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드림웍스 설립자와 이베이 CEO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창업해 화제가됐던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퀴비(Quibi)가 6개월만에 문을 닫는다. 화려했던 출발과 달리, 사용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흥행에 실패, 결국 서비스 종료라는 초라한 결말을 맞게 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숏폼(short-form) 동영상 서비스 업체 퀴비가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올 4월 출시한 퀴비는 5분에서 10분짜리 숏폼 동영상 서비스로 17억5000만달러(약1조9900억)에 달하는 초기 투자금을 확보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제프리 카젠버그 퀴비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종료 발표문을 통해 “우리가 가진 모든 옵션을 소진했다고 느낀다. 결과적으로 사업 철수라는 어려운 결정에 도달했다”며 “주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줄 것이며 동료들에게도 작별인사를 고한다”고 전했다.

퀴비의 탄생과 몰락

퀴비는 디즈니 드림웍스를 이끌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이베이·휴렛패커드(HP) CEO를 역임한 맥 휘트먼이 합심해 만든 숏폼 동영상 앱이다. 미국 대표 기업들을 이끈 베테랑 경영진이 모인 덕에 퀴비는 서비스 출시 전, 17억5000만달러(약1조9900억)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 디즈니, 소니 픽처스, 제이피모건 등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제프리 카젠버그, 맥 휘트먼 퀴비 창립자

맥 휘트먼 HP CEO는 당시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투자자들로부터 금융, 유통, 콘텐츠에 대한 중대한 관심을 발견했다”며 “퀴비의 콘텐츠가 초기 사용자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타 감독과 제작자들도 퀴비로 몰려들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니퍼 로페즈, 샘 레이미 등 할리우드 명사들을 비롯해 NBC와 BBC, ESPN 등도 퀴비 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퀴비는 출시 일주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50위권에서 탈락했다. 올해 7월 미국 앱 트래킹 업체 센서 타워(Sensor Tower)의 조사에 따르면, 퀴비는 90일의 무료 체험일이 끝나는 시점에 전체 사용자의 90퍼센트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유료 이용자 수 약 90만명에서 7만명만 남은 것이다.

또 올 10월 퀴비의 전체 사용자 수는 5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회사가 당초 700만명의 연간 사용자 수를 예상한 것에 비해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결국 21일, 퀴비는 사업 부진을 이기지 못한채 사업 종료 소식을 전했다. 제프리 카젠버그 퀴비 창립자는 인터뷰를 통해 “퀴비가 출범한 이후 세계는 급격히 변화했으며, 우리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실행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퀴비는 매각을 시도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입찰자를 찾지 못해 자산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퀴비 동영상 서비스의 공식 종료 일정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퀴비의 몰락, 무엇이 문제였나

퀴비의 몰락은 여러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5분에서 10분 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퀴비는 당초 등하교, 통근하는 사람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예상했다.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오로지 휴대폰으로만 시청할 수 있다. 즉, 퀴비는 짧은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퀴비의 예상은 빗나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용자들이 증가하면서, TV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잠재 고객들이 집에 머물면서 TV뿐만 아니라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이 팬데믹 수혜를 입으며 퀴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사용자들은 모바일 중심의 퀴비 서비스에 불만을 터트렸고, 이는 곧 소셜 미디어 공유 감소로 이어지며, 퀴비의 홍보에도 타격을 입었다.

제프리 카젠버그 퀴비 창립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퀴비가 잘못된 것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원했던 다운로드 수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애초 원했던 것과 비슷하지도 않다”며 미미한 시장 반응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경영자의 비겁한 변명이라는 시각도 있다. TV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시청하는 틱톡이나 유튜브는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이용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퀴비의 과도한 이용료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퀴비 이용료는 광고가 포함된 경우 월 5달러, 광고가 없는 경우 월 8달러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 이용료의 중간 가격이다. 특히 5달러 이용료의 경우, 광고가 붙는데 퀴비 콘텐츠가 5분~10분 사이의 영상임을 감안하면, 긴 동영상을 봤을 때보다 더 많은 광고를 봐야 한다. 광고 시청에 부정적인 사용자들을 사로잡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퀴비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퀴비는 할리우드 스타 감독과 제작사들을 섭외해 숏폼 동영상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정작 숏폼 동영상의 주요 시청자인 Z세대들을 사로잡을 만한 예능, 스포츠 콘텐츠들이 부재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퀴비는 뉴스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영상은 광고 없이도 유튜브나 다른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어, 결국 퀴비만의 킬러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종합하면 퀴비는 이용료와 콘텐츠,  어느 하나도 타 서비스 대비 경쟁력을 가져가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디즈니 플러스나 넷플릭스 등 상대적으로 시청 시간이 긴 콘텐츠에 이용료를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무료 동영상 서비스는 이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광고 시청을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사용자들의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으나, 퀴비는 이 둘 사이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틱톡을 통해 본 숏폼 동영상의 성공법

숏폼 동영상을 통해 이름을 알린 곳도 있다. 바로 틱톡이다. 바이트댄스에서 서비스하는 틱톡은 정치적 분쟁으로 매각 문제가 발생하는 등 숏폼 동영상 서비스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곳 중 하나다. 숏폼 동영상을 내세우는 틱톡과 퀴비는 어떤 점에서 운명이 갈린 것일까.

퀴비는 짧은 동영상의 기준을 10분으로 정의했다. 반면 틱톡은 콘텐츠 하나 당 15초를 넘기지 않는다. 포브스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10분은 많다”고 평가하며, 퀴비가 오늘날의 숏폼 동영상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퀴비의 유통전략도 숏폼 동영상과 어울리지 않았다. 틱톡은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콘텐츠가 전파될 수 있는 다양한 유통경로(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확보했다. 하지만 퀴비는 오로지 앱에만 집착하며 입소문을 탈 수 있는 환경을 저버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0626hhn@byline.network,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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