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추진하는 카카오뱅크가 걸어온 길

영업점 점포가 없는 은행. 4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지난 2017년 24년 만에 신규은행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았다. 출범 당시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며 생태계를 바꿔놓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 따라잡기에 한창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자본금, 사용자수, 매출액 등에서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손쉽게 제쳤고, 이제는 웬만한 지방은행 규모로 성장했다. 그리고 카카오뱅크는 한걸음 더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3일 카카오뱅크 이사회는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 올해 안으로 감사인 지정 신청,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자본확충 수단 마련을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IPO를 추진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단시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봤다.

혁신의 시작. 탈(脫) 공인인증서

카카오뱅크가 출시와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은 서비스 이용에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발급과정이 복잡하고 지나친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공인인증서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다.

카카오뱅크의 로그인 및 잠금해제는 비밀번호나 지문인증, 패턴잠금이 지원된다. 계좌이체도 간단한 비밀번호 입력, 생체인증 등이 가능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카카오가 초기 경쟁력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지금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생체인증 등 각종 간편인증을 도입했으나, 당시는 모바일 앱을 통해 공인인증서 없이 로그인, 계좌이체, 계좌개설 등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출범 2년 차를 맞은 지난 2018년 카카오뱅크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카카오뱅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공인인증서가 없다(62.8%)’는 점을 꼽았다. 서비스 출범 2년 만에 고객 약 1000만명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오직 모바일에만 집중

카카오뱅크는 오직 모바일에만 집중했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적금, 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문의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카카오뱅크는 서울오피스(용산), 강서오피스(영등포)에 고객센터를 뒀다. 상품 서비스 상담이나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문제점, 사고신고, 업무전반 처리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AI챗봇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대면이기 때문에 얻는 장점이 컸다. 은행의 주요 고객층인 직장인들이 주말, 퇴근 시간 이후에도 계좌개설, 금융상품 가입,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또 서류제출이 간단하고 간편해 2030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뱅크 2.0 버전

올 4월에는 카카오뱅크 2.0 버전을 내놨다. 서비스 출시 이후 이뤄지는 첫 앱 개편이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 개선에 주력했다. 계좌 및 금액 숨기기 기능, 계좌 배열 편집 기능, 알림 기능 강화 등 앱 편의성을 위한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뱅크가 모바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요주주인 카카오를 주축으로 움직인 덕분이다. 현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카카오가 33.53%로 최대주주이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8.60%), 국민은행(9.86%), 한국투자금융지주(4.93%) 등이 주요주주다. 혁신을 중요시하는 카카오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간판 서비스

카카오뱅크는 기간을 정해놓고 일정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예적금 상품에도 차별화를 꾀했다. 소액으로도 예적금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적금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줬다. 여기에 친숙한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하고, 저축현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재미요소를 더했다.

이를 대표하는 예적금 상품이 ‘26주 적금’과 ‘저금통’이다. 2018년 6월 출시된 26주 적금은 1000원, 2000원, 3000원 중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하는 방식이다. 1000원으로 시작하면 다음주에는 2000원,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한다. 최근에는 이마트와 함께 26주 적금 상품을 출시, 2주 동안 총 55만6000좌가 개설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26주 적금의 총 누적개설건수는 560만좌를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상품 이미지

지난해 12월 선보인 ‘저금통’ 서비스는 입출금통장의 잔돈이 따로 자동 저축되는 상품이다. 저축 금액은 매월 5일에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저금통처럼 잔돈을 저축하고 총 금액을 볼 수 없다는 기능은 재미 요소를 더했다. 지난 3월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저금통 연결계좌의 입출금 패턴과 잔액을 분석해, 향후 잔액 추이를 예상한 뒤 여기에 맞는 저축액을 자동으로 산출한다. 저금통 서비스는 출시 2주도 안돼 100만명이 가입했다.

또 혁신적인 서비스와 카카오톡을 결합한 ‘모임통장’도 카카오뱅크의 대표상품으로 꼽힌다. 모임통장은 모임주가 개인명의의 통장을 만들고 친목 모임, 여행 등 일정한 사용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돈을 모으는 통장이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멤버 초대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모임통장 이용자수는 660만명이다.

대출상품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의 대출 잔액은 상반기 중 14조8800억원에서 17조3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4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씨티카드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출시한 제휴 신용카드는 7월 말 기준으로 26만 건의 신청건수를 기록했다.

성적도 상승세

카카오뱅크는 작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도 상승세의 흐름을 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매출액은 약 13억원, 689억원, 3756억원, 6650억원으로 쾌속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은 132억원, 당기순이익은 1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53억원을 기록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올해도 흑자가 예상된다.

은행으로서의 성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7월 27일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 자정까지 18만7000명의 고객들이 계좌를 개설했다. 이날 수신액은 426억원, 여신액은 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전체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수인 16만좌를 상회한 수치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고객 수는 총 1294만명, 수신 잔액은 22조3159억원, 여신잔액은 18조3257억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총 5번의 유상증자를 거쳐 약 1조8225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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