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판매채널’처럼 보이는 이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판매채널’처럼 보인다. 와디즈가 그들의 ‘펀딩하기’를 쇼핑하기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판매채널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와디즈가 ‘네이버’나 ‘쿠팡’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 와디즈라는 채널이 갖는 특이점이 있고, 판매자들은 그 특이점을 이해해서 와디즈를 판매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아니, 활용하고 있다.
먼저 왜 와디즈가 ‘판매채널’처럼 보이는지부터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했듯 와디즈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라 규정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의 융자 없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투자’란 기업이나 부동산에 돈을 투자해 주식이나 채권을 발급 받아서 추후 회사가 성장하면 이익을 분배받는 것이다. P2P 펀딩업체들이 이런 금융 서비스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고, 와디즈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와디즈는 이를 투자형 펀딩이라 부르는데, 절대적인 ‘양’은 부족하다.
와디즈 플랫폼을 채우고 있는 대다수의 투자 상품은 ‘제품 콘텐츠’다. 와디즈의 제품 콘텐츠는 마치 이커머스 플랫폼의 ‘카테고리’처럼 분류돼 있다. 테크·가전, 패션·잡화, 뷰티, 푸드, 홈리빙 등 총 16개의 카테고리다.
만약 카테고리별로 올라온 제품 콘텐츠를 보고 마음에 든다면 해당 제품에 ‘펀딩’할 수 있다. 펀딩 금액은 투자를 받을 업체가 정하고, 펀딩의 대가(리워드)는 대부분 ‘제품’이다. 대가가 없는 기부/후원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실상 펀딩 금액을 가격으로, 그렇게 받는 펀딩 대가를 ‘상품’으로 치환해도 별 문제가 없다.
와디즈는 이런 투자 상품을 ‘리워드형 펀딩’이라 부른다. 와디즈에 따르면 와디즈에는 한 달에만 1000여건의 리워드형 펀딩 프로젝트가 올라온다. 아이디어성 신제품만 리워드형 펀딩 프로젝트에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돼지 목살, 전복 같은 축산물, 수산물도 올라온다. 어떻게 보면 표현하는 용어만 다를 뿐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나 온디맨드 제조를 추구하는 ‘카카오메이커스’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그 냄새가 와디즈에서 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와디즈가 공짜는 아니다. 와디즈가 가져가는 판매건당 약 7%의 수수료, PG사 결제 수수료 2.4%를 포함하여 9.4% 가량의 수수료가 ‘메이커(와디즈 리워드형 펀딩 출품업체)’에게 부가된다. 만약 플랫폼 안에서 프로젝트(상품)의 더 많은 노출을 희망한다면 추가적인 광고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또한 어디서 본 것이냐면 ‘마켓플레이스’의 흔한 수익모델이다. 투자 플랫폼을 추구하는 와디즈가 판매채널처럼 보이는 이유다.
‘리워드형 펀딩’의 조건
물론 여타 온라인 판매채널과 다른 와디즈만의 특이점은 있다. 개인이든, 개인사업자든, 법인사업자든 누구나 리워드형 펀딩에 참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나 ‘리워드형 펀딩’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와디즈가 내거는 절대적인 조건은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출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네이버나 쿠팡, 심지어 경쟁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같은 상품이 올라와 있으면 와디즈 리워드형 펀딩 출품이 불가능하다. 기성품 펀딩 불가 원칙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국내에 정식 유통, 출시하지 않은 제품에 한해서 펀딩 진행이 가능하다. 출품하는 업체가 ‘제조사’가 아니어도 되지만, 해외 브랜드, 제조사와의 6개월 이상 계약기간이 보장된 독점 총판 자격은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구매대행, 병행수입 등을 통해서 국내에 어떻게든 직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면 판매채널 숫자에 따라서 와디즈 펀딩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또 하나의 조건은 ‘샘플(시제품)’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와디즈 심사팀은 리워드형 펀딩 프로젝트에 출품하는 제품이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는지 샘플을 통해 확인한다. 당장 와디즈로 잘 팔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상품 콘텐츠’가 필요한데,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도 샘플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카테고리에 따라 필요한 법적인증 등을 제출하고 심사에 통과해야지만 리워드형 펀딩에 참여 가능하다. 펀딩 오픈까지는 빠르면 1~2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제품을 위한, 느려도 괜찮은 채널
상술한 여러 조건 때문에 와디즈는 자연스럽게 ‘신제품’을 위한 판매채널을 포지셔닝하게 됐다. 와디즈 또한 그 점을 강조한다. 와디즈 펀딩은 신제품을 양산하기 전에 제품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덩달아 이점이 있다면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거다. 와디즈에 상품을 올리는 판매자는 ‘프로젝트 목표기간’과 ‘목표금액’을 설정할 수 있다. 만약 목표기간 동안 목표금액만큼의 돈이 안 모인다면 펀딩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그때까지 모였던 펀딩금액은 전액 투자자에게 환불된다.
이 같은 프로세스는 고객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상품을 제조하고 안 팔려서 재고 부담으로 남는 불상사를 와디즈를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목표금액’은 MOQ(Minimum Order Quantity)와 생산원가, 와디즈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등을 고려하여 목표하는 이익률에 맞춰서 설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시장 수요가 부족했던 것으로 가정하고 제품 개선, 혹은 다른 제품 개발로 선회할 수 있겠다.
목표금액이 목표기간까지 모인 후에 배송되는 프로세스 때문에 와디즈의 상품 배송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와디즈가 어떤 채널인가. ‘아이디어 제품’과 ‘새로운 상품’이 올라오는 곳을 포지셔닝하지 않는가. 와디즈는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서포터’라 부르는데, 이는 고객에게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데 기여를 한다는 느낌을 준다. 고객단에서 느린 배송을 상쇄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와디즈의 방법이다.
숙제는 ‘신뢰’, 와디즈의 노력
와디즈에게 숙제가 있다면 ‘신뢰’다. 독립적이고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포지셔닝하는 와디즈의 특성을 이용하여 판매 및 마케팅 채널로 활용한 업자들은 예부터 존재했다. 예컨대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기성품들이 태그만 갈아 껴져서 마치 새로운 제품인 것처럼 와디즈에 소개된 사례들이 있었다. 적절히 예쁜 상품상세 콘텐츠와 와디즈의 여유 있는 배송 기간만 조합한다면, 이미 팔리고 있는 제품을 기능성 제품으로 둔갑하여 해외직구로 받아서 소비자에게 재배송하는 ‘리셀러’ 방식의 판매가 와디즈 안에서 가능했다.
와디즈가 펀딩 프로젝트를 열심히 심사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못한 기성품들이 와디즈에는 왕왕 들어와서 논란이 됐다. 와디즈를 제품 홍보 채널로 이용함과 동시에 펀딩금액과 똑같은 가격에 외부채널에 판매하는 업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업자들은 와디즈를 통해서 많은 돈을 벌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플랫폼의 반대편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와디즈에 기성품이 많아진다는 것은 플랫폼의 가치가 퇴색된다는 의미다. 신제품인줄 알고, 아이디어 제품인줄 알고 와디즈에서 기꺼이 ‘펀딩’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중국산 하자품이라면, 심지어 가격까지 와디즈가 더 비싸다면 소비자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와디즈는 플랫폼이 내건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플랫폼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골몰할 수밖에 없다. 와디즈는 지난해 6월 여러 중국산 가품, 하자품들로 인해 펀딩 피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신뢰센터’를 오픈했다. 신뢰센터는 지식재산권 침해, 허위과장광고 프로젝트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회원보호정책을 공지한다. 이와 함께 와디즈는 카테고리별 펀딩 심사를 강화하고 실제 조치한 내용을 공유한다.
펀딩 프로젝트 중인 시제품을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지난해 5월 서울 성수동에 구축했다. ‘공간 와디즈’라는 이름의 이 공간 1층에선 와디즈에서 펀딩중이거나 오픈 예정인 상품(리워드)‘을 전시한다. 2층에는 스토어가 마련대 와디즈에서 펀딩을 마친 상품을 판매한다. 메이커(판매자)와 서포터(고객)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와디즈의 노력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