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금융기관 서버를 점령했다. 특히 금융권 중 가장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중은행의 서버 운영체제 가운데 리눅스 사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리눅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은행권의 ‘유닉스에서 리눅스의 전환(U2L)’과 클라우드 도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9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서버급 전산기기의 운영체제 가운데 리눅스가 3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눅스가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뒤이어 유닉스(29.5%), 윈도우(24.2%), 기타(10.9%) 순으로 조사됐다.

(자료 취합=바이라인네트워크)

같은 기간 금융기관의 서버급 전산기기 운영체제 비중에서도 리눅스가 3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윈도우(32.4%), 유닉스(21.5%), 기타(8.3%)를 보였다. 은행, 카드사 등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에서 리눅스가 사용률 1위를 한 것은 지난 2017년에 이어 두번 째다.

(자료 취합=바이라인네트워크)

이번 조사결과는 오랜기간 금융기관, 은행들의 서버급 전산기기 운영체제에 유닉스가 자리매김해 온 가운데, 세대교체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줄곧 금융기관에 채택됐던 유닉스는 2016년~2017년 사이 비중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결국 리눅스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유닉스와 리눅스의 차이

유닉스와 리눅스는 라이선스 여부에 차이가 있다. 유닉스는 상용 OS이지만, 리눅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로 조건에 따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유닉스는 주로 서버,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된다. 대규모 다중처리 시스템이나 CPU가 8개 이상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거에는 유닉스가 필수였다. 은행,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 주로 도입됐다. 단, 상용 유닉스는 각 시스템에 맞춤 제작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리눅스는 처음에 인텔 x86 아키텍처에 기반한 개인용 컴퓨터용으로 개발됐다. 이후 기타 운영체제 외에 더 많은 플랫폼으로 이식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이드가 우세해지면서 리눅스는 범용 운영체제로 자리잡았다. 우분투, 데비안 GNU 등이 리눅스 계열이다.

오픈소스인 리눅스는 범용성이 뛰어나다. 리눅스 재단에 따르면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워크로드의 90%, 세계 스마트폰의 82%, 임베디드 기기의 62%, 슈퍼 컴퓨터 시장의 99%가 리눅스로 작동된다.

실제로 리눅스재단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디자인으로 범용성을 가진 아키텍처 디자인, 여러 애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 라이선스 비용, 전력 사용량, 표준화, 가상화 이점을 언급한 바 있다. 또 코드에 대한 개발자 접근이 용이하고,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솔루션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 U2L 가속화

시중은행들의 U2L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가동한 차세대전산시스템 ‘더케이프로젝트’를 위해 채널계, 정보계, 마케팅허브 등을 레드햇 리눅스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핵심시스템 리눅스 전환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최근 사업공고를 통해 전자금융 데이터베이스(DB) 서버의 운영체제를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서비스는 모바일뱅킹 쏠(SOL), 인터넷뱅킹 등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사업의 안정적인 이행 여부에 따라 향후 계정계 DB등 대용량 시스템의 U2L을 고려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자회사인 제주은행도 마찬가지다. 약 25년만에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선 제주은행은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x86기반의 리눅스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U2L이 아닌, 메인프레임에서 리눅스로 전환하는 M2L(M/F to Linux) 첫 사례다. 게다가 계정계에 리눅스를 도입하는 것은 파격적인 행보다.

NH농협은행은 리눅스 퍼스트 전략에 따라 신규 업무에 리눅스를 도입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개발초기부터 계정계를 포함한 전체 은행 시스템에 x86서버와 리눅스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하나둘 리눅스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클라우드가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의 일환으로 클라우드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이때 리눅스 전환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자 필수 요소로 꼽힌다.  U2L로 전환하고 있는 금융그룹 대부분은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을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IT담당자는 “유닉스는 대형 서버에 해당되며 상대적으로 리눅스는 소형 서버로, 클라우드를 연계하기엔 리눅스가 적합하다”며 “사실상 은행의 DT 목적은 애플리케이션 운영인데 유닉스보다 저렴한 리눅스를 쓰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리눅스 특성상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커스터마이징이 용이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 주요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리눅스를 도입한다고 하면, 상용버전의 리눅스를 도입하면 된다. 이 관계자는 “리눅스도 레드햇 등 기업에서 내놓은 상용버전이 있다”며 “금융권에서 주요 시스템에는 상용 리눅스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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