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지는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

[2020년을 달군 금융IT 소식] ⑥클라우드, 이제 선택 아닌 ‘필수’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당연한 기술 트렌드가 됐으며, 꼭 필요한 기술로 자리잡았다. 올해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소식은 꽤 많이 들려왔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부터 퍼블릭 클라우드, 멀티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까지 방식은 다양하다.

일반 기업들과 같이 금융권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이유는 같다. 사전에 IT자원 사용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금융 업무의 핵심인 계정계에도 클라우드 도입을 완료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 계정계는 계좌개설, 입출금, 이체 등 고객 거래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핵심적이고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장애는 곧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계정계에도 클라우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계정계 클라우드 도입, 먼 미래가 아니었다

올해 가장 놀라운 소식을 전한 금융사가 있다. 바로 롯데카드다. 롯데카드는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계정계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완료했다. 지난 2018년 채널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데 이은 행보다.

올 초 롯데카드는 한국IBM을 협업 파트너로 선정했다. IBM과 레드햇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계정계 시스템을 포함한, 기업 전사 시스템을 관리형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롯데카드는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T운영 비용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채널계 클라우드 전환 이후 2년간 트래픽이 약 5배 증가했으나, 자원 최적화를 통해 단 한 번의 증설 없이 운영해 40%의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며 “앞으로도 유연하고 탄력적인 클라우드 환경을 바탕으로 대고객 서비스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도 계정계 클라우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IBM과 메인프레임 이용 계약이 종료되는 2025년 이후, 코어뱅킹을 포함한 전 영역의 클라우드 적용을 검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코어뱅킹 혁신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내놨다. 컨설팅 사업자를 선정해 국민은행 클라우드 전환 정책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코어뱅킹의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다만, 국민은행은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 유닉스, 리눅스 전환을 하지 않고 곧바로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트렌드를 따르는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지양하고, 메인프레임 기반의 코어뱅킹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제는 유닉스의 시대도 저물고 있고 x86기반의 클라우드 환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두 회사가 성공적인 도입 효과 등을 검증할 경우,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계정계 클라우드 도입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법

현재 시중은행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는 영역은 주로 정보계, 채널계 등 비주요 업무다. 정보계는 계정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록, 기록의 통계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신용평가, 수익관리, 마케팅 등이 포함된다. 채널계는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사용자 접속 채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시중은행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사가 AWS와 계약한 최초 사례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NHN클라우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네이버클라우드 등을 도입하며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안정성을 고려해 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더케이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정보계, 채널계에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정보계와 채널계에 x86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해 신기술을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국민은행은 2024년까지 그룹 공동 클라우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까지 보안이슈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점진적인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확산을 위해 유닉스에서 리눅스(U2L) 전환을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 시, 다수의 클라우드 사업자를 연계한 멀티 클라우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룹사 통합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계열사간 비즈니스를 연계하고, 자원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내년 2월 서비스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2~3년에 걸쳐 고도화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 모바일 생활금융 플랫폼 올원뱅크에 네이버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예·적금 특판 이벤트 등 대량의 트래픽이 예상되는 서비스를 네이버클라우드의 서버를 통하도록 설계했다. 올원뱅크는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 첫 서비스로 ‘OCR 지로납부 서비스’를 출시했다. 촬영으로 지로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다. 농협은행은 지속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초, GLN(Global Loyalty Network)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 세계의 화폐, 포인트, 마일리지 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오라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한편, 내년에는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시중은행은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지 오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9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서버급 전산기기의 운영체제 가운데 리눅스가 3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유닉스(29.5%), 윈도우(24.2%), 기타(10.9%) 순으로 조사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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