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TSMC는 기술 유출 등으로 해외진출을 꺼려해 온 만큼 이례적인 행보다. 아직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실화된다면 비메모리 반도체 전략을 세운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각) 외신 타이완 포커스의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일본 도쿄에 첨단 IC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 등 여러가지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타이완포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만간 TSMC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동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해당 생산라인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해 TSMC는 “2020년 4분기 컨퍼런스 콜 전까지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몰락한 일본의 메모리산업, “비메모리 잡자”

일본 입장에서는 TSMC 공장 유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TSMC 공장이 도쿄에 설립된다면 일본 경제산업성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 반도체 산업이 몰락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해도 반도체 시장은 일본이 선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 PC가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일본 반도체는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나지만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한국 반도체는 적당한 품질에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개인에게 전자기기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낮춰야 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력 때문에 많은 제조사는 한국 반도체를 선택했다. 일본은 메모리 시장 선두자리를 한국에게 내주게 됐다.


메모리에서 승산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비메모리로 방향을 틀기로 결심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구분해서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TSMC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일본 팹리스 강소기업을 살리고, 비메모리 시장에 자리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TSMC를 원하는 이유

아직까지는 소문에 그치지만, TSMC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TSMC는 기술 유출의 이유로 해외 진출을 꺼려했다. 실제로 TSMC의 생산라인 대부분은 대만에 있다.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설립하게 된다면 양국 모두 유리하다. 먼저 TSMC는 미중 경제분쟁과 제재로 인해 큰 손이었던 화웨이를 잃었다. 물론 TSMC는 화웨이 없이도 지난 8월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나,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잃은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고객사가 된다는 것은 손실을 막기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일본의 경우, 파운드리 시장 특성을 이용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파운드리의 경쟁력 중 하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이 장비가 있으면 미세공정이 가능하며, 미세공정 가능 여부는 곧 원가경쟁력, 제품 성능과 직결된다.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는 ASML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ASML의 장비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는 대부분 일본의 도쿄일렉(TEL)이나 TOK에서 공급받고 있다. 일본이 자사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TSMC가 기술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강소 팹리스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시장은 어떻게 되나

만약 이 소문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경쟁사인 TSMC가 새 고객을 확보하고 첨단 장비를 들이는데 유리해진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올해 추정치보다 1% 늘어난 18%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TSMC의 일본 진출이 확정된다면, 삼성전자는 장비와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등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TSMC는 1월 14일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일본 공장 설립 여부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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