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텔과 만나고 결별하기까지

애플이 ‘탈인텔’을 선언했다. 자사 데스크톱 PC인 맥(MAC)과 노트북에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쓰겠다는 것이다. 2006년 시작된 애플과 인텔 인연은 약 14년 만에 끝을 맺게 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애플은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자체개발 칩 ‘M1’을 공개했다. M1은 맥(MAC) 시스템에 최적화된 시스템온 칩(SoC)이다. 애플은 M1을 공개하면서 이를 탑재한 노트북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소형 데스크톱 맥미니 신제품 3종도 선보였다.

지금까지 애플은 모바일 칩을 자체 생산해 탑재해왔다. ARM홀딩스에서 개발한 마이크로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취득해 ARM의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를 사용하거나, 자체적인 ARM 호환 CPU 아키텍처를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애플A’ 시리즈로 애플의 모바일 기기인 아이폰에 탑재되어 왔다.

반면, 컴퓨터 칩은 외부에 의존해왔다. 창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6년 애플은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I’을 출시했다. 모니터, 키보드, 케이스가 없는 회로기판으로 이뤄졌다. CPU는 모스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다음 해 애플은 모니터와 키보드, 메인보드, 전원장치가 하나로 합쳐진 일체형인 애플II를 내놨다. CPU는 모스 테크놀로지스의 6502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저렴한 가격 덕에 애플II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 호응에 힘입어 1980년 애플은 후속작인 애플III를 출시한다. CPU는 SynerTek 6502A, 2MHz를 탑재했다. 그러나 애플II와의 호환성 문제, 발열로 인한 고장, 높은 가격정책 등으로 손실을 보기 시작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984년 애플은 기존보다 구색을 갖춘 PC ‘매킨토시(Macintosh)’를 시장에 내놨다. 기존보다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내부 구조를 간소화했다. CPU는 모토로라의 MC6800을 탑재했다. 이때부터 애플은 매킨토시 후속 시리즈에 줄곧 모토로라 CPU를 탑재한다.

그러나 1994년 애플은 변화를 줬다. 모토로라 MC68000 계열이 아닌 파워PC를 탑재한 파워 매킨토시를 선보인 것이다. 파워PC는 애플, IBM, 모토로라가 협력해 개발한 고성능 CPU다. IBM 호환 PC에 적용되던 인텔 펜티엄 CPU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다. 덕분에 파워 매킨토시는 고성능 작업을 필요로 하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C 시장 주도권은 IBM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IBM 호환 PC용 운영체제인 윈도우95가 출시되면서 애플은 위기를 맞는다. 윈도우95가 매킨토시와 같은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환경을 갖추면서 애플의 매킨토시는 판매량이 떨어진다. 동시에 윈도 95가 탑재된 개인용 PC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CPU 연합은 ‘IBM+인텔+윈도우’ 중심으로 바뀐다.

그렇게 위기를 맞은 애플의 구원투수가 된 인물은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1985년 해고통지를 받고 회사를 떠난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다시 복귀한다. 잡스는 매킨토시 시리즈의 라인업을 정리하며 디자인, 사용 편의성이 뛰어난 컴퓨터와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을 지시한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아이맥(i Mac) G3’이다. CPU는 파워PC(233 MHz – 700 MHz PowerPC 750 G3)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러한 시도는 노트북에도 이어져 1999년에는 아이북 G3를 내놨다.

그러나 아이북은 아이맥과 달리, 소비전력, 발열 문제 등으로 파워PC G5모델이 출시되지 않았다. 이후 애플은 2005년 6월, WWDC 2005에서 애플 컴퓨터가 파워PC 칩셋에서 인텔 프로세서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렇게 아이북도 단종된다.

이후 2006년 1월, 애플은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초의 매킨토시 기반의 아이맥과 맥북 프로를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인텔 코어 듀오 칩셋을 탑재, 더 빠른 속도와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 이후 애플은 인텔 칩셋을 적용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지금의 시장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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