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알못을 부탁해] 삼성이 2위라는 ‘파운드리’, 그게 뭐에요?

최근 애플이 자체개발한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애플 실리콘 M1’이 화제다. M1은 최신 맥북에어, 맥북프로, 미니맥에 탑재됐는데, 엄청나게 빠른 성능으로 기존 PC와 맥북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궁금증이 든다. 애플에는 공장이 없다. 아이폰 뒷면에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by China’라고 씌여있다. 설계는 애플이 했지만, 생산은 중국 기업(폭스콘)이 했다는 의미다. 공장이 없는 애플은 M1 역시 설계만 할 뿐 생산은 스스로 하지 않는다. 애플은 M1 칩을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맡겼다. TSMC처럼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회사를 ‘파운드리’ 회사라고 부른다.


파운드리를 쓰지?


모든 일에 분업이 필요하듯,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곳도 있지만, 최근에는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과 위탁받아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으로 나뉜다. 설계가 복잡해지고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형태를 갖춘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규격에 따라 종류가 구분되는데, 규격만 지키면 설계하는 데 에너지를 크게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IDM 기업 중에서도 미세공정 여부와 효율성은 자체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는 정해져 있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생산업체 별로 제품 특성이 다르다. 디바이스에서 구현하는 부가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종류가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가 됐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다품종을 소량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생산 라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설계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로 한다. 이렇게 생산라인이 없는 반도체 기업을 ‘팹리스(Fabless)’라고 한다. 팹리스 기업은 자사 설계도를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위탁 생산한다. 이렇게 위탁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바로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파운드리의 경쟁력 “기판은 넓게, 회로는 얇게”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에 있는 TSMC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를 차지하는 만큼,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가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기업 중 7나노 이하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뿐이다. 7나노 이하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생산 효율성과도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칩은 웨이퍼라 불리는 넓은 실리콘 기판 위에 같은 모양의 회로를 여러 개 그린다. 이후 칩 모양으로 잘라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 칩이다.

반도체 생산업체는 ‘웨이퍼는 넓게, 회로는 미세하게’ 생산하는 데 주력한다. 회로를 그리는 크기가 작을수록 더 많은 회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이 말은 곧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넓은 종이에 얇은 펜으로 그림을 더 많이 그릴 수 있듯, 넓은 웨이퍼에 회로를 미세하게 그릴수록 더 많은 부품을 배치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량과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이 회로를 나노단위로 그리면 ‘나노 공정’이 되는 것이다.

회로는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PR)’라 불리는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도포한 후, 그 위에 회로 모양이 그려진 일종의 ‘모양자’를 통해 빛을 비춰준다. 빛을 비추면 회로의 모양이 웨이퍼 위에 남게 된다. 이 모양자 역할의 판을 ‘포토마스크’라고 한다. 이렇게 빛으로 배선을 하는 공정을 ‘노광공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회로를 그리는 데 사용되는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배선을 더욱 얇게 그릴 수 있다. 파장이 짧은 빛을 조사할 할 때 패턴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EUV 노광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곧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나타낸다.


핵심은 EUV 노광장비 확보


EUV 노광공정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 기업 ASML이다. ASML은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한다. 한 대에 1억 3163만달러(한화 약 1500억원)에 달하고, EUV용 포토마스크도 43만달러(약 5억원) 정도다.

ASML이 2021년 생산하기로 계획한 EUV 노광장비는 약 40대다. 하지만 현재 TSMC가 주문한 EUV 노광장비는 40대, 삼성은 10대로 수급 부족현상이 예상된다. ASML이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乙)’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7나노 이하 칩 생산을 포기한 기업도 있다.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대의 장비가 필요한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 들이기 부담스럽다. 실제로 미국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 2018년 EUV 노광장비 도입을 연기하다 돌연 “7나노 공정 개발을 중단할 것이며, 더 이상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반도체기업 UMC도 7나노 공정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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