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멀티채널 판매’가 뜬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에도 국내에선 일반적인 ‘멀티채널’ 입점 판매가 확산되는 추세가 관측된다. 쉽게 말해서 ‘아마존’과 같은 하나의 거대 마켓플레이스 한 곳에만 입점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몰과 여러 국가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여 분산 입점 판매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 여러 마켓플레이스의 고객 주문 처리와 마케팅, 물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솔루션의 니즈가 대두된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멀티채널’ 판매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마켓플레이스의 정책 변경, 판매 중단 등에 대한 ‘위험 분산’이다. 일례로 지난 3월 아마존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FBA(Fulfillment By Amazon) 판매자의 ‘비생필품’ 입고 중단을 공지한 적이 있다. 당시 아마존 FBA에만 의존하여 상품을 팔던 글로벌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했다. 이럴 때 멀티채널 판매는 판매자들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매출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두 번째는 ‘마케팅’ 측면이다. 국가를 넘어서 판매를 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특성상 한국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도 판매국가의 소비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이 때 글로벌 판매자는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상품을 노출시켜서 현지 고객에게 상품을 인지시키고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요컨대 멀티채널 플랫폼 입점으로 만든 트래픽이 매출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위한 솔루션 업체 안찬토의 안선미 한국총괄(Counry Head)은 “모바일 쇼핑에서 나타나는 고객 소비 특성 중 하나는 ‘브라우즈앤바이(Browse&Buy)’다. 과거에는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쇼핑 검색창에 넣고 찾아서 구매(Search&Buy)하는 방법을 썼다면, 모바일 환경에서는 마켓에 노출되는 상품 정보를 쓱 살펴보고 그 중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나타난다”며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상품을 최대한 노출시켜 현지 고객에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업체 L사도 그 전략을 쓴다”고 전했다.

멀티채널 판매자가 ‘돈’ 더 번다

실제 단일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에 비해 멀티채널 판매자의 매출 상승 추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보더 결제 솔루션 기업 페이오니아의 데이터에 따르면 복수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판매자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8년 대비 2020년 34%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단일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의 연평균 매출액은 25% 감소했다.

멀티채널 입점을 선택하는 글로벌 판매자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페이오니아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7월 단일 마켓플레이스에 판매하는 글로벌 판매자의 숫자는 2018년 7월과 비교해서 81%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복수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한 판매자는 116%로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물론 아직까지 멀티채널보다는 단일 마켓플레이스 입점을 하는 판매자의 숫자가 훨씬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페이오니아에 따르면 자사 솔루션을 이용하는 글로벌 판매자의 15%가 복수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절대다수인 85%가 단일 마켓플레이스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멀티채널 판매’에서 기회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우용 페이오니아코리아 대표는 “전 세계에는 굉장히 다양한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글로벌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느 마켓플레이스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어디로 추가 확장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된다”며 “잘 알려진 아마존과 쇼피 등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판매자도 있지만, 또 다른 판매자들은 틈새시장을 노려서 한국 판매자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마켓플레이스를 개척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답은 없지만, 이미 많은 판매자들이 복수 마켓플레이스 진출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직접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중국’의 마켓플레이스를 제외하고, 전 세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22%), 유럽(23%)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권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뿐만 아니라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웨이페어(Wayfair)’,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마켓플레이스로 꼽히는 ‘월마트닷컴’, 동남아시아에서 강한 쇼피와 라자다,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는 줌(Joom)과 C디스카운트, 호주의 캐치(Catch) 등 지역의 강자를 다양하게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멀티채널 통합 솔루션의 니즈

멀티채널 판매의 확산은 글로벌 판매자들에게 또 다른 숙제를 던져줬다. 판매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서 마케팅 영역에서도 플랫폼과 지역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해진 것이 첫 번째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상품 품목수(SKU)가 무한대로 늘어나면서, 판매자들은 단순히 마켓플레이스에 리스팅 하는 것만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어떤 상품을 어떤 컨셉과 목적으로 자사몰, 혹은 입점 마켓플레이스로 연결시켜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숙제는 ‘물류’다. 필연적으로 글로벌 물류가 선행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특성상 여러 멀티채널 입점 판매는 ‘다국가’, ‘다채널’ 물류라는 숙제를 안겨준다. 예를 들어서 자사몰과 북미의 아마존의 경우 국내에서 특송을 통해 현지 고객까지의 물류를 처리하고, 동남아시아의 쇼피는 쇼피의 풀필먼트를 활용하여 물류를 처리하는 등의 복잡도가 늘어난다. 특정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판매자에게 현지 물류센터 입고를 강제하기도 하는데 그 가이드도 따라야 한다. 분산된 채널에서 물류 처리를 하는 만큼 재고 관리의 난이도 또한 높아진다.

이 때 멀티채널 판매에 맞춘 ‘통합 솔루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류관리, 결제, 상품 리스팅, 주문관리, 회계, 관세 등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녹여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통합 솔루션 업체들은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여러 물류업체, 마켓플레이스, 서로 다른 판매자 지원 시스템 개발사 등을 연결하고자 분주하다.

이 대표는 “다양한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한다면 일반적으로 관리 업무가 기존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다. 판매자 입장에선 최대한 이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지 몇 가지 품목을 한두 군데 마켓플레이스에 올려 판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 세계에서 물건을 구매할 니즈가 있는 고객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확장성과 최적화”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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