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는 보이지 않는 로봇이 있다

은행에는 보이지 않는 로봇들이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실물 로봇이 아닌 컴퓨터 상의 로봇들이다. 이 로봇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행 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바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RPA는 사용자 PC에서 이뤄지는 반복 업무를 정해진 업무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수행한다. 반복 업무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며, 24시간 가동되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기록 및 재입력 업무나 온라인 양식 작성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은행 직원들은 핵심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은행 업무는 크게 수신, 여신, 외환, 자금, 재무 회계, 준법 감시 등이 있다. RPA는 모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은행의 핵심 업무인 여수신 업무 가운데 비교적 단순한 업무는 RPA로 이미 대체되고 있다. 고객의 돈을 맡아 예치하는 수신 업무에서 신규 고객을 등록하거나 재신고, 증명서 발급 등을 RPA가 대신 할 수 있다. 대출, 주택금융 등 자금을 주는 업무인 여신 업무에서는 여신 처리검토, 대출조건 변경 검토 등을 RPA가 처리할 수 있다.

정확성을 요구하는 제휴기관 계약별 정산관리(외환), 환율 우대 프로모션 관리, 현금 외환 투자현황 보고서 작성(자금), 은행 간 자금경제 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 24시간 업무를 필요로 하는 이상탐지거래 분석결과 업데이트, 자금세탁 거래 모니터링도 RPA가 대신하고 있다.

실례로, KB국민은행은 더케이프로젝트를 통해 RPA를 전면 시행했다.이전에는 일일이 사람이 하던 월 급여이체 명세수령, 발송업무, 퇴직연금 입금업무를 RPA가 자동으로 처리, 입력한다.

나아가 국민은행은 RPA를 전 영업점으로 확대한다. 본점 차원의 RPA 도입을 넘어, 전 영업점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해 국민은행이 발주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영업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PA 신규 과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사용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기존 운영과제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개인사업자 대출연장, 자동차대출 자동차 등록원부 조회, 가계여신 자동 연장심사 등에 RPA를 도입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단순 업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RPA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고도화된 업무에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고도화, 모바일 기반 RPA 장애점검 시스템 구현 등 다양한 업무에 RPA를 적용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농협은행의 WM사업부는 디지털전략부와 협업해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점검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력에 의존한 점검 업무를 자동화했다. 매일 전국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수 천건의 투자 상품 거래신청서를 점검해 필요한 서류 중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미흡한 사항을 영업점에 전달해 보완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RPA 도입으로 시간, 비용을 모두 절감한 사례는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다양한 업무에 RPA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향후 5년간 21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신한은행은 RPA를 활용해 기업 재무제표 입력 자동화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이 챗봇에 기업의 사업자번호, 재무제표 발급번호를 입력하면 RPA가 국세청 정보를 조회해 자료를 자동으로 입력한다. 덕분에 직원이 직접 자료를 입력하는데 소요되는 평균 20~30분의 시간을 절약한 동시에, 업무 오류도 해소했다.

RPA를 도입해 높은 효율성을 검증, 확인한 은행들은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디지털 전환 확대를 위해 RPA 인프라를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RPA솔루션과 함께 서버, 관제 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늘릴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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