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재난 자원 관리와 관련한 컨설팅을 맡게 됐습니다. 자연히 제 고민은 깊어집니다. 어떻게 우리는 시시각각 늘어나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피할 수 없는 것이 재난이라면 어떻게 최소한의 피해로 위험을 방지하고, 생활과 생업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재난은 앞으로 이전보다 더욱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소(이하 UNDRR)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9년까지 자연재해는 4212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다음 20년의 숫자는 종전과 비교해 약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306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북남미 1756건, 아프리카 1192건 순입니다. 이로 인해 123만명이 사망하고, 약 40억명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이야기 합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조9700억달러(약 34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재난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입니다. 하지만 이런 바이러스 재난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세기만 해도 1918년 500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독감, 비교적 최근인 2009년 신종플루까지. 감염병 재난은 주기를 거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주요 감염병 발생 통계(자료: 2020.04.27. 이코노미스트 보도 활용, 필자 가공)

역사는 반복됩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퀴디데스의 저서 <펠로폰네스 전쟁사>에도 감염병의 기록은 남았습니다. 스파르타의 침공을 막고자 아테네는 주변 항구 피레우스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장벽으로 막고 그 안에 주변 농촌 주민을 이주시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고, 공중위생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유일한 공급로인 ‘피레우스’를 통해 외부의 감염병이 유입됩니다. 아테네는 이 감염병으로 주민 10만명 중 7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역사는 기록합니다.

재난은 현재 우리 모두가 맞고 있는,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로 맞아 극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재난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재난이라면, 미리 준비를 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공급망’과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략적 공급망의 필요성

재난이 발생한다면 재난 발생 시점부터 최대한 빠르게 재난 극복에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투입해야 합니다. 예컨대 재난 극복에 필요한 진단키트와 같은 장비, 자연재해 상황에서 필요한 담요나 식수, 식품과 같은 생필품, 재난 상황 복구 및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인력이 필요한 자원이 됩니다.

이 자원들을 적정시기에 필요한 지역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재난 상황이 아닐 때는 돌아가지 않았던 ‘전략적 공급망’ 체계가 이 때 가동됩니다. 물론 공급망을 적시에 가동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장비의 경우 그냥 창고에 쌓아두기만 해선 현격히 노후화될 수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제 때 성능이 발휘하도록 유지, 보수를 해야 합니다. 즉시 투입 가능한 장비와 추가 유지, 보수가 필요한 상품을 나눠서 파악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또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기업과 협약을 통해 공급받는 재난 장비는 해당 장비의 ‘즉시 사용 가능 여부’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과의 정보 연계 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다양한 기관과 연계를 위한 데이터 행정망이 이미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이 정부의 역할만으로 극복 가능하지는 않죠. 외부 협력 기업과의 연동까지 고려할 수 있는 범용성과, 보안성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데이터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연계에 있어서는 보안성과 공유성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기술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략적 공급망 체계 마련을 위해 또 필요한 것은 재난자원의 ‘가시성’ 확보입니다. 필요한 자원들이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트래킹(Tracking&Tracing)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난 자원의 제조사, 혹은 유통사의 공급망 관리 상황을 데이터 연계 기술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난에 투입되는 인적 자원 또한 프로필을 세분화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특수 재난 장비의 경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함께 배치해야 실효성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장비와 사람은 필연적으로 연계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성격의 조직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연방기술지원단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분명,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IT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운영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재난 상황 발생 기준에 의거한 자동화된 재난자원 공급망 관리 체계가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재난을 예측하는 ‘데이터’

재난 예측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발생하는 재난을 예측한다면 무엇보다 사전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예시가 하나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는 멕시코의 한 호수에 소금쟁이가 급증한 것을 위성영상을 보고 파악했습니다. 호수색깔이 평소와 달랐거든요. 하버드 의대는 이 상황을 콜로라 발생의 전조로 보고 해당 정보를 제약회사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제약회사는 콜레라 예방 백신을 호수 인근 지역에 대량 공급했죠. 물론 이는 민간 제약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하여 예측 정보를 활용한 사례이나, 콜레라 발생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 준비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예측’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 수집에 있어 성역은 없다는 말마따나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기만 하는 것이 왕도는 아닙니다. 많이 모은 데이터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수집, 활용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수집뿐만 아니라 드론, 위성사진을 데이터화하여 정보를 수집해 여기 AI 기술을 접목하여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난 상황을 예측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킨사에스엠에스(Kinsasms) 커넥티드는 IoT 기술을 활용한 체온계를 통해 미국 전역의 발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를 우편코드(Zip Code) 별로 분류하여 특정 지역에서 발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발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이 확산될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킨사에스엠에스의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체온계를 통해 발열 데이터를 수집, 모니터링한 결과

두 번째 사례는 캐나다 스타트업 ‘블루닷’입니다. 블루닷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가장 먼저 예측한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도 이 기업이 예측했습니다. 블루닷은 의사와 프로그래머 40명으로 구성된 의료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으로 항공사 발권 데이터를 분석하여 감염된 사람의 예상 이동 경로를 파악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 우한에서 방콕, 서울, 대만, 도쿄 등으로 이동하는 코로나19 감염자를 파악했고, 예측했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스위스 스타트업 ‘픽테라’입니다. 이 회사는 인공위성과 드론으로 촬영한 지구 관측 이미지를 AI 기술로 분석, 활용합니다. 인공위성이나 드론의 영상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고 예시를 입력하면 AI알고리즘이 분석하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농업 분야에서 이 업체의 기술이 활용됩니다만, 향후 인구 밀도 분석 등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려고 합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 사례를 말씀드린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수집, 분석되고 있음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재난 유형을 세분화하고 사전 감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논의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실행하는 ‘기획자’

이제 많은 데이터를 모았고, 분석도 끝났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도출한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연계된 ‘실행 프로세스’가 정립돼야 합니다. 여기서 활약하는 사람이 ‘데이터 기획자’입니다. 실효성 있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이어서 ‘실행’ 단계까지 이어가는 사람입니다. 이들이 재난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자원을 적시 투입하여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데이터 기획자의 업무를 보여드릴 수 있는 한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소셜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하고 마이닝하여 ‘인천’에 대한 30~40대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서 우리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아마 많은 이들은 ‘마케팅’ 영역에서 활용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인천’에 대한 관심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대한 유입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합니다.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자면 인구 유입이 증가한 지역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발병하거나, 감염자가 확산될 여지가 많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해석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의 방역이 아닌 인구가 집중되는 특정 지역에 대한 사전 방역을 한다면 다가올 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지자체가 바이러스 발생 예측 지역의 중소 방역기업과 연계해서 소상공인이 자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짤막한 시나리오를 말씀 드린 이유는 우리가 논리적 방향성을 바꾸면 같은 데이터더라도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데이터 기획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산업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라 생각합니다. 이 통찰력을 사업으로, 혹은 정부나 대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역량 있는 데이터 기획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영역의 발전은 ‘데이터 엔지니어’들이 이끌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데이터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를 현실화하는 ‘데이터 기획자’를 육성하는 노력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난 관련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난 시나리오에 맞춰 데이터를 기획, 분석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한다면 재난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조용석 프리랜서 컨설턴트> bigman35@naver.com

<편집.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WHO? 조용석

(전) (미국) AT&T 통신엔지니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CJ올리브네트웍스 유통계열사 담당, 한솔로지스틱스 국제물류 기획담당, 신세계I&C 전략컨설팅 담당, 삼성 S-Core 유통 전략 컨설팅 담당이사, (캐나다) Datametrix SNS 분석 담당 부사장

(현) 프리랜서 컨설턴트(신사업 추진 및 온오프라인 유통 컨설팅 자문), 프리오 수석 고문

New Jersey State University Computer Science 학사,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Information System (AI) 석사

20년 이상 유통업계에서 일했습니다.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시대가 변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통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다른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 기고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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