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의 관심, 신파일러에게 쏠리다

금융산업에서 신파일러(Thin File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파일러란, 신용카드 사용내역, 대출실적 등 금융 정보(서류)가 거의 없는 사람을 뜻한다. 사회 초년생, 주부, 신생 소상공인 등이 대표적인데, 금융거래 실적이 없어 신용을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신용카드 한 장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서 확인할 금융 이력이 부족해 카드값을 잘 갚을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을 위한 금융 상품이 하나 둘 시장에 나오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전통 금융권에서 소외된 신파일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각 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신파일러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기존 금융권과 다른 기준으로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평가시스템을 ‘대안 신용평가시스템(ACSS)’이라고 한다. 재무제표에 나온 매출, 수익 등이 아닌 기업의 성장률을 보여주는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고 심사를 한다.

가장 먼저 성과를 보인 곳은 네이버파이낸셜이다. 금융위원회의 지정대리인제도에 선정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심사를 맡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상품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대출신청 대상자의 16%가 대출을 신청했으며, 이 중 40%가 승인을 받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를 위해 스마트스토어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했다. 매출 흐름, 단골 고객 비중, 고객 리뷰, 반품률 등 스마트스토어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에 기존의 신용평가회사(CB)가 보유한 금융 데이터를 중점으로 본다. 여기에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앞으로 대출 심사 문턱을 지금보다 더 낮춘다. 김태경 리더는 “앞으로 신청 자격 조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많은 사업자들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면서 금융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의 경우 일찌감치 시중은행과 함께 신파일러를 위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토스는 지난 9월, SC제일은행과 소액 단기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의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된 토스가 심사를 맡았다. 심사에는 토스가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다. 사용자가 토스에 등록한 계좌, 카드, 보험 등 토스의 금융 서비스 사용이력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는 신파일러를 위한 자체 대출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토스뱅크 컨소시엄 기자간담회에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됐던 신파일러를 위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설계하고, 개인화된 추천 기반의 금융상품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파일러 대출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고위드는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법인카드를 발급해준다. 평가는 기업의 실시간 금융지표, 서비스 월활동자수(MAU), 일간이용자수(DAU)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올 4월쯤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도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용자 보유 자산이나 소비행태 등을 분석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개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진행된 이프카카오 컨퍼런스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러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시중은행과 카드사에서도 신파일러를 위한 대출상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금융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한 빅테크 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방대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 정교한 평가가 가능해져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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