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 2020년 11월 기준 연매출 100억 돌파. 그래, 연매출 100억 정도야 비즈니스판에서 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놀란 이유는 두 번째 이야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처음으로 ‘종이 아이스팩’ 제품을 출시했다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7월부터라고. 2017년 9월 설립한 이 회사는 그 전까지 대기업 대상으로 건자재 납품을 하던 회사였다. 분야가 다른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불과 1년이 좀 넘어서 100억원 매출을 만들었다. 이건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다.

회사의 이름은 바인컴퍼니. 연매출 100억원의 99%가 ‘종이 아이스팩’ 단일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300여개의 기업들이 이 기업의 고객사다. 쿠팡, 마켓컬리, 우아한형제들, 프레시지, 현대백화점, CJ푸드빌, 오뚜기, 한진 등등. 이 정도 큰 기업들이 약 먹은 것도 아니고 신생업체의 제품을 막 쓰지는 않는다. 이 업체 궁금해졌다.

건자재 업체가 부자재 업체가 된 이유

“정말 우연한 계기로 종이 아이스팩을 만들게 됐습니다. 기차를 타고 부산을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좌석에 비치된 잡지에서 한 가정주부가 쓴 기고문을 봤습니다. 주제가 ‘한 달 동안 쿠팡 살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분이 느끼는 불편함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집을 나서지 않아도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 분은 나중에 집 앞에 쌓여있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뭉치를 마주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는 그나마 분리 배출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스팩은 막막합니다. 그 글을 보고 집에 들어갔는데 저희 집 앞마당에도 아이스팩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게 보였습니다(복진원 바인컴퍼니 부사장)”

건축 자재를 납품하던 회사 바인컴퍼니가 ‘아이스팩’ 제품을 개발하게 된 사연이다. 복 부사장의 집에서도 그가 본 기고문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아이스팩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버리는지 모르다보니 싱크대에 내용물을 잘라 버렸다가 배수구가 막히는 등 사고가 났다. 종량제 봉투에 5~6개 이상의 아이스팩을 모아서 버렸더니, 리어카에 봉투를 담아 수거하는 동네 어르신이 무겁다고 아이스팩을 하나씩만 넣어서 버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복 부사장은 그 때 기존 아이스팩을 대체할 수 있는 ‘재활용 가능한 아이스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기존 아이스팩의 주성분인 고흡수성폴리머(SAP, Super Absorbent Polymer)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했다. 당시 복 부사장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만 SAP 아이스팩은 1년에 5~6억개 정도가 사용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500년 동안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5~6억개의 아이스팩을 한 곳에 쌓아놓으면 웬만한 빌딩 한 채 크기가 나올텐데, 빌딩 하나가 땅속에 500년 동안 박히는 셈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친환경 아이스팩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냉매 개발에 집중했죠. 처음 개발한 제품은 97% 물, 3% 화학제품을 혼합해서 냉매를 만들고 포장재로 종이를 사용한 제품이었습니다. 웬걸, 성능이 기존 플라스틱 아이스팩에 비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종이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친환경’ 이야기가 계속 들리더군요. 그래서 100% 물로 아이스팩을 개발했습니다. 가능하면 종이 내지에 사용하는 필름도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바꿨습니다. 2018년 10월부터 약 6~7개월이 걸려 제품을 개발했고, 동시에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수 있는 생산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당시 직원들에게 아이스팩을 개발한다고 하니 ‘또 이상한 거 하려고 그런다’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저도 아이스팩을 사업화를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SAP이 들어간 플라스틱 필름 소재 아이스팩(좌측)과 바인컴퍼니가 개발한 100% 물이 들어간 종이 소재 아이스팩(우측). 사진에 있는 제품은 물이 아닌 ‘식물영양제’를 넣어 만든 제품이다. 소비자는 택배 포장에 들어있는 냉매를 그냥 버려도 되고, 집에 있는 화분에 뿌려줘도 된다.

2019년 5월 21일은 바인컴퍼니에게 있어 사업의 전환점이 만들어진 날이다.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자그마한 책상 2개를 조립해서 만든 부스를 열었고 바인컴퍼니가 개발한 종이 아이스팩 샘플을 처음 대중에 소개했다. 복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브로셔 같지도 않은 엉성한 브로셔를 책상에 몇 개 올려놨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왔다. 바인컴퍼니 부스 앞에 인파의 줄이 늘어섰다.

“그때 생각했죠. 사람들이 찾고 있구나. 종이 아이스팩으로 큰 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사업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당장 회사에 지금까지 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아이스팩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우리가 받은 업계 관계자들의 명함만 300개 정도 됐는데, 이 때 만난 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그 때 만난 우아한형제들과는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배민상회에 우리 종이 아이스팩을 팔고 싶다는 니즈였죠. 6월에는 쿠팡과 미팅을 했습니다. 쿠팡은 약 3개월 정도 테스트를 먼저 하고, 종이 아이스팩 계약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고객사들의 니즈를 반영해 종이와 필름 두께를 여러 번 바꿔가면서 제품을 개선했습니다. 잘 터진다거나 종이 질감에 대한 개선 요청이 있었는데, 이거 때문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음식점 대상 비품 쇼핑몰 배민상회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이 아이스팩. 바인컴퍼니가 개발하고 우아한형제들이 디자인한 제품이다.

레퍼런스는 레퍼런스를 몰고 왔다. 바인컴퍼니는 2020년 한 해에만 아이스팩을 1억개를 판매했다. 그렇게 만든 매출이 100억원이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한 공장 캐파(Capacity)의 한계치가 다가왔다. 바인컴퍼니는 현재 캐파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을 위한 생산라인 구축작업을 마무리하며 더 많은 고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경쟁력은 가성비”

궁금증이 생겼다. 업체들이 단순히 친환경 키워드 때문에 바인컴퍼니의 제품을 막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스팩은 ‘보냉’ 효과가 있어야 한다. 쇼핑몰에서 고기를 시켰는데 종이 아이스팩과 함께 흐물흐물 녹아서 온 고기를 받는다면 어떤 고객이 좋아하겠는가. 아이스팩 본연의 기능인 보냉 효과, 과연 종이로도 충분할까.

“기존 SAP 아이스팩에 비해서 100% 물을 사용하는 아이스팩이 2도 정도 낮게 온도 유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체 실험 결과도 있지만, 외부 인증기관인 KOLAS 실험을 통해 받은 인증서가 있습니다. 같은 재질의 박스에다 서로 다른 SAP 아이스팩과 바인컴퍼니의 종이 아이스팩을 넣고 동일한 환경에 두었을 때, 종이 아이스팩이 SAP 아이스팩에 비해 16시간까지는 온도가 낮게 유지된다는 결과였죠. 이게 원리가 있는데 종이 아이스팩의 내부는 얼음이잖아요. 얼음과 마주친 종이 표면에 결로가 생기는데, 결로로 생긴 물이 얼음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굉장히 차갑습니다. 물이 서서히 증발이 되면서 박스 내부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품질과 함께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쿠팡이 괜히 박스업계의 축복이자 악몽으로 이름 높은 것이 아니다. 규모를 기반으로 구매력을 뽑아내고 있는 업체라면 당연히 ‘박스’나 ‘부자재’ 가격도 낮추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저단가 리그는 이 동네에서도 이미 일반화됐고, 포장 부자재를 판매하는 바인컴퍼니도 ‘저단가’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겠다.

“종이 아이스팩 단가는 이윤을 따지고 보면 기존 아이스팩보다 비싸야 맞겠죠. 저희도 처음에는 종이 아이스팩이 많이 안 팔릴 것 같아서, 가격을 비싸게 받아볼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킨텍스에서 저희한테 명함을 주고 간 분들에게 영업을 하다 보니 이 분들의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센 겁니다. 5원 단위에 민감한 사람들이었죠. 그래서 바인컴퍼니는 우리 마진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업체들이 기존 사용하던 아이스팩보다 더 낮은 단가에 가격을 맞췄습니다. 피부로 느낀 것은 우리 마진이 적으면 적을수록 많이 팔린다는 겁니다. 우리는 원래 이 시장에 있던 플레이어가 아니다 보니 유통구조를 확 줄일 수 있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종이 아이스팩을 넘어서

바인컴퍼니는 종이 아이스팩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현재 총 4개의 포장, 부자재 라인업을 구축했다. 모두 종이가 원료인 제품인데, 종이 아이스팩과 종이박스, 종이완충재, 종이빨대를 함께 판매한다. 갑자기 빨대라니 좀 생뚱맞을 것 같은데, 이 또한 효율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한 제품이라는 게 복 부사장의 설명이다.


“우리가 제품 샘플을 받으려면 최소 600만원 어치 종이를 사야 돼요. 근데 테스트를 마치고 나면 10만원 어치도 안 되는 종이를 사용한 게 보이는 겁니다. 나머지 590만원 어치 종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종이 자재도 여유가 있게 들어오다 보니 사용하고 남는 종이가 생기잖아요. 이 종이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만든 게 종이빨대입니다. 이후 종이빨대 제조가 가능한 공장을 찾아 사장님과 미팅하고, 종이를 딱딱하게 만들려고 생분해 필름을 붙여서도 만들어보고, 100% 해리가 되는 코팅 방식을 써서도 만들어 봤습니다. 종이 빨대 제품도 아이스팩과 마찬가지로 더 싸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이 완충재는 아마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가장 저렴할 것입니다”

바인컴퍼니의 제품 라인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종이 아이스팩(물, 식물영양제), 종이 박스(고급형, 일반형), 종이 완충재, 종이 빨대(사진 : 바인컴퍼니)

바인컴퍼니는 2021년 바인컴퍼니의 종이 아이스팩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고객사를 중심으로‘종이 박스’ 영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바인컴퍼니는 올해 아이스팩을 1억개 팔아서 100억 매출을 만들었다. 내년 바인컴퍼니는 종이 박스를 소소하게 100만개만 팔아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00만개만 팔더라도 매출 100억은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바인컴퍼니의 분석이다. 여기서도 바인컴퍼니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가격’이다.

“종이 박스는 고급형과 일반형 두 개 타입이 있습니다. 고급형은 보냉 측면에서 기존 스티로폼 박스보다 성능이 좋습니다. 디자인도 예뻐서 이 박스로 배송을 받은 고객은 2차적으로 공구함, 의류함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방수도 되고, 굉장히 튼튼합니다. 아파트 10층에서 떨어뜨려도 모서리가 살짝 찌그러지는 정도입니다. 일반형은 스티로폼 박스보다 보냉 성능은 20% 정도 떨어지는데, 요즘 원체 배송시간이 빨라져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라면 문제없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형 박스 단가는 ‘스티로폼 박스’에 맞췄습니다. 고급형 같은 경우는 스티로폼박스보다는 비싼데 스티로폼박스를 이용할 때 내야 하는 환경 부담금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무조건 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박스에서 100원 이상의 마진을 보면 스티로폼보다 10~20원 비싸집니다”

바인컴퍼니의 고급형 박스(왼쪽)와 일반형 박스(오른쪽). 두 박스 모두 안쪽에 ‘내장재’가 들어있는데, 한 눈에 봐도 고급형이 고급지다. 박스 사이즈는 기존 많이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와 동일한 사이즈로 만들었다. 제조, 유통회사의 자동화 라인에 호환되도록 크기를 맞춘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친환경’의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맞아서 종이와 관련된 신선포장 부자재, 박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종이와 관련된 제조, 유통업체라면 누구나 이 시장에서 뛰어들어 경쟁하기 시작했다. 바인컴퍼니 역시 주변에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는 많다. 앞으로 바인컴퍼니는 어떻게 더 큰 성장을 만들 것인가. 복 부사장의 말로 마무리한다.

“바인컴퍼니는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 종이 아이스팩을 만들어 유통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업체들로부터 바인컴퍼니에 견적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신선식품 배송이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먼저 했기에, 점유율이 높은 것일 뿐이고요. 바인컴퍼니는 경쟁사가 많이 들어오더라도 기존 시장이 빠르게 종이 아이스팩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죠. 올해 1억개를 했으니, 내년에는 2억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시장의 니즈가 10억개라면 나머지 8억개는 우리 말고 다른 누가 할 수도 있겠죠. 지금 생각보다 적은 이윤을 보고 있지만 우리 직원들 월급 주고 사무실 운영하고 가족들이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을 정도로 벌고 있습니다. 바인컴퍼니는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더 많이 팔고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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