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즉시배달까지.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속도전’을 펼치는 와중에 오히려 느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있으니 ‘카카오메이커스’다. 카카오메이커스가 느린 이유는 ‘재고 없는 배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상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 수요를 모아, 최소주문수량 기준치를 넘은 제품만 생산한다. 고객의 사전 주문을 받는 기간은 통상 1~2주가 소요된다. 그러니까 고객은 결제한 상품을 늦게는 최소 1~2주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냥 느린 게 아니라 많이 느리다. 심지어 최소주문수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아예 배송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카카오메이커스가 만드는 숫자는 나쁘지 않다. 2020년 11월 기준 누적거래액은 3000억원. 2019년 4월 1000억원이었던 숫자가 1년 7개월 사이 2000억원이 늘었다. 최근 성장세도 가파른데 2020년 3분기 기준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카카오메이커스가 ‘거래액’이 매출액으로 치환되는 직매입 방식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에, 여기서 카카오메이커스가 카카오커머스 전체 매출(2019년 기준 296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소주문수량을 넘어서 고객 배송이 완료된 주문 성공률은 99%에 육박한다. 카카오메이커스에는 주간 단위로 400~500개의 딜이 돌고 있는데, 대부분의 상품이 실제 생산돼 고객에게 배송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카카오메이커스가 일정 숫자 이상의 고객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만 배송이 늦어져도 분노하는 한국 고객들이 카카오메이커스의 느린 속도를 그냥 감내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언가 카카오메이커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느림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그 방법을 안다면, 굳이 높은 비용을 투하해가면서 속도전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카카오메이커스 서비스 운영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조창엽 카카오메이커스 서비스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메이커스, 느린 데 왜 쓰는 건가요?

[참고] 카카오메이커스 숫자 정리

2019년 4월 기준 누적거래액 : 1000억원

2020년 11월 기준 누적거래액 : 3000억원

누적 입점 제조사/브랜드 : 3200여개

누적 구매자수 : 150만명

누적 배송완료 제품 : 1050만개

주 이용고객 : 3040 여성

방문 고객 성비 : 여성 70%, 남성 30%

주간 딜 숫자 : 평균 400~500개

주문 성공률 : 99%

지속 가능한 ‘소셜 임팩트’

카카오메이커스는 2018년 카카오커머스에 포함돼 분사되기 전인 2016년 탄생한 서비스다. 그 때 이름은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였고, 카카오식 사회공헌 사업 ‘소셜 임팩트’ 1호 서비스로 시작했다.

카카오가 바라보는 사회 공헌은 ‘지속가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연말이면 흔히 나오는 김장김치 나눔이나 기부 같은 사회 공헌 방식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사회 공헌도 기업과 파트너가 이익을 봐야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카카오의 입장이다.

카카오메이커스에도 이 생각이 녹았다. 카카오메이커스가 인식한 시장의 문제는 ‘재고’였다. 제조사, OEM을 통해 상품을 기획, 생산한 브랜드업체가 상품을 제조했지만 수요예측과 마케팅의 실패로 안 팔린 재고에 고민하고 있는 것을 봤다. 쌓여있는 재고는 업체에겐 곧 비용이다. 만약 제조업체들이 그들의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먼저 알 수 있다면, 딱 팔릴 만큼만 생산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메이커스는 이 문제를 ‘공동 주문’으로 풀고자 했다. 상품이 양산되기 전에 제조사로부터 받은 최종 샘플을 기반으로 카카오메이커스가 상품 콘텐츠를 만들어서 메이커스 플랫폼에 올린다. 고객은 그렇게 올라온 상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다면 결제를 한다. 제조사는 고객의 결제 내역을 보고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을 하고, 최종적으로 설정한 예약 배송일에 맞춰 상품을 발송한다.

카카오메이커스 상품상세에는 제품제작에 필요한 ‘최소 주문수량’과 제작/판매 가능한 ‘최다 수량’이 인터페이스로 함께 노출된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이 두 숫자를 파트너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최소 주문 수량’은 공장 입장에선 MOQ(Minimum Order Quantity)를 의미한다. 카카오메이커스의 파트너인 제조사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는 만들어야 그들의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숫자다. ‘최다 수량’은 공장 입장에서 봤을 때 한계 생산량(Capacity)이다. 공장이 배송 예정일에 맞춰서 라인을 최대한 가동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이다. 생산자의 환경을 고려한 인터페이스다.


카카오메이커스 주문 화면에 노출되는 ‘최소 주문수량’과 ‘최다 수량’ 인터페이스

카카오메이커스의 제조 파트너사는 카카오메이커스를 시장 조사를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신제품이 잘 팔릴지 안 팔릴지 예측하기 어려워 마음 졸일 때, 카카오메이커스에 제품을 투척해보고 고객 반응을 살피는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초기 카카오메이커스에선 입점 업체들이 상품 색상이나 디자인을 고객에게 투표를 받아 양산되는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식 소셜 임팩트는 카카오메이커스의 느린 배송을 특별하게 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라는 소구점이 특정 소비자에게는 가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카카오메이커스는 ‘수익’도 챙겨간다. 카카오메이커스의 현시점 수익모델은 ‘유통 판매’ 하나고, 그 방법은 직매입이다. 중개 판매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매출은 직매입에서 나오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 주문 및 정산 프로세스. 상품 재고를 매입해서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출고하는쿠팡 로켓배송식 직매입과는 구조가 다르다. 카카오메이커스의 물류도 카카오가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사에게 위탁 물류 운영을 맡긴다. 쉽게 말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고객에게 바로 쏜다는 거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팔리지 않는 재고 부담을 지게 되는 일반적인 직매입과는 다르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최소주문수량을 달성하여 딜이 성사된 이후에 파트너사에게 매입 대금을 정산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예약 주문한 상품을 생산이 들어간 이후 변심으로 취소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카카오메이커스가 직매입으로 지는 재고 부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요컨대 카카오메이커스 역시 공동 주문을 통해서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치 소구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잡았다.

포기하지 못하는 ‘콘텐츠’

밝히자면 카카오메이커스에선 세상에 없던 신제품만 팔리는 것이 아니다. ‘재고’가 있는 기성품도 상당수가 함께 팔리고 있다. 2016년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시절부터 하나둘 섞이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본격화 됐다. 재고가 있는 상품도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을 모아서 발송하는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메이커스에서 오늘 주문한 제품이 뜬금없이 내일 도착했다면, 십중팔구 재고가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재고 없는 배송’을 지향하는 카카오메이커스가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다시 한 번 ‘재고’ 때문이다. ‘재고 없는 배송’은 여전히 카카오메이커스가 목표하는 바지만, 파트너 제조사 중에는 이미 만들어서 쌓여있는 재고로 고민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는 카카오메이커스가 보기에 ‘가치’ 있는 상품도 있었다. 제조사는 잘 판매하지 못했지만, 메이커스는 잘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조 팀장은 “카카오메이커스가 재고를 아예 없애는 방식의 주문후 생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재고를 잘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주문 생산 방식을 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중요했고, 충분한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객들이 필요했다. 우리는 아직도 주문생산 방식을 위해서 달리는 중”이라 말했다.

카카오메이커스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여기에서 나온다. 카카오메이커스는 모든 상품 관련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 카카오메이커스의 색깔이 있는 통일된 콘텐츠가 나오는 이유고, 이것이 고객 소구점이 된다는 게 카카오메이커스측 설명이다.


카카오메이커스 입점 프로세스. 카카오메이커스는 입점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있어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인지,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지 제품력을 중심으로 큐레이 션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메이커스 MD들은 제조사 파트너로부터 받은 최종 샘플을 직접 사용해보고 콘텐츠를 제작한다. 상품명과 카피라이트를 만들고, 사진을 촬영한다. 상품을 만든 제조사 담당자의 이야기가, 상품을 소싱한 카카오메이커스 MD의 이야기가 상품상세에 함께 녹는다. 이렇게 만든 상품상세는 제조사가 원한다면 무료로 제공해준다. B2C 콘텐츠 제작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 제조사에게는 가뭄의 단비다. 혹시나 해서 카카오메이커스가 만든 상품상세를 그대로 제조사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올려서 팔아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된다고 한다. 쿨하다.

이건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카오메이커스의 상품 구성과 상품상세 화면을 가져왔다. 브랜드명, 가격이 노출되지 않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조 팀장은 “카카오메이커스 고객들은 카카오메이커스 콘텐츠 구성을 잡지 룩북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고 평한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대한 많은 상품을 노출하기 위해서 작은 썸내일로 빽빽하게 화면을 구성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우리는 고객이 한 눈에 핵심 포인트를 파악하고 제조사의 진심을 전해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진심을 다하는 콘텐츠 구성이 메이커스만의 특징이고 가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크한 제품이란 무엇인가

카카오메이커스가 서비스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세 번째는 ‘유니크한 제품 큐레이션’이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유니크한 제품’을 고객이 겪고 있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라 정의했다. 예를 들어서 제조업체 에스틸로가 만든 미니 건조기는 1인 가정에 맞춰 크기는 줄이고 가격은 낮춘 제품이다. 또 다른 제조업체 H201은 샤워기에 장착하는 정수필터에 비타민C를 추가한 제품을 만들었다. 두 제품 모두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잘 팔렸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고 카카오메이커스는 평한다.

카카오메이커스가 말하는 유니크함이란 색다른 디자인,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일 수도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카카오프렌즈(여긴 카카오커머스와 통합됐다.),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콘텐츠 계열사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을 기획, 제작하여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 예컨대 제주 감귤 생산자와 제휴하여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캐릭터 인형을 세트로 판매한 제품은 카카오메이커스에서만 팔렸는데, 하루만에 매진됐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로 연재된 <나혼자만 레벨업> 나염 후드티 같은 상품도 메이커스에서 팔리고 있다. ‘친환경’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는 패션 PB 상품 ‘메이커스 프라임’도 메이커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품은 아무래도 카카오메이커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제품이다.

조 팀장은 “메이커스의 PB 상품은 본래 우리가 추구하는 주문생산 방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PB 상품이 주문생산을 하는 제품으로 구성돼있고, 그렇게 절감한 20% 가량의 재고 비용을 판매가에 녹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매체나 사람들이 카카오메이커스를 중소상공인을 돕는 서비스라 해석하는 데,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은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카카오메이커스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하고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서비스고, 그런 쪽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올 수 없는 ‘카카오톡’

마지막으로 카카오메이커스가 내거는 경쟁력이자 가치는 ‘카카오톡’이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카카오톡을 고객 유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카카오메이커스 톡채널 구독자는 현재 230만명. 이 채널을 통해 매주 선정한 새로운 제품 정보를 고객에게 발송한다. 그때그때 대규모 구매 트래픽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카카오메이커스는 짧은 기간 안에 폭발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제조 파트너에게 의미를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톡은 메이커스로 유입되는 경로 중에서 가장 많은 고객이 들어오는 채널이다. 메이커스 앱이 있긴 하지만, 실제 인입 고객은 카카오톡이 훨씬 많다고 한다.

메이커스 톡채널은 고객의 구매 이전부터 완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관통하며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다. 예컨대 카카오메이커스 ‘오픈예정’ 탭에는 아직 상품상세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 정보가 간략한 설명과 함께 노출되는데, ‘주문시작 알림’ 버튼을 눌러서 실제 딜이 오픈된 이후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딜이 오픈된 제품 콘텐츠 아래에선 ‘하트 버튼(좋아요)’을 누를 수 있는데, 이걸 누르면 카카오메이커스 톡채널에 내가 좋아요한 상품들이 쌓인다. 카카오톡 채팅방을 마치 장바구니처럼 활용하는 기능이다. 언제든 내가 좋아요한 상품을 모아볼 수 있고, 곧바로 주문도 가능하다.

만약 고객이 딜이 마감되는 전날까지 좋아요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톡채널은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식의 메시지를 발송하여 또 한 번 고객 구매를 유도한다.

딜이 마감된 상품상세에서 고객은 ‘재주문 알림’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추후 같은 상품의 딜이 다시 오픈되면 고객에게 알림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능이다. 카카오톡과 메이커스 사이를 유기적으로 오가면서 고객 주문을 유도한다.

조 팀장은 “카카오메이커스는 주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메이커스 서비스 안에 촘촘한 파이프라인을 짜고 있다”며 “주문 시작부터 종료 전까지 메시지 관리를 통해 고객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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