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용의 물류 까대기] 왜 지금 ‘B마트’를 주목해야 하는가
최근 한 물류업계 관계자로부터 B마트의 숫자를 전해 들었습니다. 하루에 5만건이 넘는 주문이 B마트에서 나오고 있다고요. 우아한형제들이 B마트와 관련된 주문건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어찌어찌 그 숫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만건에 근접한 숫자가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루 5만, 월 150만은 굉장한 숫자입니다. 지난해 5월 기준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배민라이더스의 주문건수는 한 달 98만건. 2015년 6월 시작한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가 약 4년에 걸쳐서 만든 숫자를 만 2년도 안 된 2018년 12월산 신생 서비스 B마트가 넘어선 겁니다.
폭발하는 주문수에 맞춰서 B마트의 물류 거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기준으로 18개 거점(2020년 3월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로나 시대의 쇼핑’ 리포트 참조, 오린아)이 있었는데, 그 숫자는 현시점 32개로 늘었습니다. 서울을 넘어 인천, 분당, 수원 등지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B마트를 위한 물류 거점의 숫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우아한형제들측 설명입니다.
아, 여기서 물류 거점이라고 하면 도심 외곽의 거대한 수백~수만평짜리 상온 및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소비자에게 인접한 도심지에 있는 임대료가 저렴한 이면도로 부동산을 임대해서 구축하는 ‘마이크로 물류센터’입니다. 빈 공간에 상품을 보관할 랙과 냉장고를 넣어서 만드는데 심플하죠. 현시점 서울에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B마트 물류센터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상품 품목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 1500종이었던 B마트의 상품 품목수는 연초 3000여개, 최근 기준으로 5000여개까지 늘어났습니다. 편의점이 보유한 품목수가 통상 2000~2500여개라고 하는데, B마트는 그 숫자를 넘어섰네요.
소비자 입장에서 B마트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중간 정도의 상품 품목들을 역시 그 중간 정도의 가격대에 ‘모바일’로 쇼핑할 수 있게 옮겨놓은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사실 B마트 이전에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이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즉시배달’을 안 붙여본 것도 아니었죠. 소비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B마트만의 무엇인가가 있고,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B마트가 보여주고 싶은 것
B마트가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입니다. ‘초소량’과 ‘번쩍 배달’. ‘초소량 번쩍배달’은 B마트의 광고 캐치프레이즈인데, 여기에는 ‘소포장’과 ‘빠른 배달’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1인 가구도 딱 먹고 남기지 않을 만큼의 식료품을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배달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냉장고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죠?

실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2019년 11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배달의민족이 냉장고의 시대를 바꿀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대사 같다면 맞습니다. 김 의장에 앞서 장융 알리바바그룹 CEO가 2018년 11월 중국첨단사상포럼에서 ‘허마셴셩’을 언급하면서 꺼낸 말과 유사하죠.
실상 B마트나 허마셴셩과 같이 냉장고와 싸우고 싶은 업체들의 움직임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라서 이걸 누가 먼저 했니 아니니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경쟁 상황으로 돌입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을 위한 디테일이겠죠.
‘초소량’ 만드는 법
디테일은 방법론에서 갈립니다. 배달의민족이 선택한 방법론이 ‘초소량 즉시배달’인 것이죠. 먼저 ‘초소량’을 만드는 방법은 소포장입니다. 예를 들어서 양배추 한 통을 1/4로 쪼개서 판다던가, 바나나 한 다발이 아닌 2개를 떼어 내서 판다던가. 대파 한 단이 아닌 깐대파 100g을 판다던가 말이죠. 실제 모두 B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입니다.

물론 B마트가 고객을 매혹하는 ‘소포장’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여지가 큽니다. 누군가는 양배추를 썰고, 바나나를 쪼개는 등 별도의 가공 및 포장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포장 형태로 가공된 상품을 매입한다면 그만큼 상품 원가가 비싸질 것이고,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만든다면 그만큼의 가공비용이 들어가겠죠. B마트는 당장의 비용보다는 고객 서비스 증대를 택한 모습입니다.
소포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방법론은 최소주문금액의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소포장 상품을 만들었는데, 최소주문금액이 높다면 그건 사실 ‘소포장’이 아닌거죠. 여전히 냉장고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B마트의 최소주문금액은 통상 배달의민족 입점 음식점들이 설정해놓은 최소주문금액인 1만~1만5000원에 비해서 상당히 낮습니다. 5000원부터 시작하죠.
여기서는 ‘배달비’가 소비 장벽으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5000원짜리 상품을 사는데 3000원을 배달료로 내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B마트의 배달비는 현시점 매우 저렴하게 설정돼 있습니다. 현재 B마트의 기본 배달비는 5000원~1만원 사이 1000원, 1만원 이상 무료입니다. B마트가 배달을 하는 배달기사에게 돈을 안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B마트의 비용으로 치환됩니다.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는데 왜 굳이 배달비를 내고 B마트를 시켜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그랬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요즘 B마트의 상품 구색은 편의점의 그것과는 조금 많이 다르더군요. 편의점에 없는 상품도 많이 보이고, 심지어 B마트가 이미 존재하는 서로 다른 공급사의 여러 상품을 합포장 하여 ‘밀키트’처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번쩍배달’ 만드는 법
B마트가 번쩍배달, 그러니까 배달 속도를 만드는 방법 첫 번째는 ‘직매입’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도심거점에 공급사의 상품을 매입해서 재고로 보관해두죠. 실물 재고가 소비지 인근에 배치되기 때문에 배달기사가 바로 픽업하여 1시간 이내의 빠른 배달이 가능한 것이고,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익일배송을 만들 수 있었던 메커니즘과 유사합니다.
현재 B마트는 공급사의 모든 제품을 직매입하고 있는데, 여기서 왜 굳이 ‘직매입’이냐 의문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직매입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높은 운영비용을 수반하는 판매 방법론입니다. 팔리지 않는 재고 부담을 100% B마트가 지게 되고, 이는 B마트의 주력 카테고리 중 하나인 밀키트와 같은 신선식품에선 특히 치명적입니다. 도심물류 거점을 위한 임대료도 공짜는 아니고, 물류센터에서 입출고 업무를 하는 인력을 운영하는 데도 추가적인 돈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마트가 직매입을 선택한 이유는 ‘서비스 품질’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이 이미 재고가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제품을 픽업해서 배달하는 방법을 우아한형제들이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주문취소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매장 직원들 입장에서 모바일 주문 응대가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했다고 합니다. 당장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는데, 주문취소율이 높다면 고객 경험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직매입을 선택했다는 우아한형제들측 설명입니다.
배달 속도를 만드는 방법 두 번째는 ‘즉시배달’의 연계입니다. 여타 즉시배달을 붙이는 업체와 B마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B마트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배민라이더스’의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 확보했던 배달 라이더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거죠. 물류회사로 치면 2PL 물류기업과 같은 전담 조직을 B마트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현시점 우아한청년들의 전업 개념 오토바이 라이더(배민라이더)는 약 3000여명입니다. 여기에 더해 도보, 자전거, 킥보드, 자가용 등을 통해 배달하는 파트타임 개념의 일반인 라이더(배민커넥터)는 2만5000~3만여명이 있습니다. 배민커넥터 중에서는 2000여명이 실제 활동하는 유효 숫자라고 하니 통상 5000여명의 라이더가 B마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우아한청년들 라이더들은 기존처럼 ‘음식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중간 B마트의 주문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라이더가 얻는 효용은 기존 음식배달 업무에는 존재했던 유휴시간에도 B마트 주문을 받아 일을 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배달은 비교적 점심과 저녁의 피크타임이 존재하는 반면, B마트 주문은 중간에 비는 시간이 없고 꾸준합니다.
사족을 달자면, 우아한형제들은 즉시배달이 결합된 이커머스를 ‘퀵커머스’라 부르더군요. 기존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으로 옮긴 공간 개념이라면, 퀵커머스는 상품을 얼마나 빨리 고객 현관 앞까지 제공해주는지 시간의 문제를 고민하는 개념이라나요. 그만큼 B마트에 있어서 속도는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른 듯 합니다.
B마트가 넘어설 숙제
B마트에게 넘어설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B마트의 운영 구조가 ‘비용’을 쏟는 형태라는 우려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B마트의 구조인 ‘직매입’과 ‘도심 물류센터 임대’, ‘소포장’, ‘낮은 최소주문금액’, ‘낮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용’은 모두 높은 비용을 수반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쿠팡이 직매입 기반의 로켓배송에서 많은 비용을 쏟았던 것처럼, B마트도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쿠팡이 그랬던 것처럼 B마트 역시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마트가 물류센터를 직접 임대하는 형태를 언제고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때가 된다면 ‘도심 공간’과 ‘상품’이 있는 다양한 유통채널과 제휴를 할 수도 있겠죠. 이 같은 방식은 요기요가 먼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 또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요기요가 B마트와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를 하반기 중 론칭 준비하고 있는 것 처럼요. 물론 상품 재고 연동과 같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 개발과 연동 비용 투자가 선행될 것입니다.
B마트 물류센터의 일부 공간을 외부 3P 판매자에게 빌려주고 물류비를 받는 형태의 비즈니스 확장 또한 가능합니다. 이 또한 익숙할텐데 쿠팡이 최근 시작한 로켓제휴가 그렇고, 그 이전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가 그러합니다. 직매입 중심의 이커머스 업체였던 쿠팡과 아마존이 이제는 3자 판매자를 입점 시키는 ‘마켓플레이스’를 오히려 강화하는 것처럼, B마트 역시 언제고 직매입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나아가 B마트 역시 지속적인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고객의 장바구니 사이즈’를 키우고자 할 것입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선뜻 제공하듯, 물류비를 제하더라도 이익이 남는 구간은 분명 존재합니다. 호재인 것은 현재 최소주문금액이 5000원인 B마트의 객단가는 배달비 프로모션 기간임에 불구하고 1만원이 넘어간다는 겁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하면 더 올릴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되겠죠.
‘즉시배달’, 이커머스 물류의 신전장으로
쿠팡으로 대표되는 ‘직매입 기반의 익일배송’, 마켓컬리로 대표되는 ‘새벽배송’에 이어 ‘즉시배달’이 새로운 이커머스 물류 전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요기요와 같은 배달 플랫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춘 사업자들, CU, GS25,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 사업자들, CJ대한통운, 한진과 같은 대형 택배업체들까지 관련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롯데온의 ‘바로배송’, 네이버의 ‘장보기’와 같은 서비스가 즉시배달망을 결합한 대표적인 서비스죠.
이 중에서도 B마트는 가장 탄탄한 전국 즉시배달망을 갖춘 회사입니다. 물론 B마트보다 많은 주문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물류회사(배달대행 플랫폼)’는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물량을 갖춘 유통 화주사이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 조직을 동시에 보유한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요컨대 B마트는 이미 전국으로 진출해 있는 배민라이더스 조직을 기반으로 전국구를 대상으로 B마트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 대구에서 시작했던 쿠팡 로켓배송이 전국을 흔든 것 처럼요.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전장은 더욱 더 혼탁해집니다. 바로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B마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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