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의 경쟁력(feat. 안찬토)
2020년 6월. 아모레퍼시픽의 말레이시아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이 바뀌었다. 약 6개월의 준비(Kick off) 과정을 거쳐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안찬토(Anchanto)의 솔루션을 도입한 것.
아모레퍼시픽은 안찬토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말레이시아에서 전개하던 현지 마켓플레이스 라자다(LAZADA)와 잘로라(ZALORA)의 온라인 주문을 직접 운영하는 현지 물류센터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최근 또 다른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 쇼피(Shopee) 연동을 마쳤고, 자사몰 주문 처리를 위해 한 글로벌 쇼핑몰 솔루션과의 연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이 처리하는 범위도 말레이시아를 넘어 베트남, 이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이 소식을 안찬토 한국 사무소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안찬토는 2011년산 싱가포르 IT기업인데, 이커머스 물류를 위한 시스템 두 가지를 클라우드(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판매하여 돈을 번다. 하나는 OMS(Order Management System)인 셀루셀러(Selluseller), 또 하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인 와레오(Wareo)다. 안찬토는 이 두 가지를 통합한 시스템을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이라 부른다. 아모레퍼시픽은 안찬토의 OMS 솔루션 도입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통합 계획을 가속화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안찬토라는 업체는 동남아시아에서는 꽤나 잘 나간다. 중소형 글로벌 셀러를 포함한 1만2000개의 고객사가 안찬토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중 300여개는 레고, 네슬레, 디즈니, H&M, 리바이스, DHL, 아센디아(Asendia)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물류업체다. 고객사들이 안찬토 플랫폼을 통해 처리한 물동량의 상품가치(GMV, 거래액)는 27억1000만달러(약 3조1500억원)에 달한다. 안찬토는 2020년 1월 기준으로 BEP를 넘겨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 글로벌 뷰티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이 호구도 아니고 꽤나 열심히 검토해서 시스템을 선택했음이 분명할 터다. 그래서 안선미 안찬토 한국총괄(Country Head)의 도움을 받아 안찬토의 창업자 바이하브 다하데(Vaihav Dabhade)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서 업계에서 바라보는 괜찮은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의 조건은 무엇인지, 그 힌트를 찾아보고 싶었다.
OMS-WMS 통합의 의미
최근 기자는 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OMS 업체를 소개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이 업체는 과거 기업물류를 수행하던 때부터 이용하던 WMS를 갖고 있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고객사의 이커머스 물류를 완연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 업체의 고객사들은 입점한 복수 마켓플레이스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물류업체가 요청하는 엑셀 양식에 맞춰서 수기로 취합하여 전달했는데 아무래도 번거롭고 실수도 나올 수 있는 구조다. OMS 연동, 혹은 직접 구축을 통해 이커머스에 맞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던 게 이 업체의 니즈다.
갑자기 다른 업체 사례를 꺼낸 이유는 안찬토라는 업체가 탄생한 배경이 이 이야기의 맥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안찬토는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니었다. 싱가포르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던 물류업체였다. 그 와중 안찬토가 놓지 않은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었다. 안찬토는 물류센터 운영에 필요한 WMS를 먼저 개발, 적용했고 화주사들의 니즈를 받아서 복수 마켓플레이스 관리를 위한 OMS를 직접 개발하여 활용했다.
바이하브 다하데 안찬토 대표는 “1945년 할아버지가 인도에서 물류 사업을 시작했고, 아버지까지 2대가 물류기업을 경영했다. 자연스럽게 물류에 대한 깊은 열정을 키웠고, 대학에서 배운 컴퓨터 공학 기술을 점점 확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물류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안찬토가 개발한 OMS와 WMS는 시중의 다른 제품과 달리 싱가포르에서 2년 동안 창고를 운영하면서 겪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했다”고 창업의 배경을 밝혔다.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의 경쟁력
다하데 대표가 강조하는 안찬토 시스템의 경쟁력은 ‘유연성’이다. 기업 고객이 기존 사용하던 시스템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도 안찬토 시스템을 쉽게 붙여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하여 많은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속칭 레거시 시스템에도 안찬토의 시스템은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시스템에 추가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모든 기업의 커스터마이징 요청을 전부 반영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 고객사의 니즈가 반영 된다면 약간의 비용을 받고 커스터마이징 진행을 해준다는 게 안찬토의 설명이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 같은 경우에도 요청을 받아서 뷰티 브랜드 기업에게 필요한 1+1 마케팅과 바우처 기능을 시스템에 추가했다는 게 안찬토측 설명이다. 이렇게 추가된 모든 기능은 안찬토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된다.
다하데 대표는 “안찬토의 OMS와 WMS는 대기업의 레거시 시스템과도 잘 연동된다”며 “크게 범주를 나누자면 대형 물류업체 고객사는 B2C 이커머스 물류 대응을 위해 자사 WMS에 안찬토의 OMS를 연동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브랜드사는 기존 사용하던 ERP 시스템에 안찬토 시스템을 연동하여 커머스 영역을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찬토가 내세우는 또 다른 경쟁력은 ‘재고관리 친화적인 시스템’이다. 단순히 복수 마켓플레이스에서 주문을 수집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화주사들의 ‘재고 통합관리’에 최적화돼 있는 시스템이 장점이라는 안찬토측 설명이다. 이는 안찬토의 시작점이 물류기업이고, WMS를 개발하던 회사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일례로 안찬토의 OMS에서는 판매 정보뿐만 아니라 ‘재고 정보’ 또한 섹션을 따로 분류하여 관리가 가능하다.
다하데 대표는 “기존 시장에 나온 많은 WMS의 한계는 이커머스 물류에 적합하게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안찬토는 B2B 리테일 물류뿐만 아니라 B2C 이커머스 물류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WMS를 구축했다. WMS에 더해 IT 통합관리, PIM(제품관리), 마케팅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하는 플랫폼인 셀루셀러를 함께 사용한다면 단일 플랫폼에서 엔드투엔드 멀티채널 이커머스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풀필먼트 넘본다
안찬토는 지난해 8월 한국 사무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첫 발을 디뎠다. 이 시기의 안찬토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판매하던 IT업체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 시기에 맞춰서 유입된 신규 고객이다.
최근 안찬토는 한국 시장에 맞는 풀필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합작법인(JV) 셀레오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풀필먼트 솔루션 브랜드의 이름 역시 셀레오(Selleo)다. 안찬토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두 개의 클라우드 시스템 셀루셀러(Selluseller)와 와레오(Wareo)의 이름이 여기 녹았다.
합작법인 셀레오의 풀필먼트 솔루션은 크게 두 가닥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하나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이커머스 물류 처리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셀레오는 한국의 OMS 업체 사방넷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자체 개발한 OMS가 있는 안찬토가 굳이 사방넷과 제휴한 이유는 사방넷과 이미 연동된 300여개의 국내 마켓플레이스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안찬토가 일일이 한국 마켓플레이스와 시스템을 연동하기에는 시간이 지연되고, 그렇게 된다면 풀필먼트 솔루션을 도입할 국내 잠재 고객사에게 분명한 피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는 해외 고객까지의 크로스보더 상품 판매를 위한 물류 처리 부분이다.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제조사, 브랜드사, 판매자들에게 현지 소비자까지의 통합 물류 서비스를 셀레오 풀필먼트 솔루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셀레오는 현재 쇼피에서 입점,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판매자를 대상으로 풀필먼트 솔루션을 시범 테스트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판매자에게는 자동으로 안찬토의 OMS를 제공하여 물류센터 주문 처리의 가시성을 제공한다. 안선미 안찬토 한국 총괄은 “국내에서 사방넷을 이용하여 복수 마켓 판매를 하고 있는 브랜드 업체가 있다면, 셀레오 풀필먼트 솔루션을 통해 해외 마켓까지 진출하여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하데 대표는 “앞으로 한국이 동북아시아 이커머스 생태계를 관리하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와 함께 우리는 한국에 맞는 풀필먼트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안찬토는 앞으로도 글로벌 판매자를 위한 옴니채널 풀필먼트 솔루션을 고도화할 것”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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