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카카오페이가 계획하고 있는 것

금융권과 IT기업과의 연합이 이어지고 있다. IT기업의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금융사는 자사 상품을 판매하고, IT기업은 탄탄한 상품 구색을 갖춰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이러한 전략을 택한 곳 중 하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와 기금상품 서비스 관련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기금상품 관련 전용 서비스를 만들고, 우리은행이 자사 기금상품을 카카오페이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금상품은 정부의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대출상품으로 청약통장, 전세자금대출 등이 포함된다. 카카오페이에서 기금상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제한적이다.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 한도’, ‘대출비교’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신용대출 상품 중 기금상품은 햇살론, 사잇돌, 새희망홀씨 아직까지 상품 구색 측면에서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반면 우리은행은 주택도시기금대출만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대출상품 구색을 늘리고, 우리은행은 고객 접점을 위한 채널을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양사의 협업으로 가장 먼저 구체화되는 것은 비대면 서비스다.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 우리은행이 비대면 대출상품을 제공한다. 대출상품의 한도와 금리를 조회한 후 대출신청으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디지털 마케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금융 플랫폼 융합 서비스 개발 등의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는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우리은행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와 우리은행이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고 판단해 업무 협약을 진행했다”며 “우리은행에서 은행과 플랫폼 간의 전방위적 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10일 카카오페이와 온택트 방식으로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한 온택트 업무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우한재 카카오페이 실장, 이진 카카오페이 부사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완식 우리은행 개인그룹장, 황원철 우리은행 DT추진단장. (사진=우리은행)

IT기업과 협업 강화하는 우리금융

우리은행이 외부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플랫폼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플랫폼의 힘은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데서 나온다. 은행은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만들고, 플랫폼사도 이를 활용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은행은 IT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토스, 카카오페이에서 우리은행 신용대출상품의 한도와 금리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7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 지도에 우리은행 영업점 대기고객 수 제공,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를 실시했다. 모바일로 네이버에서 우리은행 검색을 통해 서울 수도권 주요 영업점의 실시간 대기인원 정보 확인이 가능하며,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영업점별 상세페이지에서 우리은행 안내페이지를 통해 영업점 방문 전 모바일 번호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도 IT기업과의 제휴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KT와 제휴를 맺었다. 지난달 우리금융과 KT는 “금융과 IT융합을 위해 제휴를 맺었다”고 전했다. 양사가 가장 먼저 협업할 과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나아가 합작투자법인(JV) 설립도 모색한다.

양사는 공동인증체계도 도입한다. 인증 간소화를 위해 비대면 채널의 본인인증을 교차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전방위적 측면에서 금융 협업이 이뤄진다.

우리은행의 IT전략…“협업할 건 하자”

우리은행은 내부 상품‧서비스 개발과 같은 고유 업무를 외부에 개방하는 방향으로 외부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에게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오픈API와 외부업체와 채널‧플랫폼을 공유한다. 오픈API는 데이터와 서비스를 표준화, 프로그래밍해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DT추진단, AI사업부를 신설했다. DT추진단은 디지털전략부, 빅데이터사업부, AI사업부, 디지털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를 배치했다. 은행의 전체적 디지털 전략과 신기술 적용 분야 확대, 디지털 마케팅과 채널을 총괄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AI사업부는 신기술 은행사업 적용을 연구한다.

한편,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략은 올 하반기에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진행된 ‘2020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하반기 핵심 대응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혁신을 꼽았다. 이날 손 회장은 각 자회사에 비대면 트렌드를 강조하며 이러한 기조를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