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슬랙 인수합병의 의미

기업용 고객관리 소프트웨어(CRM) 1위 업체 세일즈포스가 업무 협업 툴 슬랙을 지난 1일(현지시각) 인수했다. 알려진 인수 금액은 277억달러(302900억원), 2년 전 IBM이 레드햇을 인수했을 때 기록한 34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인지도 높은 두 기업의 합병 소식에 외신들은 일제히 보도를 쏟아냈다. 과연 CRM 최강자 세일즈포스는 슬랙을 인수했을까. 반대로 6 차례 인수합병에 부정적 의사를 드러낸 협업 슬랙은 세일즈포스와의 합병을 선택했을까. 세일즈포스와 슬랙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입장에서 서로의 의미를 살펴본다.


세일즈포스에게 슬랙이란


세일즈포스에게 슬랙은 엣지. 그동안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고객관리 분야에서 정상을 지켜왔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CRM 분야에 한정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세일즈포스가 13만명 이상의 유료고객을 보유한 슬랙을 인수한다면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의 플랫폼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세일즈포스는 CRM 분야를 넘어 더 넓은 노동시장으로 가기 위한 비즈니스 수단의 인수를 고려해왔다면서 널리 인정받는 슬랙이 세일즈포스의 포트폴리오에 우위를 줄 것이라며 보도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2016년 트위터와 링크드인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인수 시도가 실패했으며, 오히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링크드인이 인수되기도 했다.

당시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는링크드인은 잘 갖춰진 기업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엄청난 제안과는 경쟁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경쟁의 승리를 쟁취한 뒤 SaaS 공급 업체 분야에서 세일즈포스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한편 미국의 IT 매체 쿼츠(Quartz)는 이번 세일즈포스슬랙 인수 합병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팀즈의 확장을 위해 사용했던 전략과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같은 자사의 오피스365에 팀즈를 포함시키며 고객 점유율을 늘려왔다. 이에 CRM의 최강자 세일즈포스가 자사 플랫폼에 슬랙을 적극적으로 연동시키며 플랫폼 구매력을 강화할 것이라는게 해당 매체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회사 번스타인은세일즈포스가 수년간 협업 공간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데 관심을 가져왔으며, 슬랙은 세일즈포스에 분명한 채널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는 성명서에서세일즈포스의 미래를 형성하고 모든 사람들의 작업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슬랙에게 세일즈포스란


슬랙에게 세일즈포스는확장성이다. 세일즈포스는 고객관리플랫폼(CRM) 1위 기업으로, 전세계 15만개 이상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이에 슬랙이 세일즈포스 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세일즈포스 고객사를 슬랙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슬랙은 합병 성명서에서 세계 1CRM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고객뿐 아니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 중인 기업들에서도 입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합병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표시했다.

다만 슬랙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IDC2년 전 발표한 글로벌 협업툴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30.4%1, 슬랙은 11.7%2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툴팀즈가 발표한 일일 활성 사용자(DAU) 수는 11500만명인 반면 슬랙은 올해 일일 활성 사용자(DAU)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지 인베스토피아슬랙이 수치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은 성장세가 약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슬랙이 지난해 발표한 일일 활성 사용자(DAU)1200만명 수준이다.

이에 투자 전문 회사 웨드 부시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슬랙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국 벽돌로 된 벽에 부딪혔고, 그 벽돌로 된 벽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면서 세일즈포스와 합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슬랙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결국 슬랙은 CRM 최강자 세일즈포스와의 합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슬랙의 스튜어트 버터필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의 강점과 세일즈포스의 강점이 결합되는 것은 우리들의 고객들에게 슬랙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일즈포스의 스케일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고 전했다.


산업계에게 이번 세일즈포스슬랙 인수건이란?


산업계에게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빅테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금융 자문 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로건 퍼크 애널리스트는 이번 세일즈포스의 슬랙인수를 두고 획기적인 제품이 없다면, 당신은 삼켜지거나, 실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이번 슬랙의 죽음은 신흥강자를 좋아한 일부 고객의 슬픔일 뿐만 아니라, 작은 기업이 빅테크를 상대로 견딜 수 있다는 증거로서 슬랙을 지지했던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의 마칸 델라힘 반독점 법무차관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반독점 워크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슬랙은 업무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라며 슬랙이 기업공개까지 했던 건강한 경제를 만든 벤처캐피탈 시스템의 라고까지 치켜세운 있다.

결국 슬랙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에 막혔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뉴욕타임즈(NYT) 에어테이블, 아사나, 박스, 도큐사인, 드롭박스, 스마트시트 같은 신흥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잠재적인 인수 타겟이라고 예측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분열화된 협업툴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뉴욕타임즈의 설명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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