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이다. 이제 슬슬 올 한 해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 왔다. 올해 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웹툰과 웹소설, 음원과 영상, 게임 등 총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정리해봤다.

올해 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① 웹툰웹소설 편
올해 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② 영상‧음원 편
올해 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③ 게임 편


종횡무진 투자에 나선 웹툰의 제왕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파트너십 확대와 인수합병에 공을 들였다. 둘 다 외연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방향은 조금 다르다. 카카오페이지는 상장을 했거나 준비 중인 카카오의 다른 자회사가 그러하듯,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시장에 존재감을 알리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생태계 안으로 식구들을 끌어들여 직접 영상 제작의 영역까지 뛰어들었다면, 네이버는 파트너를 확대해 각자 잘 하는 일에 집중하자는 모습이다.

일단, 카카오페이지. 거침없는 인수합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지분인수와 투자에 썼다. 투자 대상도 웹툰‧웹소설 원작 IP를 확보한 곳부터, 영상 제작, 글로벌 플랫폼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IP를 다변화하고 이를 글로벌로 유통하는 모든 밸류 체인을 카카오페이지 안에 품는 전략을 택했다.

다음은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지가 올해 투자한 회사를 나열한 것이다

10월 29일 케이더블유북스 (웹소설 IP 기획 및 제작, 341억원 투자, 51% 지분 확보)
10월 5일 투유드림 (웹툰 IP 기획 및 제작, 200억원 투자, 25% 지분 확보)
9월 24일 타파스미디어 (북미 웹툰 플랫폼, 60억원 투자, 21.68% 지분 확보)
8월 27일 디앤씨미디어 (서적 출판업, 211억원 추가 투자, 23.13% 지분 확보)
7월 15일 래디쉬(미국 웹소설 플랫폼, 322억원 투자, 12.46% 지분 확보)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한 군데 이상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그 합이 대략 1134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카카오의 움직임을 놓고 “무섭다”는 말도 한다. 공시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8월에도 58억8000만원을 들여 글로벌 제작사 ‘크로스픽처스’를 인수했다. 미국 법인으로 시작해 국내서 드라마 ‘마음의소리’ ‘치즈인더트랩’ ‘닥터진’ 등 웹툰과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만들어온 곳이다. 인도와 중국에서 제작해 흥행을 해본 글로벌 제작 역량을 높이 샀다.

크로스픽처스를 눈여겨 볼 이유는 카카오페이지가 해당 인수합병에 힘입어 ‘사내맞선’이라는 웹소설을 드라마와 OST, 스토리텔링게임, 채팅소설,오디오북 등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해 제작하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즉, 인수합병한 밸류체인을 놓고 보면 IP 확보에서 영상 제작, 유통까지 가능한 구성이 갖춰졌다. 특히 같은 계열사인 카카오M이 공격적으로 연예 매니지먼트와 제작사를 인수하는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가 가히 콘텐츠 제국이 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에만 이렇게 눈에 띄는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자회사 설립 후 2018년부터 꾸준히 인수합병을 진행해왔다.  국내 만화 시장을 이끌어온 출판사 트로이카 서울미디어코믹스, 학산문화사, 대원씨아이 등에 400억원을 투입하며 각 20% 안팎의 지분을 사들였고, 삼양씨앤씨, 네오바자르, 다온크리에이티브, 알에스미디어 등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왼쪽부터)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

네이버는 외연을 넓히는 길을 택했다. 네이버의 성장의 역사가 그러했듯, 콘텐츠 부문에서도 파트너와 함께 커겠다는 전략을 꺼냈다. 대표적 사례는 역시 CJ와의 연대다. 두 회사가 지분을 맞교환했는데, 네이버는 CJ ENM의 지분을 4.996% 취득해 3대 주주가,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은 6.26%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반대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지분을 각각 0.32% 씩 보유키로 했다. 앞서 카카오가 콘텐츠의 제작부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며 CJ ENM의 경쟁자가 되는 전략을 세운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보인다.

양사는 콘텐츠 제작과 창작자 육성을 위한 펀드를 공동 조성해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J 측은 네이버웹툰 측이 보유한 IP를 활용해 영상과 드라마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 측은 CJ 측의 제작역량을 활용해 VR과 AR을 적용한 실감형‧숏폼 콘텐츠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측은 이번 협업에 더해 CJ ENM의 자회사인 티빙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네이버의 이같은 발표는 카카오의 공격적 행보를 견제해 시장에 “네이버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모전이 참 많았다


가히 ‘공모전’ 전성시대다. 뜰만한 IP 발굴에 모든 플랫폼이 적극 뛰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지상최대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총상금 15억원을 내걸었다. 웹툰과 웹소설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했고 장르도 다변화했다. 이건 굳이 네이버의 일만이 아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인데, 다음웹툰은 ‘2020 천하제일 웹툰 공모전’을 내걸고 총 2억원 상금에 정식 연재를 약속했다. 또,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추미스 소설 공모전’을 열었는데 대략 1억원 안팎의 상금이 걸려었다.

올해는 리디 역시 웹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다. 오렌지D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총 상금 3억6000만원 규모의 웹툰 공모전을 열었다. 오렌지D는 리디가 확보한 IP를 자체제작해 플랫폼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공모전 수상작 역시 자체 프로듀싱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 문피아와 조아라 역시 각각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을 확보했다. 공모전은 해당 플랫폼이 작가 등용문이 될 수 있다는 마케팅의 역할 외에도 경쟁력있는 원천 IP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열린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 봤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카카오는 일본에서 날았다.

3분기 네이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순방문자수(MAU)는 6700만명 수준이다. 월간 결제자 수를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는데, 전체 거래액 역시 40%성장한 22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5월에는 아예 웹툰 자회사를 일원화한 총괄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잡았다. 네이버는 2014년  염원이던 미국 시장에서 웹툰을 갖고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현지에서 월간 순 방문자수(MAU) 1000만명을 넘겼다고 발표했는데,  3분기에는 북미지역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했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재팬이 일본에서 운영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지난 7월 기준으로 일본 양대 마켓(애플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성적은 여전히 유지 중이다. 이게 왜 의미가 있냐면, 픽코마가 일본 만화 플랫폼 후발 주자인데다, 이 지역에서 라인 망가(네이버) 가 강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같은 상황에 매우 고무된 분위기인데, 국내서도 매출을 견인한 ‘기다리면 무료’ 같은 유료화 서비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에서 카카오의 선전이 네이버에도 자극이 됐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라인망가’를 앞세워 일본에 진출해 해당 분야 1등을 지켜오고 있었는데, 초기만 하더라도 일본 출판 문화 시장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웹툰보다는 ‘만화’ 중심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카카오의 선전으로, 일본에서도 연재형 웹툰이 될 거라는 감을 잡았다.

3분기 네이버의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8월부터 라인망가에 웹툰 기술과 인력 투입해 단행본형을 연재형으로 개편중이다. 국내서 인기를 얻은 네이버웹툰 IP를 현지에 확충해 이용자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이런 체질 개선 노력이 어느정도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라인망가 결제자 수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고, 거래액 역시 40% 성장했다.

네이버 측은 일본에서 단행본에서 쌓은 리더십을 가파르게 성장 중인 연재 시장으로 지속해 넓힌다는 계획이다. 연재형 서비스로의 전환과 함께 우수 컨텐츠 확보를 위해 인기 IP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작품성 높은 현지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이와 같은 일본 시장 전략을 4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작품 발굴은 국내서 네이버웹툰의 성장을 끌어온 ‘베스트도전’과 유사한 전략이기도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