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 스마트 로지스틱스 네트워크(이하 차이냐오)’가 지난달 27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공식 발표에 앞서 차이냐오 한국지사가 설립됐고, 한국 지사장도 선임됐다. 업계에선 알리바바그룹이 최근 인수를 발표한 물류업체 에이록(Alog)의 한국지사가 그대로 차이냐오의 한국지사화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차이냐오는 사실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았다.

차이냐오는 ‘플랫폼’을 추구한다. 실제 물류 운영은 지분을 투자하거나 협력 관계가 있는 3자 물류회사들에게 맡긴다. 차이냐오는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동량을 적절한 수행 역량을 갖춘 협력사들에게 분배하거나, 네트워크와 단가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한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풀필먼트’ 전략을 먼저 했던 곳이 차이냐오라고 할 만하다. [참고 콘텐츠 : 네이버와 CJ가 자본 동맹을 맺으면 생길 일들]

차이냐오는 한국지사 설립 발표와 함께 협력 파트너사로 ICB, 우정사업본부, CJ대한통운, 중청(JUNCHENG) 등의 업체가 협력사로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차이냐오가 한국에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연면적 1만5000평방미터(약 4537평)의 물류 인프라도 차이냐오 물류 파트너사들이 기보유한 인프라들을 합산한 크기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차이냐오 네트워크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 세계 3000여개 물류 파트너사들이 보유한 자원과 300만명 이상의 배송인력을 통합한다. 차이냐오는 그렇게 연결된 파트너에게 데이터 제품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한국에 있는 물류센터는 B2B 및 B2C 물류를 위한 창고로 모두 수출입 관련 고객 니즈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냐오가 원래 하던 것

밝히자면 차이냐오가 한국 진출 공식 선언 이전에 한국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전부터 열심히 하던 것이 있으니 알리바바 계열 마켓플레이스인 ‘티몰글로벌(天猫国际)’, ‘카오라(考拉)’ 등에 입점한 한국 글로벌 판매자와 브랜드들의 한국발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를 처리해주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물류를 처리하는 주체 또한 차이냐오였으니, 차이냐오는 이미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관련 물동량을 모두 처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최근 차이냐오의 성장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견인하고 있다. 차이냐오는 앞서 언급한 3000여개의 글로벌 물류 파트너사와 함께 전세계 15개 국가 및 지역에서 현지 물류망을 구축해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수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차이냐오 네트워크가 수행한 크로스보더 물동량은 하루 평균 약 400만건이다. 차이냐오가 중국 내수 물류만 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알리바바측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회계연도 2분기(2020년 7월~9월) 기준 차이냐오의 매출은 성장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82억 2600만 위안(약 12억1200만 달러)을 기록했다.

더 많은 한국 셀러를 품고 싶은 알리바바

한국에 진출한 차이냐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알리바바그룹은 예부터 한국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알리바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알리바바 관계자에 따르면 현시점 티몰글로벌과 카오라에는 도합 2만5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는데, 그 중 한국 브랜드는 5000개로 20%를 차지한다. 그만큼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형권 알리바바그룹 한국 총괄 대표는 “중국의 총 인구는 약 14억명이고, 대략 65%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터넷 사용인구의 99%가 모바일 인터넷에 접속한다”며 “알리바바의 디지털 생태계를 활용하여 많은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을 성공 시키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티몰글로벌과 카오라를 합산하면 약 6억5000명, 알리페이에는 약 9억명의 연간 액티브 유저가 있는데 이 수치는 알리바바 디지털 생태계에는 중국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접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더 많은 한국 판매자들이 쉽게 중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풀필먼트’다. 최근 알리바바는 ‘TOF(Tmall Overseas Fulfillment)’와 ‘KOF(Kaola Oversease Fulfillment)’라고 이름 붙여진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한국 판매자를 유입시키고자 하는데, 여기에 차이냐오 한국지사의 역할이 숨어 있다.

TOF와 KOF는 글로벌 판매자가 입점한 마켓플레이스가 티몰이냐, 카오라냐가 다를 뿐 운영 프로세스는 같다. 글로벌 판매자는 티몰, 카오라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서 상품을 등록하고 등록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마케팅, 물류, CS 등은 모두 알리바바가 대신 해주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아예 물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최초에 한국에 있는 차이냐오 파트너사가 운영하는 지정 물류센터에 상품을 미리 입고해야 한다. 이후 실제 상품이 판매되면 차이냐오가 알아서 현지 고객까지 물류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TOF와 KOF의 정산 방식은 ‘판매분 정산’으로 판매된 상품에 한해서만 알리바바가 판매자에게 계약 금액을 정산해준다.

TOF와 KOF의 역할 중 하나는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셀러, 브랜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해외가 아닌 한국에 재고를 보관하여 재고관리 및 반품 처리가 용이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알리바바그룹 계열 플랫폼간의 호환성이다. 만약 글로벌 판매자가 중국을 넘어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까지 관심이 있다면 TOF에서 별도 시스템 조작 없이 알리바바그룹 계열 마켓플레이스인 ‘라자다’가 진출한 6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추가 판로를 확장할 수 있다.

김숙희 티몰글로벌 이사는 “(TOF와 KOF는) 북미, 일본, 한국, 유럽, 홍콩 등 총 6개 지역 해외창고를 통해 저비용으로 쉽게 중국시장 진출을 테스트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TOF와 KOF를 통해서 브랜드를 성장시킨 이후에는 티몰글로벌과 카오라에 B2C 플래그십 스토어 입점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올라온 상위 SKU(Stock Keeping Units)의 상품은 공급 견적가 기준으로 알리바바 중국 보세창고까지만 갖다 주면 티몬이 직사입하는 모델로 협력할 수 있다”고 단계별 알리바바 플랫폼 입점 전략을 밝혔다.

차이냐오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한국발 중국향 물류를 수행하고 있는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티몰글로벌 입점을 하기 위해서는 판매 매장 개설, 중국 관리자 프로그램 사용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알리바바가 티몰글로벌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롱테일 판매자들 사이에서도 보석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 TOF”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알리바바는 기존 인지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 업체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중소 한국 판매자들을 알리바바 플랫폼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무기로 ‘풀필먼트’를 이용하고 있고, 이를 수행하는 주체가 차이냐오다. 차이냐오 한국지사 또한 알리바바그룹의 방향대로 한국발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물류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업계에 나오는 이유다.

티몰글로벌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시점 총 300여개의 한국 브랜드사의 1만개 이상의 SKU가 TOF를 통해서 글로벌로 나가고 있다. TOF의 2020년 6월 매출은 1월 대비 300% 증가했다. 소비자 주문후 배송 완료까지는 평균 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냐오가 하고 싶은 것


차이냐오 한국 지사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한국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차이냐오는 한국 기업들에게 국제물류뿐만 아니라 퍼스트, 라스트마일 물류와 창고관리, 공급망관리(SCM)를 포함한 엔드투엔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의지를 밝혔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현재 차이냐오 네트워크는 국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포함해 크로스보더 B2B 및 B2C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B2B에서는 크로스보더 무역과 관련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공급망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B2C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 배송을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차이냐오는 물류 플랫폼으로 화물수송부터 국내 배송까지 물류기업들과 협력하여 가치 사슬 전반에서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킬 예정”이라 전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개방성’이다. 차이냐오는 알리바바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의 물류뿐만 아니라 자사몰 혹은 경쟁사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류 또한 수행해 준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만약 중국에서 운영하는 현지 자사몰이 있는 판매자라면 별도의 API 연동을 통해서 자사몰 관련 물류를 TOF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는 알리바바측 설명이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차이냐오 네트워크는 알리바바 물류 에코시스템 외의 다른 기업들의 물류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제공한다”며 “차이냐오 네트워크의 목표는 어디서든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알리바바그룹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라 밝혔다.

물론 당장 차이냐오가 ‘한국’에서 국내 물류를 공격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냐오가 기보유한 물류 인프라가 알리바바 플랫폼과 관련된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이냐오가 공격적으로 국내 물류 수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협력 파트너사와 ‘연결’이 필요하다. 차이냐오가 국내에서 풀필먼트를 수행하는 기업들에게 당장의 큰 위험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