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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쿠팡 아닌 ‘티몬’에 입점해야 하는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은 구단으로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꼽힙니다. 모두가 다저스와 양키스가 되고 싶겠죠. 하지만 이들을 잘못 따라가다가는 뉴욕 메츠처럼 매출도, 영업이익도 제대로 안 나오는 구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한 편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라는 구단이 있습니다. 여기는 구단 사이즈는 작지만, 이익률이 좋습니다. 티몬도 다저스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 이커머스판의 다저스는 쿠팡과 네이버가 된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업체들은 다 죽을까요? 아닙니다. 나름의 생존 방식이 있습니다. 티몬은 티몬만의 방법을 잘 만들고 해나가고자 합니다. (최영준 티몬 CFO)”

한국 이커머스 1부 리그는 네이버와 쿠팡의 판 가르기 싸움이 됐다는 평가가 업계에 지배적이다. 쿠팡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서 만든 강력한 물류가, 네이버는 국내 1위 검색 포탈을 기반으로 만든 쇼핑 트래픽과 가격 비교가 강점이다.

티몬도 한 때는 이들과 경쟁하고자 했다. 한 때는 쿠팡의 물류 전략을 좇았고, 그 다음에는 네이버의 가격 비교 전략을 좇았다. 현재의 티몬은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네이버와 쿠팡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을 뾰족하게 치고 가고자 한다. 그게 티몬의 핵심 전략, 특가 상품 중심의 ‘타임커머스’다.

그래, 여기까진 티몬의 입장이다. 우리 판매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그래서 네이버나 쿠팡 말고 ‘티몬’에 입점해서 좋은 점은 무엇이냐는 거다. 그 답을 티몬으로부터 들었다.

네이버와 쿠팡의 중간점

한 소형 이커머스 판매자가 있다고 하자. 이 사람에겐 본격적으로 상품 매입을 하거나 유통 총판권을 돈 주고 사기에는 자본금이 없다.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온라인 판매 경험을 쌓는 것이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확인하는 것이다. 잘 팔릴 ‘상품 키워드’를 찾아보면서 최대한 많은 상품을 소자본으로 판매해본다. 접근성이 좋은 B2B 도매몰을 통해 상품을 소싱할 수도,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 ‘위탁판매’ 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은 안 팔리지만, 그 와중에 팔리는 몇몇 아이템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때 초기 판매자가 접근하기 좋은 채널로 평가받는 곳은 네이버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온라인 상점과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 수수료가 네이버의 강점이다.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이 있다면야 광고비를 투하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상위 노출을 받을 수도 있다.

기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도 광고 안 하고 ‘우삼겹’이라는 초대형 키워드로 네이버쇼핑 검색 1페이지 입성에 성공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어찌어찌 잘 팔리고, 리뷰 많이 달리고, 물류에서 별 사고 안 나면 앞자리로 옮겨오는 듯하다. 지금은 추석 특선 품절 사태로 뒤로 밀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판매를 지속한 판매자가 생존해서 ‘브랜드’라는 것이 생겼다고 해보자. 이제는 주기적으로 판매자의 채널에 들어와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판매자는 그렇게 늘어난 구매력을 기반으로 자기 브랜드가 붙은 상품을 제조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재고를 보유하기 시작했고, 안 팔리고 남는 재고는 판매자의 새로운 부담이 됐다.

이 때 판매자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직매입 채널에 접근할 수 있다. 로켓배송이 판매자의 모든 상품을 매입하는 만큼, 재고 처리 부담 없이 일정 숫자 이상의 꾸준한 판매를 보정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 된다.

문제가 있다면 네이버에서 쿠팡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중간점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로켓배송은 아무 판매자나 입점하지 못한다. 판매자가 아닌 쿠팡이 안 팔리고 남는 재고 부담을 짊어지는 만큼, 쿠팡이 봤을 때 팔릴 법한 상품만 매입한다. 즉, 어느 정도 이상의 ‘브랜드’나 ‘상품 경쟁력’이 형성된 상품이 입점할 수 있다. 말이 쉽지 절대 쉽지 않다.

티몬은 이 중간점에서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찾고자 한다. 티몬은 초기에서 성장 단계로 넘어간 판매자가 빠르게 많은 고객과 만나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는 채널이 되고자 한다. 어찌 보면 과거 ‘홈쇼핑 채널’이 했던 신규 브랜드의 등용문 역할을 티몬이 온라인에서 하고 싶은 것이다.

“티몬에서 한 6달 정도 엄청나게 잘 팔렸던 곤약젤리 브랜드가 있어요. 이 곤약젤리의 티몬 판매 가격이 처음 개당 600~700원이었죠. 대신 4~5박스 이상은 구매하도록 설정해놨는데, 저도 참 맛있어서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네이버에서 이 곤약젤리가 최저가 1500원에 팔리고 있는거예요. 아마 이 업체는 티몬에서 곤약젤리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만들고, 이후 쿠팡과 SSG닷컴, 네이버, 자사몰 등에 더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최영준 티몬 CFO)”

가격을 상쇄하는 트래픽?

티몬이 고객 관점에서 설정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격’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티몬에 들어왔을 때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생소한 신규 브랜드가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소비자는 KF94 마스크는 무엇인지 알아도, 그 브랜드가 ‘휘퓨어’인지 ‘뉴크린웰’인지는 별 관심 없다. 이 때 티몬은 소비자가 잘 안 알려진 상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중요한 선택 지점을 ‘저렴한 가격’으로 봤다. 그래서 티몬은 네이버 검색 최저가 이하의 상품을 티몬에 노출할 수 있도록 입점 판매자와 협의한다.

아무래도 가격이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자가 티몬에 입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몬은 그 이유를 ‘트래픽’에서 찾는다. 티몬은 판매자가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트래픽을 모으는 마케팅 채널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티몬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가치는 ‘공정한 노출’이다. 티몬은 여타 경쟁 마켓플레이스처럼 상품 정보를 상위권에 노출해주는 광고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돈’으로 노출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상품 경쟁력’에 따라 티몬의 MD와 소비자의 구매지표를 기준으로 노출 우선도를 결정한다는 게 티몬측 설명이다.

“이진원 대표가 티몬에 온 것이 2018년 10월이었습니다. 그 전의 티몬은 무신사가 잘하는 ‘큐레이션’ 중심의 커머스에서도, 네이버가 잘하는 ‘가격 비교’ 중심의 커머스에서도, 쿠팡이 잘하는 ‘편의성’ 중심의 커머스에서도 모두 넘버1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티몬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하고자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티몬하면 저렴하고 괜찮은 상품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최고가 되고자 합니다.(최영준 티몬 CFO)”

핵심 전략 ‘타임커머스’

티몬의 현시점 핵심 전략은 ‘타임커머스’다. 타임커머스는 한정 기간 동안 한정 수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타임딜’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타임딜을 ‘시간 단위’로, 짧게는 ‘분 단위(10분 어택 등)’, ‘초 단위(100초 어택 등)’로 쪼개서 하루 수십번 이상을 진행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솽스이 같은 ‘특가 할인 데이’를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서 진행하는 것이다.

티몬의 타임커머스 테이블. 하루에도 수십번 이상의 딜이 진행되는데, 티몬은 이를 위한 알림앱 ‘타임워치’도 개발했다.

티몬이 타임커머스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티몬에 방문하는 고객 특성 때문이다. 티몬에 방문하는 고객은 무엇인가를 사고자 마음먹고 오는 이들이 아니라는 게 티몬측 설명이다. 예컨대 별 달리 노트북을 살 생각이 없던 고객이 LG전자 노트북이 정가에서 78% 할인된 9만9000원에 티몬에 올라온 것을 보면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티몬은 현재까지의 타임커머스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티몬이 본격적으로 타임커머스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8년 12월과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판매량은 217%, 매출은 187% 증가했다. 해당 기간 티몬에 방문하는 고객 또한 26% 늘어났다. 티몬의 타임커머스를 통해 하루에만 수천만원, 수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판매자도 등장했다. 대략 타임딜 하나당 1000만원 이상 매출을 만드는 판매자들은 전체 딜의 1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타임커머스는 트래픽을 몰아줄 수 있는 채널이 세분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판매자는 티몬 MD와 협의하여 상품을 판매하기에 더 적합한 고객이 모여 있는 기획전과 시간대를 선택하여 들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티몬에 따르면 통상 타임딜의 진행 기간이 짧을수록 판매가격은 더 내려가지만 판매량은 늘어난다. 진행 기간이 길어진다면 판매가격은 올라가지만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

“쿠팡이나 네이버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보고 없으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테니까요. 하지만 티몬은 그렇지 않아요. 오늘 딜로 올라온 상품이 다음날 없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 제품은 단기간에 한정 판매되는 상품이었으니까요. 타임커머스 전략으로 티몬은 고객들에게 티몬에 가면 특가와 할인 필터를 걸어서 매일 50~60개의 상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티몬에 오면 뭔가 살만한 것이 있다는 인식을 만들었습니다(최영준 티몬 CFO)”

그래서 왜 티몬인가

티몬은 티몬이 요구하는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판매자들에게는 ‘박리다매’ 채널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고객을 만나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도 있다. 고객이 재구매를 하기에 매력적인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티몬을 통해 만난 고객을 자사몰까지 연결시킬 수도 있겠다.

잘 안 팔렸지만, 저렴한 가격에 내보낼 수 있는 상품을 처리하는 데도 티몬이라는 채널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안 팔리고 남는 재고에는 지속적인 운영, 관리비가 따라온다. 그렇게 재고를 쌓아놓고 비용을 뿜느니 차라리 티몬을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창고 대방출을 하는 것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나쁜 선택은 아니다.

티몬은 브랜드를 키우고 싶은 성장 단계의 판매자들의 마케팅을 돕고 ‘트래픽’을 몰아줄 수 있는 채널이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티몬에서 성장한 판매자들은 언젠가는 더 이상 티몬이 필요 없어지는 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겠다. 그들 중 몇몇은 티몬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채널로 이탈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티몬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티몬에서 성공한 판매자들이 가능한 오랫동안 티몬에 머무는 것이다. 그들의 성과를 기반으로 더 많은 경쟁력 있는 판매자들이 티몬이라는 채널에 지속적으로 유입돼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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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1. 티몬에 방문하는 고객은 무엇인가를 사고자 마음먹고 오는 이들이 아니라는 게 티몬측 설명이다. –> 여기는 살짝 공감이 안되네요,, 티몬을 많이 안써서 그런지,,

  2.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전 티몬 들어갈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이렇게 정신없는 쇼핑사이트가 있을까?” 하는 것이거든요.

  3. 개인 위탁 판매자 입장에서 티몬은 타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일련의 수수료 정책만 봐도 티몬이 이베이나 스토어팜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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