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20년 전 SCM에 머물러 있는가”

“20여년 전 글로벌화와 닷컴 열풍 속에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이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포스코 등의 기업들이 SCM을 글로벌 경영의 핵심 경쟁력으로 간주하고 이를 도입해서 그동안 잘 활용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합니다”

송해구 삼성SDS IT혁신사업부 디지털SCM혁신팀장(전무)이 9일 온라인 컨퍼런스 리얼(REAL)에서 전한 말이다. 송 전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소싱이 일반화된 시대에서 한 지역 공장의 폐쇄는 전 세계의 부품공급과 생산 차질 등의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소비자 앞단의 오프라인 매장의 폐쇄는 급격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요컨대 코로나19는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과 변동을 증폭시켰다. SCM은 시시각각 발생하는 변화에 맞춰서 더 빨라지고 유연해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지금 시대에 맞는 기술들을 조합한 새로운 SCM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왜 지금 다시 SCM인가

구주와 미주를 중심으로 나이키, 구글,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SCM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송 전무에 따르면 그들은 컴퓨터보다 우월한 컴퓨팅 능력을 갖춘 모바일 프로세스 기반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불량 자동 검출을 하고 있으며, NoSQL 기술을 통해 정성적 정보와 정량적 정보의 교차분석을 하고 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을 통해 단순수작업의 자동화도 이뤄내고 있다.

반면, 우리의 SCM은 정체돼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 전무는 “우리 SCM은 아직도 RDB(관계형 데이터베이스), PL/SQL, 자바 프로그래밍과 같은 구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20여년 전 가장 좋은 기술들의 조합으로 SCM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사용자의 기대 상황에 맞추지 못하는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무에 따르면 정체된 국내 SCM 시스템과 달리 업무 환경과 기업의 가치사슬은 급격한 속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소비자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된 ‘디지털 기술’ 도입은 산업 현장에서는 비교적 더뎠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SCM’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송 전문의 강조사항이다.

차세대 SCM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차세대 SCM’이란 무엇인가. 송 전무에 따르면 차세대 SCM은 크게 세 가지 조건을 수반해야 한다. ‘시나리오 기반 의사 결정력 제고’, ‘변동 대응력 강화 및 리드타임 축소’, ‘인사이트 강화 및 업무 효율화’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SCM은 보다 스마트해지고, 빨라지고, 유연해져야 한다.

삼성SDS가 이야기 하는 차세대 SCM 방향성(자료: 삼성SDS)

첫 번째는 ‘시나리오 기반 의사 결정력 제고’, 즉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말로만 하는 시나리오 경영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 기반의,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 계획 및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비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각 시나리오에 대해 신속하게 계획을 수립해서 기업의 경영지표 관점에서 실시간 비교 분석을 통해 경영자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보다 스마트한 SCM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변동 대응력 강화 및 리드타임 감소’다. 수시간에서 수십분으로, 수십분에서 수분으로 계획 수립 리드타임을 감축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서 계획도 신속하게 재수립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나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우리에게 과제가 돼 나타났다. 과거에는 부족한 정보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정보가 넘쳐나서 문제다. 넘쳐나는 정보를 인사이트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SCM이 맞닥뜨릴 과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사이트 강화 및 업무 효율화’다. 급작스러운 변화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SCM이 돼야 한다. 물론, 미래 계획을 100% 정확히 세우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이는 최신의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를 그대로 대변하지 않고, 미래는 여전히 우리에겐 가정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측에는 편차와 변동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대한 계획을 잘 세우고,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이에 대응하여 반응하는 공급망 재동기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전무는 “차세대 SCM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 기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인메모리 기술, 셀프서비스 BI 기술, 자연어 처리 기술, AI 기술 등을 탑재한 플랫폼 기반 SCM 구축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러한 플랫폼 위에 ‘베스트 오브 브리드’ 솔루션을 구축해서 고객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삼성SDS가 생각하는 차세대 SCM 솔루션의 모습”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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