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레모네이드, 보험에 AI를 접목하다

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최소화하기위한 안전핀이다. 현대인 중에 보험 하나 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을 좋아하거나 적극적으로 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 받을 수 있을지, 지급받는 절차가 복잡하진 않을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신은 보험산업의 큰 장애다.

그런데 보험에 가입하는 시간은 불과 90초, 보험금이 지급되는 시간은 3분 남짓인 보험사가 있다. 맞춤형 보험 상품 추천부터, 가입, 보험급 책정, 지급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은 온라인 보험사 레모네이드다. 레모네이드의 한 사용자는 3초만에 보험금을 지급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편의성 덕에 레모네이드의 전체 고객 중 70%는 35세 미만의 밀레니얼 세대로 나타났다.

전통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 보험산업에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인 이 회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최초의 인슈어테크 유니콘 기업 ‘레모네이드’를 알아보자.

인공지능과 보험의 만남

레모네이드는 인공지능 기반의 인슈어테크 기업이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 서비스를 말한다. 레모네이드의 주력 상품은 주택소유자·임차인 보험, 애완 동물 보험이다. 특이한 것은 보험 상품이 P2P모델(크라우드 보험)이라는 것. P2P보험은 동일한 위험보장을 원하는 고객들끼리 그룹을 만들고, 구성원의 보험사고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환급받는 상품이다. 즉, 보험금을 덜 받아갈수록 만기 후 환급액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는 고객이 사고를 당하면 보험료를 책정하고 지급한다. 이때 각 단계별 조율을 위해 중개인과 상담원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이는 인건비 발생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과 복잡한 서류 절차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

반면, 레모네이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보험 가입부터 보험료 지급까지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보험료를 지급받기 위한 고객들의 수고를 인공지능이 덜어준 셈이다. 실례로 지난 2016년 9월, 레모네이드는 오리털 외투를 잃어버린 한 남성에게 3초만에 보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상담원 역할도 인공지능이 맡았다. 여성형 인공지능 봇 ‘AI 마야(Maya)’는 가입자의 정보를 수집해 견적을 확인하고, 가입과 결제 처리를 한다. 남성형 인공지능 봇 ‘AI 짐(Jim)’은 보험금 지급을 처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레모네이드가 처리하는 전체 보험금의 3분의 1 이상을 AI 짐이 맡고 있으며, 학습을 거듭할수록 ‘AI 짐’이 처리하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봇 ‘CX AI’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보험사기 판별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레모네이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보험 사기를 예측, 탐지, 차단하는 ‘포렌식 그래프(Forensic Graph)’를 구축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포렌식 그래프의 도입으로 지금까지 수백만명의 잠재적 보험 사기가 사전 차단됐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교해지는 머신러닝의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레모네이드가 보험 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덕분에 레모네이드의 손해율은 지난 2018년 1분기 146%에서 올 2분기 67%로 감소했다. 디지털 행동분석 전략에 따른 지속적인 투자 결과라는 설명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움직인 비결

모바일 중심의 레모네이드는 접근이 쉽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빠른 가입 절차와 신속한 보험료 지급 절차가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요소다.

밀레니얼의 주 고객층 중  70%는 35세 이하의 고객이다. 이들 가운데 90%는 보험 가입을 처음 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경제활동이 기대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꾸준한 유입은 레모네이드에게 긍정적이다. 회사 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전 가입했던 고객들은 현재 보험료를 당시보다 56% 더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보험료도 레모네이드가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주 요인이다. 레모네이드의 보험료는 한달에 5달러부터 선택 가능한데, 다른 보험회사와 비교하면 68%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 배경에는 역시 레모네이드의 인공지능이 있다. 일반적인 보험회사들은 직원 1인당 150명에서 450명까지의 고객을 책임진다. 반면 레모네이드는 직원 1인당 2000명 이상의 고객을 담당한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인건비 감소, 나아가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덕분에 가격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레모네이드의 기부 문화 ‘기브백(Givback)’도 눈여겨볼만 하다. 레모네이드 가입자들은 잔여 보험금을 자신이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레모네이드는 고정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받은 수수료 25%를 제외하고, 나머지 75% 가운데 재보험과 보험금 지급 등 필수적인 금액을 뺀 잔여 보험금을 매년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이러한 기부 프로그램은 투명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사회 정의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요소다.

레모네이드 측은 “자사의 보험 수수료는 고정되어 있으므로 남은 돈은 우리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라면서 “선택한 자선단체에 남은 돈을 기부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레모네이드는 26개의 자선단체에 총 6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올해는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레모네이드의 앞날에 대한 두가지 시선 

보험 산업은 비교적 높은 수익성과 탄탄한 재무구조로, 시장 변동성에도 크게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수입 구조가 특징이다. 방대한 시장 규모도 보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세계 재산 및 상해, 생명 보험료만 따져도 미국 GDP의 11%에 달하는 5조달러(약5620조원)를 차지한다.

인슈어테크 산업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인슈어테크 투자금은 25억6천만달러(약2조8900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비해 52% 증가했다.

따라서 레모네이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2016년부터 본격적인 인공지능 보험 서비스를 시작한 레모네이드는 지난 7월 미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29달러)의 139% 급증, 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 총액은 4조원을 넘어섰다. 또 현재 80만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비중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9년에는 200%에 달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레모네이드의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슈라이더는 “보험 산업은 분명히 혁신할 곳이 아니었으며, 보험 산업에 1세기 이상 기술 발전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며 “레모네이드를 시작할 때 보험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기술에 관해서는 베테랑이었다”고 밝히며 인슈어테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레모네이드를 향한 우려의 시각은 존재한다. 레모네이드는 현재 2억4000만달러(한화 약 2730억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보험정보원에 따르면 레모네이드의 핵심 보험상품인 주택소유자 및 임차인 대상 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미국 보험회사 스테이트팜(19%)과 올스테이트(10%)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만 레모네이드가 초기 시장인 인슈어테크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가능성은 인정을 받고 있다. 벤처 캐피탈 회사 톰베스트의 니마 웨들레이크 의장은 “레모네이드의 경우 아직은 사업 초기단계로,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경제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언더라이팅 위험을 줄이는 것에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같은 접근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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