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대책 세운 구글, 변화할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임원에게는 퇴직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앞서 성폭력 혐의를 받은 전직 임원 앤디 루빈(Andy Rubin)에게 9000만달러(약1060억원) 상당의 퇴직 보상금을 건네 주주들과 소송을 벌였다. 구글 측은 관련해 캘리포니아 상급법원에 합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사내 다양성 프로그램 등에 3억1000만달러(한화 약3640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며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정한 논의를 위해 이사회에 외부 전문가 참여 비율을 늘릴 예정이다.

성폭력 혐의 제기된 임원에게 매달 200만불, 구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당시 래리 페이지(Larry Page) 구글 CEO는 “앤디 루빈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지만, 루빈의 거취 이외에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4년 후인 2018년 10월 발행된 뉴욕타임즈(NYT)의 보도는 충격을 안겼다. 앤디 루빈을 상대로 제기된 성폭력 문제를 구글 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디 루빈에게 9000만달러 상당의 퇴직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을 전제로 NYT는 래리 페이지 CEO가 앤디 루빈에게 퇴직 보상금을 4년간 매달 200만달러 씩 나누어 지급하는 대신 사임할 것을 권했다고도 전했다.

앤디 루빈은 여직원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루빈은 “해당 보도는 과장됐다”고 주장하며 성폭력 의혹을 부인했으나 NYT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진상 조사 후 피해자의 발언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난의 화살은 알파벳에, 소송과 파업으로 번진 퇴직 보상금

이듬해인 2019년 1월, 주주들은 알파벳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이사진이 부정한 퇴직 보상금을 전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앤디 루빈을 둘러싼 의혹을 축소시키려(Keep the matter quiet) 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은 인터뷰에서 “이사진들의 부당한 행위가 구글 내 불법적 행동을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앤디 루빈의 혐의를 이사진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이사진들의 관여 정황이 적힌 이사회 회의록은 법정 제출 서류 목록에서 삭제됐다. 한편 지나 스키글리아노(Gina Scigliano) 알파벳 대변인은 소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의 동맹 파업도 이어졌다. 2만명에 달하는 구글 근로자들은 알파벳 경영진의 성폭력 문제 의식 변화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와 래리 페이지(Larry Page) 등 알파벳 이사진들이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성폭력 문제를 비호한 경영진에 대한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소송 제기 1 반만의 합의문, 내용은?

이번 합의는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반 만에 이뤄졌다. 구글이 발표한 합의문에 따르면 임원이 성폭력 가해 조사 대상이 되거나 관련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퇴직 보상금과 주식을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문제 발생 시, 알파벳과 구글에 의한 사내중재는 이뤄지지 않으며 발설 금지 의무 조항 또한 사라진다.

3억1000만달러(한화 약 3640억원)에 달하는 사내 기금은 다양성, 평등, 포용 사업을 위해 운용된다. 합의문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 설립과 매니저와 하급자 간의 사내연애(Romantic Relationship)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한다.

주주들은 “이번 합의가 알파벳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성추문 끊이지 않은 알파벳, 진정한 변화 계기 될까

알파벳이 임원진의 성범죄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구글의 연구개발부문 구글X의 리처드 드볼(Richard DeVaul) 이사는 구직 면접을 보러 온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된 적이 있으며 2015년 구글 검색부문 이사 아밋 싱할(Amit Singhal)은 술자리 행사에서 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도 꾸준히 들려왔다. 알파벳 최고법률책임자(CLO)였던 데이비드 드러먼드는 부하 직원과의 불륜 의혹 이후 올해 1월 퇴사했다. 또 에릭 슈미트 알파벳 전 최고경영자는 혼외관계에 대한 소문을 단절하지 못한 채 작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확실한 처벌은 없었다. 이에 NYT를 비롯한 복수의 외신은 “성희롱 당사자는 해고한다는 구글의 정책이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준다”고 알파벳을 비판해왔다.

따라서 이번 합의문을 계기로 알파벳이 성폭력 문제 의식을 다시 세울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구글의 에일린 나우톤(Eileen Naughton) 인사부문 부사장은 최근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smilla@byline.network
<이호준 인턴기자>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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