프로모션 요금을 세게 때리는 날 배달을 한다면, 혹은 자전거를 돌리는 휴먼 엔진이 기자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

의미 있는 건 딜리버리 패스로 배달을 한다고 ‘손해’를 보진 않는다는 거다. 앞서 언급했듯 기존 공유 전동킥보드, 공유자전거의 요금제는 업체를 막론하고 장시간 운행을 하는 배달용으로 부적합했다. 배달용으로 사용하면 라이더에게 남는 돈이 없었다.

물론 서울시의 공용자전거 ‘따릉이’처럼 세금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는 아웃라이어가 있긴 하다. 이 친구는 저렴해서 배달용으로 사용해도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따릉이는 이용 약관상 ‘상업적인 용도’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배달용으로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안 걸리면 모르겠는데, 걸리면 피곤해질 거다.

일레클에는 일시적으로 자전거 잠금장치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개인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배달 픽업, 고객주소 방문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자물쇠를 채우는 행동 자체가 번거로움이 되는데, 일레클의 경우 이 기능 덕에 걱정 없이 자리를 비울 수 있다. 아쉬운 건 잠금장치가 설정된 시간도 ‘이용시간’으로 차감된다는 것이다. (원격 잠금장치는 일레클 플러스 전기자전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짬짬이’, 취미로 배달을 하는 사람들에게 딜리버리 패스는 적합하다. 예컨대 점심시간 등 휴게시간을 활용해서 근무 중에 사무실에서 나와 자전거 운동을 하는데 일레클은 제격이다. ‘딜리버리 패스’를 이용한다면 굳이 자전거를 끌고 사무실에 올 이유가 없어지고, 덩달아 조금이지만 돈도 번다. 기자도 집에 있는 개인 자전거를 사무실에 주차해놓고 짬짬이 쿠팡이츠, 배민커넥트 배달을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일레클 딜리버리 패스 덕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반면, 전업 배달을 하는 이들에게 딜리버리 패스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전업 배달 라이더라면 개인 운송수단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이 남는 이익이 더 크다. 하지만 초보 배달 라이더라면 개인 운송수단을 구매하기 전에 딜리버리 패스를 통해 배달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일레클과 쿠팡이츠가 얻는 것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 일레클이 기존 요금 대비 ‘파괴적인’ 할인 가격에 딜리버리 패스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쿠팡이츠가 일레클과 제휴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쿠팡이츠가 얻는 이익은 비교적 명확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배달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라이더 수급은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쿠팡이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배달대행업체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요컨대, 쿠팡이츠는 일레클을 신규 라이더를 유입시킬 수 있는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일레클은 딜리버리 패스로 전기자전거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겨울철은 대표적인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비수기다. 날씨가 춥다보니까 공유자전거, 전동킥보드의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공유 모빌리티 이용에 공백이 생긴다.

일레클은 이렇게 떨어지는 공유 자전거의 이용률을 ‘배달’로 늘리고자 한다. 어차피 놀고 있는 자전거의 공백을 ‘특수목적 이동’으로 조금이나마 돈을 벌면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일레클 운영사인 나인투원 관계자는 “딜리버리 패스를 론칭한 가장 큰 이유는 겨울철과 재택근무로 인한 전기자전거 이용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며 “추운 날씨로 떨어진 이용률을 일상 이동이 아닌 다른 이동으로 채워서 전기자전거를 계속 돌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일레클 딜리버리 패스는 겨울철에 맞춰서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오는 2월 28일까지 각 요금제별로 한정수량 1000개씩(쿠팡이츠 제휴 딜리버리 패스 요금제별로 각 500개, 일반 딜리버리 패스 요금제별로 각 500개)만 판매할 계획이다. 나인투원 관계자는 “딜리버리 패스는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고객 반응을 보고 합리적인 요금으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반응이 좋다면 2월 28일 이후에도 딜리버리 패스는 계속 판매될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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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걍 개인 이돝수단 구해서 하는데 백배 낫고
    돈도 뭐 같이 안주는 ㅇㅊ는 하지마셈

  2. 날씨 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자님! 쿠팡이츠가 정말 핫하네요 저희 리서치팀장님이나 증권사 연구원 하는 선배도 도보 쿠팡이츠로 배달해보고, 기자님은 자전거로 배달해보시고! 체험형 기사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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