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또다시 비즈니스 변신에 도전한다. IBM은 8일(현지시간) 내년 말까지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조직 내 ‘매니지드 인프라 서비스’ 사업부를 별도 상장법인으로 출범(Split-off)시킨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IBM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던 분야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부를 떼어내는 것이다. 변신의 귀재라고 불리는 IBM이 이번에도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90년대 IBM을 살린 IT서비스 사업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IBM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IT서비스 사업이 1990년대 무너지던 IBM을 살려낸 사업부문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IT시장의 최강자였던 IBM은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다. 컴퓨터 제조업체로서 IBM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IBM보다 더싸게 컴퓨터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늘어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IBM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결과 1992년에는 49억7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IBM은 끝났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IBM은 되살아났다. 컴퓨터 제조업체라는 정체성을 탈피해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IBM은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기업의 IT운영 전반을 관리해주는 회사로 거듭났다. IT를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까지 IBM이 맡아서 서비스했다. 이를 위해 PC 사업을 매각하거나 PwC를 인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은행처럼 IT시스템이 핵심인 기업들은 IBM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운영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표 포털 네이버도 한 때는 IBM에 IT 아웃소싱을 맡길 정도였다. 낮은 이윤의 PC를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았다.

이처럼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은 바닥까지 떨어졌던 IBM을 수렁에서 건져올린 1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IBM은 이 공신을 이제 떼어낸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시대, 다시 찾아온 위기


그러나 야속하게도 IT산업은 변화무쌍하다.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해 승승장구하던 IBM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기술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업들은 IBM과 같은 회사에 인프라 운영을 맡기는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를 구매하면 알아서 운영을 해주기 때문에 IT아웃소싱의 역할이 줄어든다. 2010년 이후 IBM의 매출은 점차 감소했다.


IBM도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알았다.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엄청난 레거시 시스템을 안고 있는 IBM의 고객들은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옮기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기 때문에 IBM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IBM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활약하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IBM의 고객들이 과거처럼 IBM의 제품과 서비스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도 두렵고, 과거에 머무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IBM은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했다.

이에 대한 IBM의 결론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다. 하이브리드는 기업 내부에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현해 놓고, 외부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필요할 때 연동해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술을 내재화 해야 한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 과감한 베팅을 시작했다. 340억달러라는 거액으로 레드햇을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전략의 단면이며, IT서비스 조직을 떼어낸 것도 이 전략의 연장선이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사업의 선두주자로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IBM은 레드햇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 클라우드 네이티브 등 새로운 기술기반을 갖췄다.

과연 IBM의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분위기로만 보면 나쁘지는 않다.

최근 2분기 결산보고에 따르면, IBM 전체 수익은 181억달러로 전년보다 5.4% 감소했지만 클라우드와 레드햇의 수익만 보면 희망적이다. 클라우드의 수익은 30% 늘어난 63억달러를 기록했다. 레드햇에서 나온 수익은 17%증가했다. 또 과거 12개월 간 클라우드 수익은 20% 늘어난 235억달러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IBM만 취하는 전략이 아니다. HPE나 델처럼 IBM과 전통적으로 경쟁해온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고,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처럼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IBM을 짓밟았던 기업들도 하이브리드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 IBM이라는 브랜드는 파워가 있었고, IBM이 하면 잘 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IBM이라는 브랜드는 약하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IBM은 언더독이다.

아마 IBM이 언더독이라는 한계를 넘고 클라우드 시장에서 역전을 해낼 수 있을까. 변신의 귀재가 역전의 명수로 거듭날 것인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