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966g 랩톱 요가 슬림 7i 카본, 믿고 사도 될 정도일까

평소 돌아다닐 일이 많아 경량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데스크톱을 쓰고 외부에서 일할 때는 주로 아이패드에 스마트 키보드를 붙여서 쓰다 최근에는 큰 스마트폰+블루투스 키보드 조합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현재 가방에서 일할 수 있는 기기의 무게는 1.1kg->약 600g->약 450g까지 줄였다. 1.1kg는 맥북 에어 11형, 600g은 아이패드 프로 10.5+스마트 키보드, 350g은 스마트폰+블루투스 키보드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키감이 좋은 제품 중 가벼운 편인 MS 폴더 키보드를 쓴다. 회사에서 웹 기반 CMS를 쓰기 때문에 어떤 기기를 사용해도 그럭저럭 일할 수 있다. 문서든 뭐든 작업은 파일을 저장하기보다는 클라우드 위에서 작업한다. 회사의 업무 시스템도 클라우드 기반과 메신저 등으로 원격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이런 저런 변화로 백팩을 매지 않게 되었고 평소 장바구니를 쓰거나 전대를 매고 다니게 됐다. 노트북을 쓴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게 왠지 본인은 백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는 사람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도 안 할 것 같은 애매한 느낌이다.

기자는 백팩이 안 어울린다

그러나 기자도 영상과 이미지를 편집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 폰으로 업무를 하다 급할 때는 PC방에 가서 작업해도 되지만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깔려 있는 PC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신 음식이 맛있다. 결국 다시 노트북을 사용해야만 하는 시점이 언젠가는 온다.

나를 비롯한 기자들은 대부분 맥북 에어와 그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맥북은 오래 안정적으로 쓸 수 있고 사용환경이 쾌적하다. 그램은 백팩을 맸을 때의 스트레스가 아주 적다. 그러나 두 제품에는 단점이 아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맥북은 맥북이라는 것이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업무에 쓰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맥용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같은 웹 기반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웹이 윈도우+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에서 잘 작동하게 설계돼 있어 가끔 불편할 때가 생긴다. ‘이종철.jpg’ 파일을 다운받으면 파일명이 ㅇㅣㅈㅗㅇㅊㅓㄹ.jpg 이렇게 저장돼 수정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특히 누가 한글 HWP 파일 보내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그램의 등장은 그래서 상쾌했다. 1kg도 안 되는 13인치 노트북이라니. 그리고 14인치도 1kg이 안 된다니. 데스크톱만한 17인치는 1.35kg밖에 안 된다니. 그러나 당시 2015 맥북이 지치지 않고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파일명을 이종철.jpg로 고쳤다. 한글 파일은 네이버 오피스에서 열면 읽을 수는 있다. 수정하면 .ndoc 파일이 되므로 물론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그 와중에 프로박살러인 기자들이 그램을 화끈하게 박살내는 것을 보며 그램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램 역시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금속 노트북에 하얀 도료를 바른 제품이다. 그러나 그램은 내구성과 무게를 바꾼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깨진다. 아래는 실제로 바이라인네트워크의 프로박살러들이 박살낸 그램들이다.

이들의 그램을 보며 그램 구매를 점점 미뤄 왔다. 그램 역시 밀스펙을 통과하는 등 내구성에 대한 보장은 돼 있다. 그러나 밀스펙 전체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로 직원들의 그램은 많이 부서졌다. 특히 한명이 집중적으로 박살냈는데, 그분의 그램을 보면 그램 내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아는 흔한 금속 노트북에 도료를 씌운 게 아니라, 도료층 밑에 제품 지지를 위한 섀시가 있다. 도료와 섀시 사이 마그네슘층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깨진 형태를 보면 도료와 마그네슘층이 같이 깨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당 그램에는 아직까지 먼지나 수분 유입으로 인한 오작동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고장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델이나 HP 등의 노트북을 리뷰하면 그 강성에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델, HP의 노트북은 아주 가볍지는 않다. 저 두 미국회사를 제외하면 가장 기대되는 제품은 레노버였는데, 레노버는 씽크패드에 카본까지 썼으면서도 1kg 미만으로 무게를 내리지 못하다가, 씽크패드가 아닌 요가의 브랜드로 드디어 1kg 미만 제품을 만들게 됐다.

요가는 레노버의 컨슈머 프리미엄 브랜드다. 따라서 초 가성비 제품군은 아니다. 그러나 이정도 가격이면 만족스럽다 정도의 수준의 제품을 만든다. 최근 선보인 제품은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타이거레이크 칩셋을 탑재한 제품이다. 여러 모델이 있지만 그중 무게가 966g인 요가 슬림 7i 카본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요가 슬림 7i 카본은 씽크패드 X1 카본에서 쌓인 기술을 요가 브랜드에 적용한 제품이다. 상판에 카본 파이버를 탑재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낮췄다. 하판에는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한다.

카본 파이버는 애증의 소재다. 고급차 등에서 보닛이나 센터패시아 주변부에 탑재하면 멋도 있고 차체 경량화도 된다. 탄성계수, 인장강도에서 특수강을 압도하므로 가볍고 단단하다. 다만 특수강보다 제조 단가가 비싸다. 따라서 레노버 입장에서도 마니아층이 있는 씽크패드 같은 고급 브랜드에만 탑재하고 있었다.

카본을 여러 겹 겹치고 그 위 페인트를 발라 구운 제품이다
카본은 한겹이 아닌 여러 겹이 부착된다

그러나 레노버도 현재 코로나19로 대폭발하고 있는 컨슈머 노트북 시장에서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등장한 것이 요가 슬림 7i 카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첫 느낌은 그램과 닮았다는 것이다. 무광 문 화이트 컬러 도료가 그램과 유사하다. 실제로 이 제품을 들고 다니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그램 샀냐는 질문을 했다. 전체적인 스타일에서 유사성이 있다.

무게는 그램보다 조금 더 가벼운 966g으로, 외모에 비해 몸이 허약한 기자가 한 손으로 들어도 큰 스트레스가 없는 수준이다. 백팩에 넣으면 스트레스가 아예 없고, 평소 들고 다니는 장바구니에 넣어도 큰 스트레스가 없다. 다만 장바구니 특성상 맸을 때 모서리가 허약한 사람의 몸을 두들겨 패는 느낌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장바구니보다 비교적 각이 잡혀 있는 토트백이나 에코백을 사용하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카본 파이버의 강성에 대해 실험해보면 좋겠지만 돌려줘야 해서 부숴보지는 못했다. 막 부수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 여러분이 많은 사랑을 주면 좋겠다.

장바구니에 넣어도 충분히 들고 다닐만 하다

배터리는 50와트시로, 그램의 배터리보다 적다. 다만 11세대 타이거레이크 칩셋의 전력효율이 좋고, EVO 플랫폼 인증을 받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마크가 보이면 EVO 플랫폼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아테나 프로젝트의 새 이름인 ‘EVO 플랫폼’은 FHD 화질 기준 9시간 이상 영상 재생 가능 배터리 보장, 절전 모드에서 1초 내 시스템 재가동, 30분 충전으로 최소 4시간 사용, 썬더볼트 4 포트 2개 이상 탑재 등의 조건이 걸려있다. 아테나 프로젝트보다 조금 조건이 빡빡한 편이다. 그런데 이 강점들 때문에 사용하기 아주 편리한 제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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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 이런 영상이 나오면 EVO 플랫폼 인증 제품이다.

우선 썬더볼트 4는 다들 알 테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속도가 더 빨라졌고 USB-PD가 된다 정도만 알면 된다.

배터리는 두가지 특성이 있는데, 대기전력 소모가 굉장히 적다. 화면을 켜놓아도 배터리가 거의 달지 않는다. 또한, 15분만 충전하면 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어댑터는 65W 제품을 주며 어댑터도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 다만 PC를 활용할 때는 배터리가 먼저 집에 간다. 최고 성능 기준 브라우저를 10분쯤 만지면 3~4%가 휙휙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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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얼굴을 이런 식으로 등록하는데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1초 내 실행’은 사실 감이 잡히지 않는데, 아이폰 잠금해제를 생각하면 된다. 방식도 IR 카메라로 도트를 뿌려 3D 스캔하는 방식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 컴퓨터를 완전히 끄지 않고 대기 상태로 놓았을 때 뚜껑을 열면 얼굴을 인식하고 바로 잠금해제해준다. 정말 빠르다. 이것이 과연 윈도우10에서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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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내 실행, 플립 투 부트 기능. 잠금돼 있는 상태지만 얼굴 인식으로 순식간에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이다.

명민한 레노버는 이 기능을 잠금해제하는 데만 쓰지 않고 화면 보안 기능도 함께 넣었다. 미라메트릭스(Mirametrix)의 주의 감지 소프트웨어인 글랜스(Glance)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 글랜스로는 자리를 비우면 바로 화면을 잠그거나 블러 처리해주고, 뒤에서 누가 내 화면을 보면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글랜스는 생각보다 잘 작동한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켜놓고 정면을 보지 않으면 화면이 블러 처리되며, 자리를 뜨면 아예 잠궈버린다. 화면에 너무 가까이오거나 거북목 자세를 하고 있으면 알려주며, 모니터를 연결한다면 외장모니터로 포커스나 커서를 옮겨주는 기능도 있다. 이중 부재 시 화면 잠금, 화면쳐다보는 사람 알려주기, 커서 이동 세가지가 편하다. 자리로 돌아오면 바로 잠금을 해제해주는 기능 역시 랩톱에 걸맞은 훌륭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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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뜨면 바로 화면을 잠궈준다.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볼 때 화면을 블러 처리해주고 상단 뱃지로 어느 쪽에서 훔쳐보는지를 알려준다.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서 뱃지가 뜬다.
사용자가 정면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블러 처리해 화면 훔쳐보기를 방지해준다

화면은 나쁘지 않다 정도였던 과거의 요가와 달리 프리미엄 제품의 느낌이 난다. 해상도가 맥북 프로에 준하는 QHD(2560 x 1600)이며 화면비는 16:10이다.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비싼 HDR과 사운드 세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를 지원하는데, 넷플릭스가 돌비 비전과 애트모스를 지원하므로 고오급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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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요가 이름을 달고 있지만 360도 회전이 안 되는 것이다. 180도까지만 열린다. 반대로 접히면 자취방에서 꿀 같은 기능이 된다. 반대로 접는 건 주로 업무에 사용하라고 광고 이미지를 만들어 제공하지만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최대 180도까지 펼칠 수 있다
이렇게 기대놓고 유튜브 머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길게 펼칠 수 있어 배 위에 놓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해외 브랜드 전체가 국내 브랜드에 비해 AS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두 업체는 AS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레노버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요가 브랜드 구매자에게 3년동안 무상보증을 제공한다. 또한, ‘레노버 이지 케어’를 제공해 AS를 요청하면 퀵으로 받아가서 수리해 다시 가져오는 서비스다. 앞으로는 상담 채널도 친숙한 카카오톡 채팅 상담으로 변경한다고 한다.

프로세서는 올해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주력 제품인 i5-1135G7와 i7-1165G7 중 선택할 수 있다. 램은 8~16GB, NVMe SSD는 256GB~1TB까지 선택할 수 있다. 풀옵션을 선택해도 160만원대로 비싸지 않고 기본형은 심지어 110만원대다. 기본형이 i5 고급 제품이므로 기본형만 선택해도 대부분의 작업에 무리가 없다. 현재 지마켓 등에서 구매하면 조금 더 저렴하고, 공식 사이트에서도 판매한다.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교육 할인을 받는 것이 좋다. 배송은 12월에 시작된다.

이 노트북의 최대 단점은 초기 설정할 때 영어로 물어본다는 것이다. 혼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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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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