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주인은 당신”이라는 마이데이터

[2020년을 달군 금융IT 소식] ➂마이데이터, 내년이 ‘원년’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하십니까?”

새로운 서비스를 가입하거나 이용하기 전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사실 이용자에겐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동의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하루만 봐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특정 지역의 날씨를 검색하고,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회사로 출근을 한다. 업무 솔루션을 사용하며 근무를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맛집을 검색,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관심 분야의 기사를 보고, 소셜 미디어에 글을 남긴다. 틈틈이 온라인에서 생필품도 구매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24시간만 해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수집되고 저장, 공유된다.

이때 발생한 데이터는 누구의 것일까. 나의 동의로 시작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디에 산재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일까. 마이데이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각종 공공 기관, 기업 등에 흩어진 나의 정보를 한꺼번에 모아 확인할 수 있으며,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 신용·자산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의 법적 근거

마이데이터의 법적 근거가 생겼다. 바로 지난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정확하게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고 한다.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다. 내년 2월 4일부터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은 정보주체에 대한 신용정보를 지정하는 제3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정보 범위는 금융거래정보, 국세, 지방세 납부 정보, 4대 보험료 납부정보, 통신비 납부정보 등이 해당된다. 관련해 금융, 유통, 통신 등의 기업들은 내년 2월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예비허가 신청 기업 35곳을 심사 중이다. 여기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시중은행들과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이 포함됐다. 이르면 이번달 중으로 심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는?

미국과 유럽은 우리보다 마이데이터 산업을 먼저 시행했다. 다만, 두 나라간 시행취지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자유로운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유럽은 규제에 방점을 뒀다.

미국은 20만건 이상의 가장 많은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 미국은 마이데이터 정책이 자국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속한 규제 금융기관 수만 5000여개로, 모든 금융기관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미국은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의 ‘스마트 공시’ 제도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공시란 이용자가 충분한 정보에 기반을 둔 구매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용자의 소비와 관련한 정보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포맷으로 맞춰 제공한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개인 데이터, 정부가 수집한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데이터,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가격 특징·정보 데이터, 민간기업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 등이다.

반면, 유럽은 마이데이터를 규제 측면에서 접근했다. 지난 2018년 시행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이용자에게 본인 데이터를 다른 정보처리자에게 이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했다. 또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미국 IT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정보처리자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상, 미국 IT 플랫폼의 시장 지배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EU의 GDPR은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는 데이터보호 법안이다. 개인의 데이터주권을 강조하며, 데이터 이동권 등의 마이데이터 내용이 포함됐다. 이보다 앞서 시행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를 통해서도 개인이 동의한 경우, 은행은 타 산업에 오픈API 형태로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 나올까?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서로 다른 방향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각 사의 킬러 서비스와 마이데이터를 연계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앞서 7월 금융위 주최로 열린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소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용자가 네이버 ‘내 자산’에 보유 중인 자동차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집을 구하려는 신혼부부는 네이버 부동산과 네이버 지도를 활용해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선택하고, 네이버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자산, 소득 수준에 맞는 매물,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의 경우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지식인 엑스퍼트를 통해 사용자와 세무 전문가를 실시간 상담으로 연결해 세금 등 궁금한 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뱅크샐러드도 11월 2020마이데이터 컨퍼런스에 참가해 구상 중인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공공, 민간 데이터를 결합한 생애주기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이정욱 뱅크샐러드 리더는 “공공분야 데이터는 개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긴 생애주기에 걸친 정보들이 많다”며 “이를 민간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생애주기별 맞춤화된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졸업증명서나 국가장학금 등 학생정보를 이용한 학자금 대출,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전용 창업자금 대출과 같은 맞춤 추천 서비스가 가능하다. 보험납입·4대보험 정보를 활용해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 중장년 일자리 컨설팅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가족관계 증명서, 건강보험증을 활용한 신혼부부 주거지원,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다자녀 지원금 추천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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