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를 보면 가끔 사람과 큰 차이가 없는 인공지능이 종종 등장한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사람처럼 생각하고 심지어,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아직은 영화나 소설, 만화 같은 픽션 작품에만 등장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언젠가 실제로 그와 같은 인공지능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실제로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모방할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기 위해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라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인공신경망은 인간 두뇌이 신경세포, 즉 뉴런이 연결된 형태를 모방한 모델이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를 통해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컴퓨터가 이와 같은 인간의 뇌를 모방기에 기존의 CPU나 GPU는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 과학자들은 사람이 뇌를 좀더 쉽게 모방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바로 ‘신경망 처리 장치(NPU)’다. NPU는 사람의 뇌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뛰어난 기능을 자랑한다고 한다.

NPU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개발됐을까.

사람의 뇌와 닮은 NPU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CPU, GPU는 모두 폰노이만 방식의 프로세서였다. 폰노이만 방식이란 입력되는 여러 가지의 명령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며 특정 값을 출력하는 것을 말한다. CPU가 입력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사용자가 의도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된다. 이 프로세서의 발전을 통해 컴퓨터 계산뿐만 아니라 문서 작성, 인터넷 연결도 가능해졌다. 특히, GPU가 발전한 후에는 콘텐츠를 출력하는 성능도 높아졌다.

하지만 컴퓨터가 이미지나 음성을 인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용량이 높고 고도화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이미지 및 음성 데이터를 폰노이만 방식의 프로세서로 처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2012년 구글이 대중에게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구글의 고양이 얼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에는 1만6000개의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기존 폰노이만 프로세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칩이 필요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은 더욱 시급했다. 그러던 중 NPU(신경망 처리 장치)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사람의 몸은 자극을 받으면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뇌까지 자극 정보를 전달한다. 이를 인지한 뇌는 상황에 알맞은 대응을 하도록 명령하고, 사람은 적절한 반응을 취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컴퓨팅 및 인공지능에 적용한 것이 NPU다. NPU는 인간의 뇌 신경세포와 유사하게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고 있다. NPU는 최대 100조개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NPU 개발에 뛰어든 곳

현재 NPU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NPU를 활용한 시도는 세계 각 기업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인텔은 NPU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인텔은 지난 2017년 로이히(Loihi)라는 이름의 뉴로모픽 칩을 출시했다. 첫 뉴로모픽 칩 개발 당시 인텔은 “이는 NPU 연구 시스템인 포호이키 스프링스에 사용되는데, 이를 시작으로 NPU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NPU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자체 AP ‘엑시노스 9(9820)’을 개발했다. 엑시노스 9820에는 NPU가 탑재됐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엑시노스 9820의 인공지능 연산 능력은 NPU를 탑재하지 않았던 기존 AP ‘엑시노스 9810’에 비해 7배 향상됐다.

IBM은 좀 더 일찍이 NPU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14년 IBM은 코넬대 연구원들과 함께 트루노스라는 이름의 NPU를 공개했다. 당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추진한 시냅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트루노스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기술도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구가 중단됐다. 전력 소모도 매우 커서 스마트 기기에 탑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범용성 낮은 NPU, 계속 개발되는 이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NPU가 인간을 완벽하게 따라잡을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연산 성능과 소비 전력 효율은 여러 인공지능 프로세서 중 가장 진화했으나,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고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세서 대부분이 폰노이만 구조로 범용성이 낮다. IBM이 2014년 트루노스를 출시했다가 철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NPU가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연산 성능과 소비 전력 효율은 검증이 됐다. 인공지능을 넘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전력 또한 오랜 시간 사용하기 위해 저전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NPU는 4차산업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행보도 눈에 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TTA 저널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주문형 반도체(ASIC)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NPU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패키징 기업 네패스는 미국 뉴로모픽 제공업체 제너럴비전과 글로벌 독점권 계약을 체결, 2018년 1월부터 뉴로모픽칩을 양산했다. 학계에서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UNIST는 공동으로 신경망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개설했다.

한편, 지난 8월에는 전북대학교에서 뉴로모픽 칩의 핵심과도 같은 뉴로 트랜지스터 소자를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해당 트랜지스터 소자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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