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랩 “사무실 임대료를 왜 내죠?”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 깃랩은 사무실이 없다. 전 세계에 130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전직원이 모든 업무를 원격(재택)근무로 진행한다.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지만, 깃랩처럼 태생부터 100%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는 흔치 않다.

깃랩이 창업초기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것은 공동창업자가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던 드미트리 자포로제츠는 깃랩이라는 형상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던 시브랜디는 깃랩을 발견하고 사업화를 계획하면서 드미트리 자포로제츠에게 공동창업을 제안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와 네덜란드에 각각 거주하는 이들은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깃랩에는  원격근무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깃랩도 사무실이라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2015년 깃랩이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 액설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 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시 직원들이 샌프란시스코라는 한 지역에 모이게 된 것이다. 당시 깃랩의 투자자들이 100% 원격근무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깃랩의 창업자들과 초기 직원들은 3일 동안 처음으로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난 이후 하나둘씩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다시 원격근무 형태로 돌아갔다.

대런 머프 원격근무디렉터(Head of remote)는 “깃랩에게 원격근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래한 비대면 시대에 대응하는 과제로서의 원격근무가 아니라, 차별화된 경쟁력을 얻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의 원격근무라는 의미다.

원격근무를 전략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차별화 된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깃랩은 원격근무를 위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번째는 모든 것을 문서화 한다는 규칙이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서화가 되어있어야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모든 회의는 기록되며 정시에 시작해서 최대한 짧게 마무리 한다.

직원들이 고립감에 느끼거나 업무시간과 일상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부작용을 막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대런 머프 디렉터는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1순위”라며 “최대한 휴식을 보장하며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 이외의 대화를 하면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 업무를 진행했느냐는 기준이 되면 안된다. 깃랩은 결과에 집중해 평가를 한다고 한다.

100% 원격근무는 직원의 거주지가 채용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인재가 있다면 그가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든 채용할 수 있다. 깃랩의 직원들은 세계 68개의 지역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직원을 고용할 때 중요한 것은 급여다. 현지 사정에 맞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소득수준이 높고 물가가 비싼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을 채용할. 때는 그 지역의 수준에 맞춰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대런 머프 디렉터는 “깃랩은 200여개의 지역에 대한 보수를 계산했다”면서 “동일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일수준의 급여을 지급하고, (태사 대비) 경쟁력 있는 급여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격근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입사원 교육처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쉽지 않고,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갖기 어렵다. 또 전세계에 직원이 있으면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서 소통이 어려운 점도 있고, 직원들이 피로감과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세계 각지에 직원이 있으면 서로 다른 통화나 세금제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면 부동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대런 머프 디렉터는 강조했다.

깃랩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 플레이북(Playbook)’이라는 가이드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북은 코로나 이후 다운로드 건수가 7만 건을 넘어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2 댓글

  1. 잘 읽었습니다!
    재택근무를 어쩔 수 없이 풀어야하는 과제가 아닌, 타기업과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