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이다. MC(엠씨)해머는, 지금의 10대나 20대에게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1980년대와 90년대를 휩쓴 힙합 뮤지션이었다. 당시의 그래미나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를 석권했다. 그렇지만 세월은 흘렀고, 엠씨해머도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엠씨해머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17일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현재 미국 오클랜드에서 거주중인 엠씨해머가 화상 인터뷰로 참여했다. 타이틀은 ‘투자가’이며, 인터뷰의 주제는 “기술, AI, 창업가 정신의 미래”였다.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저 사람이 바로 엠씨해머다.

놀랍게도, 엠씨해머는 ‘스퀘어’나 ‘플립보드’ 같이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투자자다. 투자에 앞서서는 종합격투기 선수 매니지먼트사와 의류 회사를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엠씨해머는 미국 벤처투자계의 거물이라 불리는 엔젤투자자 론 콘웨이나 세일즈포스를 창업한 마크 베니오프 등을 친구로 삼았다. 창업가나 투자자에 이런 네트워크 배경은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다. 역시 될놈될.

“론 콘웨이가 제게 거래 흐름에서부터 사람 연결까지 도와줬어요. (론 콘웨이가 공동창업한) SV 엔젤은 2000년부터 2015년께까지 600여 창업자에 투자를 했는데요, 저도 사업을 하면서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국내에서는 엠씨해머가 왜 벤처투자의 길에 들어섰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지, 무슨 비전을 갖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이날 엠씨해머가 50분간 마치 랩을 뱉듯 속사포로 쏟아낸 이야기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귀담아 들을만한 메시지가 꽤 있었다.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해봤다.


남들과 비슷한 아이디어는 꺼내지도 마라


잘 나가는 힙합 뮤지션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인터넷에 문제 없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부터다. 때는 1992년, 아직 모뎀으로 웹에 접속하던 시절이다. 엠씨해머의 말로는 “전화선과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을 해야 해서 접속 중에 띠—————– 하는 소리가 나던 시절”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많이 쓰면 전화비가 많이 나와 엄마한테 등짝을 맞던 시절인데, 아마도 해머는 그런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미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라 돈이 많았을테니까.

엠씨해머는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멋지게 공개하고 싶었기때문에, 애플을 찾아갔다고 했다. 거기서 만난 10대 청소년 둘이 애플의 퀵타임 플레이어를 통해서 그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엠씨해머는 그 때를 가장 충격적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같은 기술로 인해 곧 ‘유튜브’와 같은 기술 회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엠씨해머는 그이후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영상을 계속해 만들었고, 기술 전반으로 관심을 넓혔다. 그리곤 문제를 발견하고 직접 해결하겠다는 이들, 즉 창업자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론 콘웨이나 마크 베니오프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개발자와 창업자들을 만났다. 그 결과 내놓은 조언은 다음과 같다.


“투자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선을 할 때, 이미 있는 것을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런 행동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없어요.”

엠씨해머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아주 혁신적인 것에 도전한다기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뼈대를 모방하고, 이를 살짝 변형하는 형태의 아이디어로 창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태도는 투자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새롭고 힘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확실한 실행 계획을 갖고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다. 밖에서 보기엔 최소 스무명에서 서른명은 움직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스타트업들도 막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서너명이 전부일 때가 많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자본이 도처에 깔려 있다. 견고한 아이디어를 가진 열정적 창업자에 흔쾌히 수표를 써줄 투자자는 많다는 것이다. 이상, 엠씨해머 옹의 말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입장에서 사회적책임은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

엠씨해머는, 꾸준하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해왔다고 한다. 기업 안팎에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노숙자 문제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렇지만 핵심 기술에 관여하지 않는 이들이 집이 없이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문제가 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사회에 대해 걱정을 해야 하며, 기업이 만드는 모든 기술이나 제품이 인간의 평화와 사랑,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엠씨해머는 강조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너무 많은 부를 가져가는 문제가, 소수의 가난한 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어떤 이는 저장고 안에 음식이 쌓여있을 수 있죠. 그러나 불과 30피트 떨어진 곳에 사는 어느 남자는 빵 한 조각 밖에 없을 수 있죠. 만약 당신이 그를 돕지 않는다면, 그건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예로는 세일즈포스를 꼽았다.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마크 베니오프는 회사 수익의 1%, 직업 업무 시간의 1%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 엠씨해머도 이 일에 동참한다.


그리고, 여성



1900년대의 엠씨 해머의 노래를 기억하는 이라면, 여성을 강조하는 그의 발언이 다소 낯설 수 있겠다. 어쨌든,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세계가 남성의, 남성에 의한 곳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는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오클랜드, LA, 거리의 친구들, 군인그룹, 프로스포츠팀 등 평생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살았어요. 그들의 습관, 습성을 충분히 알고 있죠. 나는 남자들이 생각하는 모든 방식을 알고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것도 알죠. 남자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기차가 궤도를 벗어나도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하죠. 그러나 여성은 남성보다 더 좋은 비전이 있어요. 여성이 생각하는 방식, 사물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고 들으면 그게 더 나아요.”

여성들이 비즈니스 영역에서 리더십을 갖고 활동하기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여성들은 기다리고 있어요. 훌륭한 기업가나 지도자, 혹은 CEO처럼 고삐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죠. 지금으로부터 5년 후 저는 여성들이 결정을 내리는 그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세계를 선도하길 바라요. 남성들은 훌륭한 지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한대로, 5년 뒤 여성 리더들을 더 많이 보게 될 수 있을까?  뮤지션일 때보다, 투자자로 변신한 지금이 조금 더 멋져 보이는 엠씨해머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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