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ARM Ltd. 인수 협상이 마무리됐다. 총 인수 금액은 400억 달러(약 47조3480억원)이며, 215억달러의 주식과 120억달러의 현금으로 거래되며, 서명시 20억달러를 지급하고, 특정 목표치까지 실적이 도달하면 추가적으로 50억달러의 현금이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원래 ARM의 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그룹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도합 약 7~8%의 엔비디아 주식을 갖게 된다. 이번 거래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ARM 인수의 이유라고 밝혔던 IoT 서비스 그룹 부문은 제외됐다.

엔비디아는 오픈 라이선싱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퀄컴, 삼성 등 여러 회사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엔비디아는 자사 뉴스룸에서 “오픈 라이선싱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을 판매하는 회사로, 쓰고자 하는 설계의 라이선스비만 내면 그걸 가져다 자사 칩셋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퀄컴(스냅드래곤), 삼성(엑시노스), 미디어텍 등이 이런 식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든다. 엔비디아 역시 테그라 칩셋을 ARM 기반으로 만든 바 있다. 엔비디아는 ARM의 정책을 인수 전과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엔비디아는 GPU를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GPU에는 쿠다코어, 텐서코어, RT코어가 모두 들어가 있다. 이중 머신러닝에 사용하는 NPU에 해당하는 것이 텐서코어다. 애플, 미디어텍, 화웨이, 삼성 등은 자체적으로 열심히 NPU를 만들어왔는데, 이것이 엔비디아의 텐서코어 기반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물론 오픈 라이선싱 기반이므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최적화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NPU를 엔비디아가 ARM을 통해 제공하기 시작하면 이득을 보는 건 자체 NPU를 설계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성비 안드로이드 폰이 나오면 좋겠지만 ARM 설계는 스마트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겠다.

Mali GPU 재설계

ARM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GPU 설계 역시 제공한다. 이름은 Mali 그래픽 코어로, CPU와 마찬가지로 저전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 설계를 지포스 기반으로 변경해 조금 더 높은 성능의 스마트폰용 GPU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암비디아는 윈도우 CPU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윈도우 PC 시장은 인텔이 계속 독주하다 AMD가 점유율을 빼앗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ARM 기반의 프로세서도 있다.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 8cx가 윈도우에서 구동 가능하다는 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증명했다. MS는 스냅드래곤 8cx에서 GPU를 업그레이드한 커스터마이징 칩 SQ1을 서피스 프로 X에 탑재했다. 그러나 윈도우의 기본 설계인 x86 아키텍처와 호환되지 않아 구동되지 않는 앱이 많다는 문제가 있다. MS의 경우 자사 소프트웨어를 ARM64 기반으로 직접 다듬을 수는 있으므로 오피스+웹서핑 정도의 용도라면 당장도 사용 가능하다. 이러한 PC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호환성이 별로 없는 크롬북은 특정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 미국 교육 시장을 점령한 바 있다.

이후 차츰 ARM64 기반에서 구동되는 앱이 많아질 경우 엔비디아는 ARM 기반 프로세서에 GPU 업데이트를 거쳐 PC CPU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별도 CPU와 외장 GPU를 동시에 추진하는 메이저 반도체 회사는 AMD가 거의 유일한데, 이 균열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암비디아는 애플 실리콘의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은 WWDC20에서 자사의 PC 설계를 ARM 기반으로 변경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경우 맥 앱과 아이패드·아이폰 앱을 통합할 수 있고, 기기 성능과 특화 분야를 자사 스스로 결정하는 등의 여러 강점이 있다. ARM 기반 윈도우 칩(스냅드래곤 8cx)처럼 기존 앱이 애플실리콘 맥에서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쉽게 컨버팅하는 도구와, 컨버팅하지 않아도 가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도구까지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즉, MS처럼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전환을 이뤄낼 것이다.

암비디아는 이때 ARM 설계를 제공하며 엔비디아의 GPU를 함께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애플의 외장 GPU 모델은 AMD 라데온 프로 모델을 사용한다.\

엔비디아의 궁극적 비전은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엔비디아는 서버 GPU도 만들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저장이 아닌 머신러닝과 분석에 쓰이는 경향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 흐름에 대응하는 GPU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마존이나 구글 등이 ARM 기반의 서버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즉, 서버 시장에서 인텔을 위협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ARM이 미국회사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여러 업체들에게 ‘ARM 케임브리지에 영국 및 전 세계 연구자와 과학자를 초청해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먼 이야기지만 뛰어들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