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원격료와 방문진료를 번에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힐’

“병원의 시대는 끝났습니다(We believe that the doctor’s office is dead)”

다소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기업이 있다. 디지털 헬스테크 스타트업 ‘힐(Heal)’이다.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힐은 최근 팬데믹 시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코로나19 국면이 원격의료와 방문진료에 대한 대규모 수요를 만들어내면서 관련 업계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원격료와 방문진료를 번에, 코로나19 존재감 두각


미국의 디지털 헬스테크 스타트업 ‘힐(Heal)’은 방문진료와 원격의료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에서 모든 예약이 가능해 편리성을 높였다. 원격 진료와 더불어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라는 특징 때문에 ‘의료계의 우버’라고도 불린다.

강점은 쉬운 사용 방법이다. 사용자는 의료 정보와 신용 카드 정보를 힐 앱에 입력해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거주 지역에 따라 의사가 배정되며, 집과 사무실이 방문지가 된다.

진찰 비용은 환자가 보유한 의료 보험에 따라 상이하다. 힐은 보험 미가입자에게 원격 진료비 79달러, 방문진료비 159달러를 받고 있다. 보험 가입자에게는 최대 30달러를 요구하는데, 미국 내 1차진료 비용이 30달러에서 50달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비싸지 않다는 평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단연 방문진료가 포함된 비대면 의료 서비스다. 초창기 힐은 방문진료에만 초점을 맞춰 사업을 꾸려왔다.

이후 원격의료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의료를 향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두 의료 서비스가 결합된 힐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첫 한 달 만에 원격의료 상담은 50% 증가했으며, 2020년 원격의료 수요는 2억건에 달한다.


비대면 의료 수요가 많을수록 힐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힐은 지난해 1월 이후 방문진료 건수가 33% 증가했으며 원격 진료는 무려 여덟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힐의 설명을 들어보면, 회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 원격의료 후 방문진료’ 식으로 대응해왔다. 의사가 환자의 증세를 살피고 진단 내용에 따라 적극적으로 방문진료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힐 창업자인 레니 두아 박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힐은 원격의료는 물론 방문진료와 상담,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원격의료 시장에 ‘붐’이 일고 있지만, 힐은 환자가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굉장히 독특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창립자가 전하는 힐의 가치 


힐의 창립자인 레니 두아 박사는 “내 아들과 응급실에서 보낸 7시간이 나를 창업에 이르게 했다”며 회사 설립과 관련한 비화를 털어놨다. 레니 두아 박사가 이같이 설명한 데는 비효율적인 미국의 의료 구조가 있다. 미국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의사를 만나기 위해 몇 주가 소모되는 비효율성이 늘상 지적되어 왔다. 이 때문에 현지 의료 업계는 텔레닥이나 암웰 같은 원격의료 회사를 설립하는 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해왔다.

이런 이유로 ‘힐’처럼 원격의료에 부가 의료 서비스가 결합된 플랫폼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의료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힐은 전문의 1인과 공인된 의료 보조원(MA)이 원격 진료 후 집을 찾아간다. 진료에는 평균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심전도와 초음파, 뼈, 혈액, 알레르기 반응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진료에 활용된다. 환자의 선호에 따라 전담 주치의를 지정할 수 있어 서비스 지속성을 보장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힐의 레니 두아 창업자는 “나는 힐을 세우겠다는 결심을 내리고 나서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면서 “첫째는 ‘합리적인 가격’이며, 둘째는 환자를 위해 ‘의사와 처방약을 개선’한다는 생각, 마지막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가치”라고 말했다.

한편 힐은 1차진료(Primary care) 기업이다. 1차진료는 경증환자에 대한 진찰·교육·상담 등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힐이 중증 질병과 중증환자를 보기엔 한계가 있지만, 의료 서비스의 최전선이라는 1차진료 플랫폼으로서 선제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예로 힐은 창립 5년 만에 20만 진료 건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가정에서만 6800만달러(약 750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이어 환자가 응급시설로 향하는 비율은 70% 감소했으며, 불필요한 항생제 투여 비율도 50% 감소했다. 지난 7월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힐을 보도하며 “힐은 테크 기술이 결합된 1차 진료를 해오면서 환자가 들이는 비용과 비효율성을 줄여왔다”고 말한 어느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관건은 점유율 확보’, 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지난해부터 시장에서도 ‘힐(Heal)’에 부쩍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기존에도 힐은 방문진료 증가, 정신질환 치료 제공, 동부지역으로 확장 등 활발하게 성장해 왔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서이고, 경쟁이 치열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의료 전문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힐처럼 방문진료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가면서도 원격의료를 확대하면, 진료의 질을 높여 비대면 의료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힐의 닉 데사이(Nick Desai) 최고경영자(CEO)는 “원격의료로 진찰, 처방을 수행하고 방문진료로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가 비대면 의료 시장에서 갖는 차별점”이라고 답한 바 있다.

호재도 뒤따랐다. 지난해 7월 힐은 미국의 건강보험회사 ‘휴매나(Humana)’와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전했다. 회사 측은 1억달러(약 1100억원)의 자금이 조달된다고 밝혔는데, 이로써 힐의 기업가치는 3억달러(약 34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휴매나의 수잔 다이아몬드 가정사업 의장은 성명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방문진료에 걸친 광범위한 보험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당사의 목표는 의료 서비스를 보다 쉽고,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은 지난해까지 약 20만 건이 넘는 진료 경험을 쌓아왔다. 또한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일환으로 한동안 정신 질환을 겪는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 미국 사회의 호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450만 명을 회원으로 둔 건강보험회사 휴매나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인가는 방침이다.

닉 데사이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5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라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원격의료 시장 내 점유율이다. 연간 40조 원 규모인 원격의료 시장은 아직까지 미국 ‘텔레닥(Teladoc Health)’이 점유율 70% 안팎을 차지하는 독주 체제다. 그동안 방문진료에 초점을 맞췄던 힐은 후발주자로서 원격의료 시장에서 존재감이 부족한 상태다. ‘디스패치헬스(DispatchHealth)’와 ‘엠디라이브(MDLIVE)’, ‘암웰(AMWELL)’ 등 급성장을 거듭하는 회사들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다만, 아직까지 해볼 만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에서 신흥시장 부문 에디터를 역임한 로버트 라킨은 “원격의료에 본격적인 행보를 보인 ‘힐(Heal)’에 투자하라”면서 “힐은 경쟁을 맞이했지만 아직 원격의료 시장은 붐비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CNN 비즈니스는 힐에 투자한 저명한 벤터캐피탈에 주목했다. 힐은 브레이어캐피탈을 비롯해 퀄컴 전 최고경영자(CEO)인 폴 제이콥스,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투자자로 있다. 상대적으로 저명한 월가 투자자들이 힐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려 향후 성장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한편 힐은 비즈니스 확장으로 코로나19 국면에서 얻은 기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힐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뉴욕 주 등 9000만 미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사업 지역을 계속해서 확대한다고 전했으며 물리치료와 피부과, 심장질환 등으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닉 데사이(Nick Desai) 최고경영자(CEO)는 “의심할 여지없이 코로나19는 방문진료와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부상시켰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 추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이전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